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전쟁은 책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사자가 이끄는 양 떼가 양이 이끄는 사자 떼보다 강하다”는 서양의 격언은 리더십의 본질을 간명하게 드러낸다. 조직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지도자의 능력이며, 2차 세계대전을 이끈 마셜(George Marshall), 맥아더(Douglas MacArthur), 아이젠하워(Dwight Eisenhower), 패튼(George Patton) 장군 모두가 공통으로 강조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그들의 결론은 분명했다. 탁월한 리더십은 타고난 능력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 노력과 경험이 결합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이다. 특히 실전 경험은 종이에 적힌 전술·전략을 넘어, 부대를 움직이게 하는 무형의 전투력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 꼽혔다. 프랑스 군사(軍史)에는 실전 없이 행정적 승진만으로 육군 중장까지 오른 장군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는 “전투 한 번 해보지 않은 장군”이라는 낙인에 스스로도 큰 자괴감을 느꼈고, 결국 상부의 허락을 받아 직접 중령 계급장을 달고 베트남전에 보병 대대장으로 참전했다는 일화가 남아 있다. 전투의 승패와 부하들의 생명을 책임지는 지휘관에게 실전 경험이 갖는 무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영국 철학자 존 로크(John Locke)는 “어떤 지식도 경험을 넘어설 수 없다”고 했고, 고전학자 로저 애스컴(Roger Ascham)은 “경험으로 얻어진 것은 값진 지혜”라고 했다. 전쟁 지휘관에게 경험은 단순한 경력 항목이 아니라, 판단과 결단의 기준을 형성하는 절대적 토대라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6·25 참전 세대는 이미 80대 후반에서 90대 고령에 이르렀고,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 역시 대부분 생애 말년에 접어들었다. 사실상 전투 경험을 보유한 지휘관 세대가 거의 사라진 셈이다. 반면 북한군은 러시아의 침공 전쟁에 합류해 약 3만 명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했고, 이 과정에서 200여 명 사망·2000여 명 부상이라는 대규모 피해를 입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실전 경험 없이 내몰린 결과가 어떤 참상을 초래하는지는 이미 확인되고 있다. 한국군 장성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행정형 장군으로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실제 전투가 어떤 것인지, 실전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직접 체득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분쟁은 분명 위험하고 복잡한 환경이지만, 동시에 동맹국 협력 혹은 파병 형태의 참여를 통해 실전적 경험을 축적할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 경험은 단순히 개인의 군 경력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군의 무형 전투력을 강화하고, 북한 정권과 이를 둘러싼 러시아·중국의 군사적 도발에 대비하는 데 본질적인 자산이 된다. 진짜 전투 경험을 갖춘 지휘관만이 나라의 존립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한국군 장성들이 책상 위의 장군이 아닌, 실전을 이해하는 지휘관이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앞으로 다가올 위협 앞에서 대한민국이 흔들리지 않을 유일한 길이다. 박종식 / 예비역 육군소장열린광장 전쟁 전쟁 지휘관 실전 경험 침공 전쟁
2025.11.24. 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