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자도…‘마구잡이 단속’ 비난
불법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시민권자까지 구금되는 일이 잇따르자 '숫자 채우기식 단속'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하루 3000명 체포’를 강조하면서 마구잡이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KTLA 보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LA시 남동쪽의 피코 리베라 지역에서 월마트 직원으로 일하던 시민권자 아드리안 마르티네스(20)가 ICE 요원들에게 검거됐다. 당시 상황이 담긴 인스타그램 영상에는 마르티네스가 ICE 요원들에게 제압돼 바닥에 눕혀지고, 주변에서 “그는 시민권자야!”라는 외침이 들린다. 당시 그는 동료를 보호하려다 검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티네스의 어머니는 “아들이 구타를 당하고 끌려가는 장면을 봤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 사건 직후 150여 명이 피코 리베라 시청 앞에 모여 ‘ICE는 피코에서 나가라(ICE out of Pico)’ 등의 팻말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피코 리베라 시의 스티브 카르모나 매니저는 성명을 통해 “연방 당국은 시나 LA카운티 셰리프국과 어떠한 협의도 없이 단속을 벌였다”며 “이러한 작전은 지역사회에 공포를 조장하고 신뢰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법적 대응을 포함해 주민 보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뉴욕에서는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인 브래드 랜더 뉴욕시 감사관이 ICE 요원에게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맨해튼 이민법원에서 나온 남성을 연행하려던 ICE 요원에게 체포 영장을 요구하다가 실랑이 끝에 연행됐다. 랜더 감사관은 최근 며칠간 법정에서 심리를 지켜보며, 추방 우려가 있는 이민자들과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민법원 심리를 마치고 나온 불법체류자가 체포돼 추방 절차가 진행되는 일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ICE 측은 “업무를 방해하고 폭행했다”고 주장했지만, 랜더 감사관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헌법도 민주주의도 지금은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앞서 8일에는 LA카운티 호손에서 임신 9개월이던 시민권자 캐리 로페즈가 ICE 요원들에게 체포되기도 했다. 당시 그녀는 함께 차량에 타고 있던 남자친구와 사촌을 보호하려다 제압당했고, 이후 샌피드로 ICE 구금시설로 이송돼 단기간 구금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로페즈는 “나는 미국 시민이라고 말했지만, 요원들은 내게 ‘멕시코에서 왔지?’라고 물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그녀는 심한 복통에 병원으로 이송됐고, 딸을 출산했다. 이후 석방돼 자택에 머물고 있지만, 불법체류자로 추정되는 그녀의 남자친구는 여전히 텍사스 구금시설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에도 몬테벨로 지역의 견인업체를 급습한 단속에서 시민권자 하비에르 라미레즈(32) 씨가 체포돼 행방이 묘연해진 사례도 있었다. 당시 영상에는 요원들이 영장 없이 진입해 작업자들을 강하게 제압하는 모습이 담겼으며, 라미레즈 씨는 “여권이 내 주머니에 있다”고 외쳤지만 결국 연행됐다고 가족은 주장했다. 이처럼 시민권자 체포 사례가 잇따르자 ICE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ICE 요원은 “지금 중요한 건 숫자다. 질보다 양”이라며 “이 정책은 요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ICE 국장을 지낸 존 샌드웨그는 “이러한 할당제가 ICE의 역량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CNN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ICE가 체포한 범죄 전력 불법체류자 18만5000여 명 가운데 중범죄 전과자는 10% 미만이며, 대부분은 교통위반이나 이민법 위반이라고 전했다. 강한길 기자시민권자 채우기식 시민권자 아드리안 ice 요원들 숫자 채우기식
2025.06.18.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