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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조용한 천재

‘채식주의자’를 내가 처음 읽은 것은 2016년 한강이 맨부커상을 받은 직후였다. 이 책은 한마디로 나를 깊은 충격에 빠뜨렸다. 작품의 소재, 아이디어 착상과 매듭 없이 매끄럽게 흘러가는 스토리 전개, 색다른 구성의 3부작 연작소설, 이 모두가 나를 흥분과 설렘의 장으로 몰고 갔었다. 이 책 내용을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하기에 당장에라도 독후감을 쓸 수 있을 정도다. 그 후 ‘희랍어 시간’, ‘흰’, ‘소년이 온다’ 등 한강 작가의 책을 거의 구입해 읽었지만 역시 나의 관심사는 정치나 이념이 아닌 ‘인간’이기에 이 책은 나를 많이 흔든 작품이다.     문학이 예술의 한 장르이면서도 ‘문학과 예술’이라고 사람들은 둘을 구분해서 말한다. 왜 그럴까. 보통 예술 즉 음악, 미술, 무용은 시공간 예술로 누구나 직접 보고 들으면서 가슴으로 느낀다. 그러나 문학은 다르다. 작가가 쓴 작품은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번역되어야만 이해와 공감을 얻을 수 있다. 해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품을 꼭 읽고 독후감을 쓰고 있다. 한림원은 한강의 수상 선정 이유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시적 산문’이라고 밝혔다. 호사다마라 하였던가. 항간에서는(한국 사람들이) 이 책을 너무 외설스럽고 청소년에게 해가 되는 불량 책으로 받아들여 한림원 앞에서 이 상을 취하해 달라고 시위했다 한다. 통탄할 일이다.     천재는 보통 동시대인에게 외면당한다. 천재는 범인이 보지 못하는 그 이상을 본다. 창조는 자유로운 영혼에서 나온다. 이번에 이 책을 다시 정독했다. 작가의 천재성을 알아보는 독자로서, 또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준 선배 작가의 재능을 열린 눈과 마음으로 행과 연을 정성 들여 읽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영혜이지만 영혜는 말하지 않는다. 다만 관찰될 뿐이다. 1부에서는 남편, 2부에서는 형부, 그리고 3부에서는 언니가 화자이다. 1부에서 평소 조용하고 평범한 영혜는 어느 날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그 이유는 “꿈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꿈은 추상적이면서도 점차 구체적인 트라우마의 실체를 드러낸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잔인함과 가부장적인 폭력은 그녀의 명치 끝에 걸려 그녀에게 평생 고통을 준다. 결국 그녀는 채식을 선언한다. 2부에서 형부는 현대 예술을 하는 비디오 작가이다. 성실하고 생활력이 강한 아내를 둔 그는 최근 2년 동안 별다른 작품을 창작하지 못해 매일매일 방황하던 중에 우연히 아내로부터 처제에게 몽고반점이 남아있다는 말을 듣게 되고 이 사실은 그에게 큰 영감을 불어넣었다. 그때부터 그는 그녀를 알고 싶다는 욕망과 자신의 열정이 창조해 낼 작품만을 위해 파멸의 길을 재촉한다.     채식주의자이며 식물 세계를 갈망하던 영혜는 자신이 스스로 식물 세계의 정점인 꽃이 된다는 환영에 들떠 몸과 마음을 슬며시 열기 시작한다. 밝은 연둣빛으로 남아있는 몽고반점을 중심으로 번져나간 가지들, 잎새들, 그리고 화려한 꽃잎들로 보디 페인팅을 한 후 형부에게도 꽃이 되어주기를 주문하며 그 후 꽃들은 교합을 이룬다. 이 둘의 파괴적인 열정에 부딪혀 태어난 예술작품의 결실로 영혜는 정신병원에 갇히고 형부는 폐인이 된다. 3부에서는 풍광 좋은 숲속에 있는 정신병원에서 영혜는 날마다 먹기를 거부하며 마른나무가 되어간다.     비 오는 어느 날 그녀는 숲속에서 실종된다. 오랜 수색 작업 후 그녀는 땅에 물구나무서기로 머리를 박고 양 손바닥을 땅에 심은 뒤 가랑이를 벌리고 자연과 교감하고 있는 모습으로 발견된다. 포식 동물과 달리 햇빛만 받으면 살아갈 수 있는 나무가 부러웠던 영혜는 서서히 나무로 변해가고 있었다.     연작소설의 의미가 암시하듯 1부에서는 채식주의자를 선언하고 2부에서는 식물 세계의 정점인 꽃이 되었다가 3부에서는 결국 순한 나무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을 선택한 영혜를 이야기한다. 다른 한편 작가는 언니인 인혜가 지켜보고 겪어가는 삶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고 또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인간의 멍에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천재 식물 세계 보통 예술 시공간 예술

