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맥아더공원이 LA에 던지는 질문
LA한인타운 인근에 있는 맥아더공원은 한때 LA 도심 속 대표적인 가족 공원이었다. 주말이면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가족들이 모여 시간을 보내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지금 시민들이 떠올리는 맥아더공원의 모습은 마약과 범죄, 그리고 노숙자다. 지난 6일 연방 마약단속국(DEA)은 맥아더공원 일대에서 대규모 단속을 벌여 최소 18명을 체포하고 마약의 일종인 펜타닐 수십 파운드를 압수했다. 수사 당국은 이 지역을 사실상 ‘노천 마약 시장’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문제는 LA 시민에게 단속 소식이 놀랍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미 시민들은 오래전부터 맥아더공원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지역 업주들은 반복적으로 치안 문제를 제기했고, 주민들은 공원 이용 자체를 꺼리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없는 공원이 됐다”고 말한다. 맥아더공원은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다. 지금 LA가 어떤 도시로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에 가깝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LA는 지금 공공안전과 인권, 복지와 중독 치료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맥아더공원은 그 충돌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장소다. 지난 몇 년 동안 LA시는 ‘케어 퍼스트(Care First)’ 방식을 강조해왔다. 처벌보다 지원을 우선하고, 마약 중독 역시 범죄보다는 공중보건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LA카운티 공공보건국의 약물 과다복용 예방 및 대응 프로그램 예산은 2020~2021 회계연도 50만 달러 수준에서 2025~2026 회계연도 현재 813만9079달러로 급증했다. LA소방국 자료에서는 2022년 이후 펜타닐 과다복용 환자 2만5000여 명 이상에게 나르칸이 투여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예산은 계속 투입되는데 거리 상황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맥아더공원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지원은 늘어나는데 왜 거리의 마약 거래와 치안 불안은 줄어들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반복된다. 물론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펜타닐 해독제인 나르칸은 실제로 많은 생명을 살리고 있다. 중독자를 무조건 체포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정신질환과 약물 중독은 분명 치료와 재활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그래서 왜 공원은 더 위험해졌는가”다. 실제로 맥아더공원을 둘러싼 논쟁은 점점 더 극단으로 향하고 있다. 일부 시민은 “현재 정책이 거리 마약 문화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경찰 중심의 단속 방식은 가난한 이민자와 노숙자만 몰아낼 뿐이라고 반박한다. 문제는 LA시가 ‘인도적 대응’과 ‘공공질서 회복’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단속을 강화하면 인권 논란이 불거지고, 지원 중심 정책을 확대하면 시민들은 체감 치안 약화를 이야기한다. 그 와중에 가장 먼저 공원을 떠난 것은 주변 주민들과 가족 단위 방문자들이었다. 최근 맥아더공원 주변에서는 마약 거래와 폭력 사건, 노숙자 관련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단속을 펼쳐도 시간이 지나면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는 지적 역시 끊이지 않는다. 시민들의 바람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이와 함께 산책할 수 있는 공원, 밤에도 두렵지 않은 거리다. 그리고 그것은 시정부가 제공해야 할 최소한의 도시 기능이다. 맥아더공원은 LA시가 ‘인도적 도시’와 ‘안전한 도시’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보여 줄 시험대가 되고 있다. 그리고 시민들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LA는 누구를 위한 도시가 되어가고 있는가?’ 강한길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맥아더공원 맥아더공원 일대 마약 중독 치안 문제
2026.05.12.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