그리운 이여 주저하지 말라 가슴이 뛰는 곳으로 가면 된다 망설이지 마라 마음이 편안한 곳에 머물면 된다 주저하고 망설일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상했다 그때마다 그리움의 이름을 부르면 된다 산속에서는 산이 보이지 않았다 산을 벗어나고서야 산이 보였다 발끝에 부딪히는 장애를 건넌다는 건 성근 눈을 맞으며 강을 건너는 일이다 늦은 도착일지라도 늦은 시간은 없다 건너는 시간 내내 사랑이 아닌 건 없었다 때론 몇 차례 반복된 대답보다는 침묵이 더러 나을 때가 있었기에 드러난 문장보다 쓰다 지운 단어가 눈물을 닦는 별빛처럼 가슴에 박혀온다 차마 뒤돌아서 들을 수 없었던 엘피의 마지막 노래가 별똥별처럼 아득히 들린다 내 그리운 사람이여 가슴 뛰는 곳에 산다는 것은 푸르고 시린 산자락에서 조각달을 만나는 것 늘 그곳에서 다소곳이 앉아 있던 이름이여 그러니 주저하지 말라 가슴이 뛰는 곳으로 가면 된다 그러니 망설이지 마라 마음이 머무는 곳에 있으면 된다 그때마다 들꽃을 피우는 그리움의 이름을 부르면 된다 지난 한 해는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24년도 여름부터 기획한 삼인 삼색(이창봉 교수, 지향 시인, 신호철 시인)시화집〈선물〉이 지난해 늦은 봄에 출간되어 교보에서 주간 베스트 시화집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시집이 되었는데 편집, 디자인, 그림, 사진까지 우리의 손을 거쳐 출판되었기에 더욱 애착이 가는 책이었다. Book Concert는 시카고 문화원 Bisco Hall에서 이 교수가 시 창작 아카데미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기 전 열렸다. 시카고에서 활동하시는 많은 시인, 예술인들, 교민들을 모시고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무엇보다 감사한 일은 이 Book Concert를 통해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들 속에 잠들어있던 시의 감성을 깨우고 서로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그 모임들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는 것은 자못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시를 사랑하고 시를 쓰고자 갈망하는 사람들이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었단 말인가? 눈을 뜨고 찾아 다녀도 한 사람도 만날 수 없었던 지난날들이 아니었던가. 생각해 보니 그건 우리 마음의 자세였다. 우리의 진정성의 결여였다. 그러기에 한 사람의 리더가 중요한 것이다. 아마도 이 열기는 중앙대 이창봉 교수(시인)를 초청해 진행한 시 창작 아카데미의 결과물이라 아니 말할 수 없다. 2025년 7월 중순에 시작해, 한 달간에 걸쳐 진행된 두 번째 시 창작 캠프는 2024년 전년에 비해 배가 넘는 인원이 모였다. 대부분 처음 시를 접하는 분들이었다. 저들의 열심은 시 창작의 뜨거운 열기로 시카고의 답답한 숨통을 트여주었다. 특별히 197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해 국내외에 이름을 알린 배미순 시인, North Eastern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는 신정순 교수의 합류는 시카고의 문단을 어루어준 큰 기쁨이었다. 시집 출간도 〈선물〉에 이어 송순례 시인의 〈그 들풀들—하늘만 바라보며 웃고만 있었네〉가 출간되기도 하였다. 이 모든 과정에 시카고 기독교방송 서도권 목사님의 도움이 있었음을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 여러 번의 초대석으로 행사에 참여한 시인들과의 인터뷰를 주선해 주었다. 화상채팅을 통하여 이창봉 교수와의 인터뷰로 시인의 마음과 시 창작 아카데미를 소개해주었다. 모든 일에는 순서와 과정이 따르는 법이다. 2번의 시 창작 아카데미의 결실로 11명의 새로운 문인들이 시카고 문인협회 회원으로 등록하였고 3명이 예지 문학의 멤버가 되었다. 지금의 상황으로 보면 앞으로도 시를 사랑하는 문학도들이 많이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저들이 각 단체에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존 멤버들의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서로에게 그리움의 이름이 되어줄 수만 있다면 시카고에는 문학의 신선한 바람이 불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그러니 그리운이여! 주저하지 말라. 가슴이 뛰는 곳으로 가면 된다. 망설이지말라. 마음이 편한 곳에 머무르면 된다. 그때마다 그리움의 이름을 부르면 된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그리움 시인 신호철 시카고 문인협회 창작 아카데미