2024.12.02. 21:32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수고하고 일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보수는 다른 사람이 받는다는 말이다. 재주는 어떤 일을 남달리 잘하는 타고난 소질이다. 곰은 훈련만 잘 시키면 재주를 부린다. 왕서방은 재주는 없지만 돈 버는 기술은 안다. 곰 쪽에서 보면 부당하기 그지없다.     타고난 소질과 천부적 재능에 열정과 노력이 합쳐질 경우 창의적이고 독보적인 능력이 빛을 발한다. 재능은 땅에 묻힌 보석이다. 옥의 원석은 돌조각이다. 장인의 손에 갈고 닦아서 세공을 거쳐 투명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보석이 된다.     인류 역사를 바꾼 세계 10대 천재 1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2위는 극작가 세익스피어, 3위는 대문호 괴테, 5위는 미켈란젤로로 꼽힌다. 다빈치는 화가, 조각가, 발명가, 건축가, 과학자, 음악가, 공학자, 문학가, 해부학자, 지질학자, 천문학자, 식물학자, 역사가, 지리학자, 도시계획가, 집필가, 기술자, 요리사, 수학자, 의사 등 다방면에서 완벽하게 활약한 다중천재(Polymath)다.     1452년 이탈리아의 빈치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다빈치는 부친의 친구인 베로키오 공방에 견습생으로 일하게 된다. 베르키오 작품 ‘그리스도의 세례’(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소장, 1515년)의 아래 귀퉁이에 천사들을 그렸는데 스승은 깜짝 놀란다. 어린 제자가 자신보다 그림을 더 잘 그린다는 사실에 붓을 꺾고 조각에만 전념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작품을 보면 두 아기천사의 볼은 둥글고 질감이 살아있는데 예수와 요한의 얼굴은 평면적이고 침침하다.     ‘우리는 이따금씩 자연이 하늘의 기운을 퍼붓듯, 한 사람에게 엄청난 재능이 내리는 것을 본다. 이처럼 감당 못 할 초자연적인 은총이 한 사람에게 집중 되어서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과 예술적 재능을 고루 갖게 되는 일이 없지 않다. (중략) 도저히 인간의 손으로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르네상스 시대 화가이며 미술사가인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가 극찬한 사람은 다빈치다.     다빈치는 37세부터 시작해 약 30년간 중단 없이 5천 쪽 분량의 육필 원고를 남겼다. 내용의 방대함과 깊이로 인해 해설 없이는 읽기 어렵지만 다빈치의 필사본은 불꽃 같은 창의력과 모든 분야에 대한 예술가의 열정을 담고 있다.     1994년 빌 게이츠는 36장짜리 코텍스 해머(Codex Hammer)라 불리는 필사본 노트 한 권을 340억 달러에 구입한다. 다빈치는 자신이 몰두한 개념을 간단한 스케치로 표현하고 깊이 사색하며 창의력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다빈치의 열렬한 팬인 빌 게이츠는 유명화가의 노트 한 권을 수집한 것이 아니라 16세기 낡은 노트에 담긴 다빈치 생각의 틀을 산 것이다.     빌 게이츠도 ‘노트광’으로 유명하다. 착상은 날파리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 버린다. 인스프레이션(Inspiration)이 도망가기 전 재빠르게 필기하는 것이 영감을 붙잡는 최선의 방법이다.     재주와 능력이 성공한 삶, 위대한 예술가를 만들지 않는다. 창의력은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 만나는 새벽별로 반짝인다.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이나 꽃잎 송별도 기록으로 남기면 남은 자의 기억 속에 작은 흔적으로 남는다.     생의 파노라마를 영혼의 무늬로 새길 수 없다 해도 별이 지는 밤, 은하수를 건너 그대 가슴에 사랑은 민들레 홀씨로 퍼져나간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천재 천재 1위 다빈치 생각 천부적 재능

