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 흰 눈, 그 위에
하늘 높은 곳에서 흰 북소리 둥둥, 첫눈이 내릴 때 땅의 어떤 이들은 이루지 못한 소원을 빈 입술에 되뇌이며 창에 촛불 리스(Wreath)를 걸고 불을 켠다 그 불 속으로 푹푹 내리는 눈, 눈의 향기로 세계는 소리 없는 은빛 나는 차가운 눈 속을 따듯하게 걸어 그들 곁에 다가가 눈이 풍년이 아니냐고 묵은해를 보내는 위로 인사를 하고 아직 발 디뎌보지 못한 미지의 시간 하늘이 축복처럼 쏟아지며 쌓이는 흰 눈, 그 위에 내 뜨거운 두 발, 새로운 발자국을 새기리라 이용언 / 시인문예마당 촛불 리스
2025.12.18. 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