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속이 터져 죽는다. 나무의 처음이자 마지막 절규. 총소리 같다고 한다. 깊은 밤, 깊은 곳, 한겨울, 먼 북쪽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한다. 여름 한 철, 6월 초부터 9월 중순까지 사람들이 놀러 온다. 그리고 곧바로 겨울이 온다. 춥다. 사람들은 서둘러 떠난다. 눈이 내리고, 호수는 얼어붙고, 칼바람이 분다. 무자비한 빙하기의 재림은 다음 해 5월까지 사람들의 왕래를 끊는다. 미국 몬태나 주, 캐나다 접경 지역, 글래시어 국립공원 로키 산맥 동쪽 산자락, 투 메디신 호수 주변의 이야기다. 이 호수와 계곡은 블랙푸트(Blackfoot) 원주민에게는 성지다. 그들은 이 호수를 ‘신령의 호수’라 부른다. 지난 6월 초 신령의 호수를 찾았다. 공원 서쪽을 돌아보고 로키산맥을 넘어 동쪽으로 가는 '태양으로 가는 길(Going-to-the Sun Road)'을 따라갈 계획이었으나, 그 길이 공사 중 이어서 공원 바깥 로키산맥 남쪽 자락을 돌아서 동쪽 입구로 간다. 아침나절 투 메디신 계곡으로 들어간다. 계곡을 꽉 차게 흐르는 강물은 짙은 남색, 강물 따라 부는 바람은 벅차다. 나그네가 견디기가 벅차다는 이야기이다. 산자락을 돌아 계곡의 끝을 본다. 검은 바위산이 하늘을 찌른다. 꼭대기 곳곳에 눈이 쌓여있다. 넓고 푸른 호수, 파도가 제법 높다. 호수 주위로 가문비나무 숲, 그리고 자작나무 숲이 여기 저기 보인다. 호수를 가로질러 유람선이 호수를 건너 반대쪽 계곡 입구로 데려간다. 한 번에 50여명. 숲속에 내려놓고 배는 돌아간다. 배가 호수 가운데쯤 갈 때는 조그만 돛단배만하게 보인다. 호수가 그만큼 넓다. 호숫가를 따라 가문비나무 숲, 짙은 녹색 나무들 사이에 전봇대 마냥 뻘쭘하게 서 있는 죽은 나무들이 보인다. 유람선 안내원의 설명이 떠오른다. “속 터져 죽은 나무들입니다. 한겨울 오밤중 나무들이 터집니다.” 날이 추워지면 나무들은 자신의 모통에서 물기를 뺀다. 그런데 가끔 낮 기온이 평소보다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나무는 날이 풀리는 줄 알고 다시 물을 빨아들인다. 이 골짜기는 기온 변화가 심하다. 그 근처 어느 마을의 기록에 의하면 하루에 낮 기온 화씨 46도에서 밤 기온 -56도, 무려 100도의 일교차를 보인 적도 있다. 깊은 밤 나무의 수액이 갑자기 얼어서 부풀어 오르면 나무는 터져버린다. 이 나무가 전봇대 크기로 자라려면 20년이 넘게 걸린다. 오래 살면 500년도 넘게 사는 나무가 어느 하루 기온 변화를 잘 못 감지한 착각으로 속이 터져 죽어버린다고. 정직하지만 가혹한 인과응보. 나무는 죽으면서 다른 동종 나무들에 경고를 한다. “살아남는 것이 최고의 선이다.” 하얗게 말라 죽은 고사목은 그렇게 지긋이 젊은 나무들이 크는 것을 지켜본다. 죽은 나무도 100년은 서 있다고. 김지영 / 변호사이 아침에 총소리 비명 녹색 나무들 호수 파도 호수 주위
2024.07.09. 20:08
LA지역에서 대낮에 발생한 총격 사건 등으로 인근 학교들이 잇따라 폐쇄됐다. 폐쇄 조치가 내려진 학교 앞은 자녀를 급히 인계하려는 학부모들로 북적이는가 하면, 경찰이 도로를 통제해 교통 혼잡을 빚기도 했다. LA경찰국(LAPD)에 따르면 14일 오후 2시 45분쯤 한인타운 내 ‘새미 리 박사 의학&보건학 매그닛 초등학교(이하 새미 리 초등학교)’ 인근 사우스웨스트 모어랜드 애비뉴에서 총격 사건 신고가 접수됐다. 새미 리 초등학교 사무실의 이재희 직원은 “밖에서 네 발 정도의 총소리가 들려 곧바로 학생들을 교내로 대피시켰다”며 “다친 학생이나 피해자는 없으며 경찰이 수사를 마칠 때까지 모든 학교 문을 걸어 잠그고 학생들을 보호했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시간은 학생들의 하교 시간과 맞물렸다. 특히 새미 리 초등학교와 인접한 에버레스트 중학교, 버질 중학교, 센트럴 시티 밸류 고등학교도 이 사건으로 임시 폐쇄됐다. 모두 한인타운 내 학교로 한인 학생이 다수 재학 중이다. 학교 측 관계자들은 자체 총격 대응 프로토콜에 따라 수사가 종료될 때까지 학생들을 교내에 머무르게 했다. LAPD는 이날 학교들이 학생들을 보호하는 동안 약 1시간가량 새미리 초등학교 인근 1가와 버몬트 애비뉴, 버질 애비뉴 등의 차량 통행을 차단하고 용의자 검거에 나섰다. 