2024.07.2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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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천재 작가 레베카 쾅의 소설 ‘바벨’

언어의 마술적인 힘, 그 힘을 저장하여 물리적인 에너지를 쓸 수 있을까?  레베카 쾅(Rebecca F. Kuang)의 신작 소설,  ‘바벨, 혹은 폭력의 필요성 (Babel, or the Necessity of Violence)’을 읽어 보면 그 답을 엿볼 수 있다.   쾅? 대부분의 사람이 들어보지 못한 이름일 것이다. 미국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5년 이내에 꼭 알게 될 소설가, 미래의 노벨상감이다.     ‘바벨’은 쾅의 네 번째 출간 소설. 작가는 세 권짜리 시리즈 소설 ‘아편 전쟁 (the Poppy War’을 2018, 2019, 2020년에 각각 출판하면서 작가로 확고한 명성을 쌓았다. 그리고 2023에는 ‘황인종의 얼굴 (Yellow Face)’이 출간될 예정이다.     쾅, 그녀는 이제 26살, 예일대학에서 중국 현대 문학 박사학위 공부를 하고 있다. 네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 온 중국인. 조지타운 대학을 나와서 영국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에 각각 다른 석사학위를 했다. 그 사이에 네 권의 소설을 출간, 판타지 부문의 최고상을 수상 또는 최종 후보에 오른 천재 작가다.     ‘바벨’의 시대 배경은 1830년대. 당시 옥스퍼드 대학에서 최고의 명문 학부는 왕립통역원 (Royal Institute of Translation), 캠퍼스에서 가장 높은 빌딩 바벨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바벨은 빌딩 이름일 뿐만 아니라 학부의 이름이기도 했다.     바벨의 재정적 기반은 바로 언어의 마술적인 힘을 저장 이용하는 것이었다.  ‘번역은 반역(betrayal)’ 이란 말이 있듯이 통역은 원어의 뜻에 100% 정확할 수가 없다. 번역 과정에서 사라지거나 변형되는 의미를 고스란히 담아 에너지로 쓸 수 있는 기술, 이것이 바벨의 자산이었다.     바벨의 언어학자들은 은으로 만든 막대에 특정한 영어 단어와 그에 해당하는 외국어 번역어를 새겨 넣는다. 그리고 영어와 그 대상어를 동시에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 주술을 행하면 그 은 막대가 번역 과정에서 사라지는 힘을 에너지로 저장한다. 그 에너지를 제대로 운용하면 그 단어가 뜻하는 바가 산업 현장 또는 일상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의 ‘스피드(speed)’와 그에 해당하는 중국어 글자를 새긴 은봉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기차를 실제로 빨리 달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영국이 대제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언어의 힘을 저장한 은봉 덕택이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옥스퍼드 대학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어린이들을 데려와 훈련하게 된다.     이때 데려온 중국 소년 로빈, 인도에서 온 래미, 하이티에서 온 빅트와르, 그리고 영국 출신 레티, 그 네 명의 학생들이 자신들을 지원해온 바벨에서 대영제국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다. 영국이 중국을 상대로 더 많은 아편을 팔아먹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려 하고 바벨이 영국의 제국주의 식민주의의 선봉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들은 그들이 영국 제국주의 앞잡이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세상의 정의를 위해서는 무력의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이 소설의 역사적 배경은 1839년에 발생한 제1차 아편전쟁이다. 2000명이 안 되는 영국군이 청나라를 굴복시켜 청이 망국의 길로 이끈 역사의 큰 변곡점이 된 사건이다. 김지영 / 변호사열린광장 레베카 천재 빌딩 바벨 소설가 미래 신작 소설