2026.01.05. 14:35
소원을 빌고 하늘을 보네 / 잔비가 내리더니 여름은 물러가고 / 낙서투성이 일기장 같은 계절이 오네 / 어디쯤인가 돌아서고 또 멈추어야 할 / 시작이 없으면 과정도 결과도 무의미하다는 / 사람을 지키는 일은 손의 일이기도 하여 / 두 손 모아 오라 반가운 손짓을 보내네 / 두 발로 걸을 때까지 // 강물의 흐름 위에 오늘을 보내고 있지 / 당신의 무릎을 찾아다니다 지치고 / 마지막 불빛 꺼지고 돌아갈 길 찾지 못할 때 / 길의 끝에서 사랑은 더 깊어 진다는 걸 / 어둠이 지고서야 알게 되었네 // 어느 날 몸의 기능이 멈추고 / 모두가 흙으로 돌아갈 어디쯤에서 / 파도가 뱉어낸 모래톱을 걸으며 알게 되었네 / 두 손을 모아 애타게 호수를 부르는 이유를 / 모든 원인과 이유가 한 곳으로 모아질 때 / 알게 되었네. 당신이었기에 가능한 시간이었음을 이른 아침 얇은 패딩을 걸치고 뒤란에 나왔다. 바람이 차다. 한 무리의 꽃이 지면 또 다른 무리의 꽃이 핀다. 꽃들은 바쁘다. 지난 한 달 동안 일 년만큼의 일들이 있었다. 시 창작 아카데미를 준비하며 많은 분을 만났고, 지향 이창봉 신호철 시인의 삼인 삼색 시집 〈선물〉의 시작과 북 콘서트가 있었던 날까지 노트 한 권을 채울 만큼 긴 시간이 흘렀다. 서로를 향한 마음의 문을 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혹 열고 싶어도 열리지 않는 것이 마음의 문이다. 창작이란 개별적 고통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쉽게 서로의 글을 마주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래서 만남은 조심스럽고도 가슴 뛰는 일이 아닌가 싶다. 오랜 삶 속에서 마주친 적 없는 분들이었기에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스며드는 환희에 우리는 활짝 웃었다. 뒤란의 꽃들을 살피다가 저들의 이름 한자에 꽃 한 송이를 떠올려 본다. 꽃들의 모양도, 색깔도 다르듯이 시 한 편마다의 느낌과 감동이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양지를 좋아하는 꽃들도 있지만 양지와 음지가 적당히 교차하는 곳을 선호하는 꽃들도 있다. 꽃의 향기도 달라 근거리에서도 꽃의 위치를 알아차릴 만큼 향이 짙기도 하지만 향이 거의 없는 꽃도 있다. 잔뜩 엎드린 앙증맞은 채송화가 있는가 하면 가을 찬 바람이 불 때쯤 산들산들 피어나는 아네모네도 있다. 심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씨가 떨어져 살아나는 다소곳한 과꽃도 있다. 겹겹의 꽃들이 백 일 동안 피어있다는 백일홍의 풍성한 모습도 아름답다. 보라색 물감을 찍어낸 듯한 붓꽃도, 노랗다 못해 빛이 나는 달맞이꽃도 있다. 장미의 화려한 자태도, 바람에 흔들리는 가을 코스모스도 있다. 달뜨면 나는 창가에 서 있는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 세상의 모든 고요를 모아 당신 뜨락에 펼쳐 놓고 잠들고 싶다 손을 모아본다. 시를 대하는 태도는 진정과 애정이다. 꽃이 그렇고 나무가 그렇고 또한 사람이 그렇다. 뿌리의 진정으로 준비해 애착과 사랑으로 자라고 피운다. “무슨 생각으로 이 글을 쓰셨나요?”의 물음에 “무엇이 느껴지나요?”로 반문해 보면 어떨까. 깊은 대화는 여기로부터 시작된다. 보이는 무엇을 넘어 보이지 않는 내면을 서로에게 묻고 생각을 소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것이 창작의 자유요 기쁨이다. 창작은 강요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창작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막을 수 없는 열정이다. 자신의 표현이고 자신의 결정이어야 한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창작 아카데미 가을 코스모스 애착과 사랑
2025.09.08. 1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