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무단 촬영엔 무반응이 상책
한인들에게 공공장소에서 ‘초상권(Right of Publicity Law)’은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최근 카메라를 들고 웃으며 한인들의 얼굴과 개인 차량 번호판까지 무차별적으로 촬영하는 유튜버가 다시 한인타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본지 3월 17일자 A-1면〉 영문도 모른 채 일방적으로 촬영을 당하는 한인들 입장에서는 속이 터질 노릇이다. “왜 나를 촬영하느냐”, “촬영하지 말라”고 항의해도 이들은 막무가내다. 이 유튜버는 지난 16일 LA 한인타운 내 김스전기 앞에서 무단 촬영 행위에 대해 따져 묻거나 당황해하는 한인들의 반응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았다. 급기야 김스전기 직원들은 이 유튜버가 더 이상 촬영하지 못하도록 우산을 펼쳐 카메라를 가렸다. 이 과정에서 유튜버가 휴대전화를 떨어뜨렸고, LA경찰국(LAPD) 경관은 무단 촬영 행위를 제지하기는커녕 직원들을 살상무기에 의한 공격 혐의로 수갑을 채우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유튜버의 주장에 따라 우산이 ‘무기’로 인식된 셈이다. 법이라는 것이 사실 일반인의 인식이나 사회적 현실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경우가 있다. 초상권이 그중 하나다. 누구나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문제는 길거리와 같은 공공장소에서는 이 권리가 약화된다는 점이다. 논란의 유튜버는 이 부분을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유튜버는 촬영 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1조를 앞세워 공공장소에서의 촬영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관들 역시 이러한 촬영 행위를 제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안을 법적으로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소 복잡해진다. 무단 촬영을 당한 사람에게 전혀 방어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주에서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부당한 목적이나 해당 콘텐츠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경우 일정 부분 초상권을 보호하고 있다. 문제는 일반인이 변호사를 선임해 이러한 사안에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간과 비용까지 감안하면 상당한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 유튜버의 영상을 보면 LA 곳곳을 돌아다니며 무단 촬영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즐기고 있다. 속상하고 화가 나더라도 법은 감정보다 앞선다. 물리적으로 대응하거나 과도하게 반응할 경우 오히려 상황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X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한다. 무반응, 무관심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다. 김경준 기자취재수첩 무반응 무단 무단 촬영 촬영 행위 촬영 권리
2026.03.17. 2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