2023.03.01. 21:16

[열린광장] 천재 작가 레베카 쾅의 소설 ‘바벨’

언어의 마술적인 힘, 그 힘을 저장하여 물리적인 에너지를 쓸 수 있을까?  레베카 쾅(Rebecca F. Kuang)의 신작 소설,  ‘바벨, 혹은 폭력의 필요성 (Babel, or the Necessity of Violence)’을 읽어 보면 그 답을 엿볼 수 있다.   쾅?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어보지 못한 이름일 것이다. 미국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5년 이내에 꼭 알게 될 소설가, 미래의 노벨상 감이다.     ‘바벨’은 쾅의 네 번째 출간 소설. 작가는 세 권짜리 시리즈 소설 ‘아편 전쟁 (the Poppy War’을 2018, 2019, 2020년에 각각 출판하면서 작가로 확고한 명성을 쌓았다. 그리고 2023에는 ‘황인종의 얼굴 (Yellow Face)’이 출간될 예정이다.     쾅, 그녀는 이제 26살, 예일대학에서 중국 현대 문학 박사학위 공부를 하고 있다. 네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온 중국인. 조지타운 대학을 나와서 영국 케임브리지와 옥스포드에 각각 다른 석사학위를 했다. 그 사이에 네 권의 소설을 출간, 판타지 부문의 최고 상을 수상 또는 최종 후보에 오른 천재 작가다.     ‘바벨’의 시대 배경은 1830년 대. 당시 옥스포드 대학에서 최고의 명문 학부는 왕립통역원 (Royal Institute of Translation), 캠퍼스에서 가장 높은 빌딩 바벨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바벨은 빌딩이름일 뿐만 아니라 학부의 이름이기도 했다.     바벨의 재정적 기반은 바로 언어의 마술적인 힘을 저장 이용하는 것이었다.  ‘번역은 반역(betrayal)’ 이란 말이 있듯이 통역은 원어의 뜻에 100% 정확할 수가 없다. 번역 과정에서 사라지거나 변형되는 의미를 고스란히 담아 에너지로 쓸 수 있는 기술, 이것이 바벨의 자산이었다.     바벨의 언어학자들은 은으로 만든 막대에 특정한 영어 단어와 그에 해당하는 외국어 번역어를 새겨 넣는다. 그리고 영어와 그 대상어를 동시에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 주술을 행하면 그 은 막대가 번역 과정에서 사라지는 힘을 에너지로 저장한다. 그 에너지를 제대로 운용하면 그 단어가 뜻하는 바가 산업 현장 또는 일상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의 ‘스피드(speed)’와 그에 해당하는 중국어 글자를 새긴 은봉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기차를 실제로 빨리 달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영국이 대 제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언어의 힘을 저장한 은봉 덕택이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옥스포드 대학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어린이들을 데려와 훈련시키게 된다.     이 때 데려온 중국 소년 로빈, 인도에서 온 래미, 하이티에서 온 빅트와르, 그리고 영국 출신 레티, 그 네 명의 학생들이 자신들을 지원해온 바벨에서 대영제국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다. 영국이 중국을 상대로 더 많은 아편을 팔아먹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려 하고 바벨이 영국의 제국주의 식민주의의 선봉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들은 그들이 영국 제국주의 앞잡이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세상의 정의를 위해서는 무력의 사용이 불가피 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이 소설의 역사적 배경은 1839년에 발생한 제1차 아편전쟁이다. 2000명이 안되는 영국군이 청나라를 굴복시켜 청이 망국의 길로 이끈 역사의 큰 변곡점이 된 사건이다. 김지영 / 변호사열린광장 레베카 천재 빌딩 바벨 소설가 미래 신작 소설