용의자는 곧 경찰에 의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각 학교 앞은 자녀의 안전을 걱정하는 부모들로 북적였다. 학교 측은 LAPD로부터 하교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정문에서 보호자 신원을 확인을 거쳐 학생을 학부모에게 인계했다. 새미 리 초등학교 학부모인 김상희씨는 “학교 근처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건 처음”이라며 “너무 놀라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전날 학교에서 ‘락다운(Lockdown)’ 연습을 진행해서 그런지 모두가 잘 대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LA다운타운 매그닛 고등학교도 이날 임시 폐쇄됐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군은 14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확히 모르지만 어떤 사건 때문에 학교가 폐쇄됐고, 조기 하교를 하라는 안내가 있었다”며 “평소보다 두 시간가량 일찍 끝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LAPD 토니 임 공보관은 “14일 오후 2시쯤 다운타운 매그닛 고등학교 인근에서 두 명이 살상 무기를 갖고 싸운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며 “약 한 시간 뒤에는 이 학교 내에서 학생들이 방망이를 들고 싸운다는 신고도 있었다”고 말했다. LA뿐 아니라 이날 글렌데일 지역의 학교들도 잇따라 문을 닫았다. 글렌데일경찰국에 따르면 던스모어 애비뉴와 펜실페이니아 애비뉴 인근 한 주택에서 경찰과 살상 무기를 든 용의자 간에 대치극이 발생, 인근 벨리뷰초등학교, 클락매그닛고등학교 등에 폐쇄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김경준 기자총격신고 총소리 초등학교 인근 초등학교 사무실 밸류 고등학교
2024.02.14. 20:32
대형 행사장 밖에서 경찰이 범죄 용의자를 향해 총을 발사하면서 행사장 안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압사와 같은 대형참사가 벌어질 뻔한 사건이 16일 롱비치에서 일어났다. 롱비치 경찰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30분경 애큐라 그랑프리 자동차 경주대회가 열린 행사장 밖 오션 불러바드와 엘름 애비뉴가 만나는 지역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자동차 경주대회를 구경하던 관중들은 총소리와 함께 경찰들이 떼를 지어 행사장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패닉 상태에 빠져 소리를 지르며 서로 먼저 행사장을 빠려나가려고 달리는 모습이었다. 다행히 대형 불상사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압사사고가 날 수 있는 정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총격사건은 앞서 롱비치 3가와 엘름 지역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의 용의자를 경찰이 발견하고 도망가는 용의자를 향해 총을 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용의자는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격사건이 발생한 현장 주변에서는 용의자가 소지했던 것으로 보이는 권총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 용의자가 인근에서 발생했던 3건의 총격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용의자의 신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김병일 기자롱비치 총소리 롱비치 경찰국 범죄 용의자 대형 행사장
2023.04.17. 1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