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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러시모어산과 청와대

내 여행 버킷 리스트 중 하나는 사우스다코타주 래피드시 남쪽에 있는 러시모어산 국립기념지다. 네 명의 대통령 얼굴을 거대한 화강암 꼭대기에 조각해 놓은, 속칭 큰 바위 얼굴로 알려진 그곳을 꼭 가보고 싶다. 미국 역사 속에 큰 족적을 남긴 위대한 대통령의 조각상을 직접 현장에서 바라보고 싶기 때문이다.   화강암 산꼭대기에는 네 명의 위대한 대통령의 상이 조각돼 있다. 왼쪽에는 미국 독립과 공화국 탄생에 기여한 조지 워싱턴 대통령(초대)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옆에 독립선언문을 쓰고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 주를 사들여 국토를 넓힌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3대), 대공황을 이겨내고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26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북전쟁을 북군의 승리로 이끌어 미국 연방을 지켜내고 노예해방을 이룬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16대)이 조각되어 있다.   이 네 명은 각기 건국(founding), 성장(growth), 보존(preservation), 발전(development)을 상징한다.     미국의 오지라고 할 수 있는 사우스다코타주는 러시모어산 국립기념지 덕분에 세계적인 명소가 됐고, 매년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이 거대한 조각상은 1927년 러시모어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자 거츤 보글럼이라는 유명한 조각가가 다이너마이트로 바위산을 폭파해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큰 틀을 짠 뒤에 대좌를 만들고 파워 드릴로 얼굴을 조각해 미국을 빛낸 대통령을 조각했다. 작업을 마치지 못한 채 1941년 세상을 떠났고 아들 링컨 보글럼이 대를 이어 15년 만에 완성했다. 투입된 인원이 400명, 조각 높이가 18m에 이르는 대작이다.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에도 ‘큰 바위 얼굴(The Great Stone Face)’이 있다. 큰 바위 얼굴을 쳐다보면서 자라는 어린이는 큰 행운이다. 생김이 숭고하고 웅장하면서도 표정이 다정스러워 온 인류를 포용하고도 남을 위인을 이상으로 삼고 자라기 때문이다. 그 미소는 아이들의 가슴에 넓고 깊은 인류애를 심어 준다.     호손이 독자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는 어떤 나라, 어떤 사회든 큰 바위 얼굴이 큰 바위 얼굴을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의 큰 바위 얼굴은 어디에 있는가?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청와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옛 청와대를 둘러보면서 우리 어린이들은 무엇을 생각할까? 청와대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아우슈비츠 수용소나 체르노빌 원폭 사고 현장처럼 흑역사의 현장을 둘러보는 관광을 일컫는다)의 본산이 될까? 제왕적 대통령의 상징으로 남을까?   오로지 제왕적 대통령을 내려놓겠다는 명분으로 새 대통령은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전격 이전했다. 돌격대장 같은 모습을 보고 제왕적 당선인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제왕적 대통령은 우리에게만 있지 않았다. 원조는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었다. 큰집에 살고 있다고 해서 ‘제왕적’으로 불리는 게 아니다. 무소불위의 권력 남용이 늘 문제였다.     10일 새 대통령의 역사적 취임식이 있었다. 취임사에서 유독 ‘자유’를 35번 외친 새 대통령, 과연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어 큰 바위 얼굴로 역사에 남게 될까? 김우룡 / 언론학 박사기고 러시모어산 청와대 대통령 얼굴 제왕적 대통령 바위 얼굴