2023.02.27. 18:32

[뉴스 포커스] ‘젋은 천재 기업인’에 대한 환상

IT산업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나타난 현상이 ‘젊은 천재 기업인’들의 등장이다. 지금은 6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주인 빌 게이츠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도 ‘젊은 천재 기업인’ 소리를 들었다. 이어 아마존의 제프 베이저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메타(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의 계보로 이어진다. 워낙 괴짜 이미지가 강해 이미지 손상은 있지만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이 그룹에 포함시킬만 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과감한 승부수다. 대부분이 보장된 길을 마다하고 젊은 나이에 과감하게 창업을 택했다. 관심과 호기심에서 출발해 가능성을 확인하고 바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물론 실패가 성공 사례보다 훨씬 많지만 ‘젊은 천재 기업인’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그리고 이들에 의해 인류의 진보가 이뤄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천재’라는 수식어에 무한한 신뢰감을 보인다. 보통사람과는 다른 특출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열광한다. 특히 IT 등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일수록 이런 현상이 심하다. 그러다 보니 종종 부작용도 생긴다.  ‘실리콘밸리 최대의 사기극’이라는 테라노스 사태도 그중 하나다. 테라노스의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는 혈액 몇 방울로 암을 포함해 250여 가지 질병 진단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고 홍보했다. 2003년 테라노스 창업 당시 홈스의 나이는 19세에 불과했다.  홈스는 천재라는 수식어와 함께 ‘여자 스티브 잡스’라는 찬사를 들었고 테라노스에는 엄청난 투자금이 몰렸다. 당연히 홈스는 최연소 여성 억만장자가 됐다. 그러나 애초에 그런 기술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고, 홈스는 신데렐라에서  하루아침에 ‘희대의 사기꾼’으로 추락했다.     분야는 조금 다르지만 요즘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맨-프리드의 몰락이다. 올해 30세인 그는 2년 전인 2021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400대 부자에 올랐던 인물이다. 당시 20대로는 유일했으며 포브스가 평가한 그의 재산은 87억 달러나 됐다. 놀라운 것은 그의 이런 성공 스토리가 5년 만에 쓰인 것이라는 점이다. 2014년 명문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한 그는 주식,채권,외환 거래 등을 하는 트레이딩 회사에 취업했다. 하지만 2017년 퇴사 후 알라메다 리서치라는 트레이딩 업체를, 그리고 2019년에는 암호화폐 거래소인 FTX를 창업했다.     암호화폐 투자 열풍을 타고 FTX는 급성장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FTX는 파산보호신청을 했고 수사 기관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사기라고 발표했다. 뱅크맨-프리드에게는 역시 역사상 최대 규모인 2억500만 달러의 보석금이 책정됐고, 대출사기, 자금세탁, 선거자금법 위반 등 무려 8가지나 되는 혐의로 재판이 진행중이다.     투자자들은 왜 뱅크맨-프리드에게 몰렸을까?  또 한 번 ‘젊은 천재’의 환상에 빠진 것이 이유가 아닐까 싶다. FTX의 파산 과정을 관리하는 전문가에 따르면 FTX의 경영 방식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자산 수백억 달러의 기업에서 회계 업무가 중소기업용 퀵북 프로그램으로 처리됐고, 서류 결재가 채팅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회사의 주요 결정 논의가 시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는 채팅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바람에 주요 기록도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수익을 좇는 것은 자본주의의 특성 가운데 하나다. 그것도 가능하면 쉽고 빠른 방법으로. 이런 조급함에 투자자 스스로가 ‘젊은 천재 기업인’이라는 환상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뱅크맨-프리드가 잘나가던 시절 사람들은 그를 JP모건 창업자인 존 피어몬트 모건, 투자의 전설인 워런 버핏에 비교했다. 뱅크맨-프리드는 항변한다. “회사 경영에 좀 더 집중하지 못하고 잘못 운영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을 속일 의도는 없었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기업인 천재 천재 기업인 창업자 엘리자베스 암호화폐 거래소

2023.01.0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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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피아니스트 임윤찬 군, 감동의 무대 선보여

 미국의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사상 최연소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보기 위해 수백명의 한인들이 오로라 한인타운에서 1시간 30분 거리의 포트 콜린스까지 기꺼이 달려가 그의 공연을 온전히 감상했다. 지난 8월 1일, 포트 콜린스의 콜로라도 주립대학 내 University Center for the Arts의 그리핀 콘서트 홀에서 예정된 임군의 공연은 오후 7시 30분이었으나, 6시 이전부터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줄을 선 관객들의 대부분은 한인 교민들로,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의 나이로 금메달을 차지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임군의 피아노 연주를 직접 목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7시 30분을 조금 넘긴 후 앳된 얼굴의 임윤찬군이 등장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브람스의 4개의 발라드 Op.10 4곡을 쉴새없이 몰아치듯 연주했고, 곧 이어 멘델스존의 환상곡 F# 단조(스코틀랜드 소나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화려한 아르페지오의 도입부는 환상곡답게 환상성을 도드라지게  나타냈으며, 빠르기에 있어 안단테와 콘 모토 아지타토를 번갈아 쓰며 템포의 변화를 주어 감정의 표현을 드러냈다.  때로는 물 흐르듯 부드럽게, 때로는 회오리바람이 휘몰아치듯, 피아노와 혼연일체가 된 듯한 임군의 연주는 숨이 멎을 정도로 강한 흡입력을 표출했고,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그의 연주를 홀린 듯 지켜봤다.       15분간의 휴식시간을 마치고, 다시 모습을 드러낸 임군은 알렉산더 스크리아빈의 피아노 소나타 2번 ‘환상 소나타’ G# 단조 Op.19로 연주를 시작했다. 첫번째 안단테 악장은 반복되는 선율로 시작했으며, 이후 서정적으로 흘러가는가 싶더니 짧은 클라이맥스에 이른 후 다시 잔잔하고 서정적인 선율로 돌아갔다. 두번째 악장은 프레스토로 빠르고 열정적인 연주로 1악장과 선명하게 대비되었다. 마치 폭풍우에 풍랑이 이는 듯 격정적인 연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곡을 마무리했으며, 마지막 곡이었던 베토벤의 “영웅 변주곡”과 푸가 내림 E 장조 Op.35(에로이카)는 상당히 긴 길포이의 변주곡으로, 응축과 격렬한 긴장과 이완이 교차되며 치밀한 구성을 연주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연주를 선보였다.약 2시간에 걸쳐 4곡을 악보 없이 연주해 낸 임군은 18세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때로는 대담하고, 때로는 섬세한 연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특유의 자신만만한 몸집과 표정은 곡 자체에 완전히 몰입한 피아니스트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게 했다. 준비한 곡이 끝나자 관객들은 전원 기립하며 우레와 같은 박수로 임군의 천재적인 연주에 찬사를 보냈으며, 이에 임군은 초절정의 기교를 선보이며 스크리아빈의Feuillet d’Album op.45 no.1, 라흐마니노프의 라일락, 리스트의Transcendental Etude no.10 등 3차례에 걸쳐 앙코르 곡으로 화답했다.       임군의 이날 공연은 미국에서의 마지막 공연이었으며, 그는 다음날인 3일 새벽 비행기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 현재 한국예술종합대학에 재학 중인 임군은, 콩쿠르 입상 후 공연일정이 빈틈없이 짜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공연 전날 밤 12시가 넘게까지 연습에 매진하는 등 성실한 모습에 겸손함까지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공연을 찾은 한인 교민들은 한국이 배출한 천재 피아니스트의 공연에 감탄을 거듭하며 “공연을 볼 수 있어 영광이었다”, “천재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콜로라도까지 찾아와서 이런 멋진 공연을 펼쳐준 임윤찬에게 감사할 따름”, “18살에게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실력이다. 28살 피아니스트도 저 정도로 하기가 어렵다. 말 그대로 천재 피아니스트”라며 입을 모아 찬사했다. 임군과 함께 콜로라도를 찾은 임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아와주신 한인 교민 여러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임군의 공연은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6일까지 열리는 오디시아드 국제 피아노 페스티벌(International Keyboard ODYSSIAD & Festival)의 초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임윤찬군의 공연 외에도 8월 4일에는 한국의 피아니스트 이주은(Ju-eun Lee)씨의 공연도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오디시아드 페스티벌의 창설자인 제넷 랜드리스 박사는 임군의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간단한 소개와 함께, “18세의 임군이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을 할 때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여러분들도 그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하린 기자피아니스트 천재 피아노 연주 피아노 소나타 국제 피아노

2022.08.0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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