2022.05.15. 13:58

[J네트워크] 74년 만의 청와대 전면 개방

청와대가 74년 만에 전면 개방됐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12명의 대통령이 거쳐 갔다. 백악산 아래 자리 잡아 자연과 어우러진다는 점이 여느 외국의 대통령 집무실과 차별화되는 곳이다. 청와대 경내 어디에나 나무가 심겨 있고, 꽃이 피어 있고, 새가 날아든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청와대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철마다 꽃과 새에 대한 교육을 받고 공부를 했다. VIP(대통령)나 청와대를 방문한 외빈이 ‘이건 무슨 꽃이냐’ ‘이건 무슨 새 소리냐’라고 물어볼 때 바로바로 대답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윗선과 함께 있을 때 이름 모르는 꽃이 보이면 살포시 지르밟고, 낯이 익지 않은 새소리가 들리면 돌을 던져 쫓아 보냈다는 에피소드가 우스갯소리처럼 전해진다.   꽃뿐만 아니라 나무의 수령도 알아야 했다. 청와대 경내에는 180여 종의 나무 5만여 그루가 심겨 있다. 수궁터에 있는 740여년 된 주목(朱木) 나무가 최고참 나무다. 나이가 들수록 껍질도 붉고 심재도 붉어져서 ‘붉을 주’자를 쓴다. 청와대 직원들은 주목 나무에 대해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고 한다. 생명력이 끈질기고 쓰임새가 다양하다는 뜻이다. 어떤 나무는 하루에 수령이 수백살씩 깎이기도 했다. 상관이 VIP에게 수령을 제대로 보고 못한 것이다   청와대 온실에서 철마다 바꿔 심을 꽃과 분재를 가꿨다. 온실은 처음엔 녹지원과 가까이 있었다. 녹지원은 청와대에서 가장 넓은 정원이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온실터에 비서동이 들어서면서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녹지원의 잔디밭 둘레를 따라 조깅을 즐겼다. 가을이면 춘추관과 가까운 녹지원 초입에 코스모스가 핀다. 코스모스를 좋아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심어놓은 것이다.   청와대가 산자락에 자리 잡아 대통령만 남몰래 즐기던 취미생활도 있었다. 청와대 관저에서 백악산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평평한 바위가 나타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티샷을 하던 바위다. 티샷이 떨어질 만한 거리에 군부대가 있어 골프공을 회수했다. 속칭 ‘G(golf)장’으로 불렸던 청와대 경내 골프장이다.   청와대에 간다면 꽃과 나무·새소리에 주목하자. 매발톱과 꿩의비름이 어여쁜 얼굴을 드러내고 직박구리와 개똥지빠귀·멧새가 멋진 울음소리를 들려줄거다. 위문희 / 한국 중앙일보 기자J네트워크 청와대 전면 청와대 전면 청와대 직원들 청와대 온실

2022.05.13. 18:49

[J네트워크] 청와대와 백악관

청와대 내에서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나눠진 것은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다. 노 대통령이 1989년 청와대를 신축하면서 본관과 관저를 분리했다. 그전엔 2층짜리 구 본관 건물을 1층은 집무실, 2층은 생활공간인 관저로 사용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린 시절 살았던 청와대는 집무실과 관저가 같은 건물에 있었다.   1991년 지금의 청와대 본관이 준공되면서 관저(1990년 준공)와 집무실 간 ‘출퇴근’ 개념이 자리 잡았다. 새 대통령 집무실은 본관 2층에 마련됐다.     본관 로비만 들어서도 3m에 달하는 높은 층고와 정면에 보이는 중앙 계단이 주는 웅장함에 압도된다. 붉은색 카펫을 밟고 2층 계단을 올라 대통령 집무실로 향하면서 긴장하지 않는 국무위원과 참모진은 드물 것이다.   본관 집무실은 다른 한편으론 청와대 참모들이 근무하는 비서동과 거리가 멀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여민관(與民館)’으로 불리는 비서동 3개는 1관이 2004년, 2관은 1969년, 3관은 1972년 지어졌다. 비서동에서 본관까지 거리는 500m인데 차로는 5분, 걸어서는 15분이 걸린다.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여민1관 3층에 집무실을 마련했다. 크기는 168.59㎡(51평)인 본관 집무실의 절반 정도인 87.27㎡(26.4평).   역대 대통령 후보들이 집무실 이전을 공약할 때마다 모범 사례로 앞세우는 게 미국 백악관의 웨스트윙(West Wing·서쪽 건물)과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다.     오벌 오피스 좌우로는 부통령과 비서실장, 국가안보보좌관, 대변인 등의 사무실이 같은 1층에 들어서 있다. 타원형에 4개의 문이 나 있는 오벌 오피스의 면적은 75.8m²(약 23평) 규모다. 곡면의 벽체는 직사각형 구조보다 서로를 품어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하니 대화도 잘될 것 같다. 3개의 남향 창문 너머로는 백악관 정원인 로즈가든도 내다보인다.   새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은 ‘구중궁궐’로 불렸던 청와대 밖을 나온다고 한다. 집무실 내부는 물론이고 참모진 사무실을 재배치하는 작업이 예상된다. 집무실을 어디에 두느냐보다 대통령과 참모가 언제든 서로 방문을 밀고 들어가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 위문희 / 한국 중앙일보 기자J네트워크 청와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청와대 본관 본관 집무실

2022.03.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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