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꺾였다는데…체감 경기는 한겨울
업계 일부에서는 “인플레이션은 이미 잡혔다”고 말하지만,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는 아직도 한파 속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요 기관의 최근 통계보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경우 LA·오렌지카운티,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지역 물가 지수를 종합하면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3.1% 상승했다. 이는 2024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지난 40년 평균과 거의 같다. 2022년 기록했던 6.9% 급등기와 비교하면 확연한 안정세다. 전국 물가도 비슷하다. 지난해 전국 인플레이션은 2.6%로, 2024년(2.9%)보다 낮았고 40년 평균(2.8%)에도 못 미쳤다. 수치만 보면 물가는 ‘정상 궤도’로 돌아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계의 체감은 확연히 다르다. 문제는 이번 인플레이션이 과거의 저물가 시대와 정면으로 충돌했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 물가는 1986~2008년 연평균 3.3% 상승했다. 변동성은 컸지만, 당시엔 부동산과 IT 거품 등 특정 국면에 국한된 상승이었다. 그러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황은 달랐다. 경기 침체로 수요가 위축되며 2009~2020년 물가 상승률은 연 2.1%에 그쳤다. 전국 평균은 1.5%였다. 많은 가정이 ‘물가 걱정 없는 시기’를 경험했다. 이 평온은 코로나 19로 깨졌다. 공급망 붕괴와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맞물리며 지난 5년간 캘리포니아 물가는 연평균 4.2%, 전국은 4.5%로 급등했다. 수치로 보면 더 분명하다. 통계 자료들에 따르면 2009~2020년 캘리포니아 생활비 상승률은 28%였으며, 이후 5년간 추가 상승률은 무려 23%에 달했다. 불과 5년 만에 이전 12년에 맞먹는 물가 상승이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인플레이션은 ‘현재 상승률’이지만, 가계는 ‘누적된 가격 수준’을 기억한다. ‘얼마나 더 오르고 있나’보다 ‘이미 얼마나 비싸졌나’가 체감의 기준이 되는 셈이다. 또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업계의 평균값일 뿐, 각 가정의 소비 구조는 다르다. 여기에 고정소득층이 받는 타격까지 더해지면 통계와 현실의 간극은 더욱 커진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바로 임금 상승이다. 캘리포니아 중간 가계소득은 2024년까지 최근 5년간 연평균 5.2% 증가했다. 금융위기 이후 12년간 평균(2.7%)의 거의 두 배다. 전국도 같은 흐름이다. 최근 4~5년간 소득 증가율은 과거보다 뚜렷이 높았다. 임금 상승은 소비자에겐 반가운 소식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증가다. 결국 가격 인상으로 전가되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키운다. 전문가들은 “이번 물가 급등은 공급 충격뿐 아니라 임금과 소비가 동시에 뛰어오른 결과”라며 “정치권과 대중이 이 연결고리를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어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플레이션은 지표상 안정됐다. 그러나 가계가 겪은 급격한 가격 점프는 이미 생활비의 기준선을 끌어올렸으며, 대부분의 소비자가 지갑을 열기보다는 닫을 방법을 매일 찾고 있다. 최인성 기자인플레 한겨울 물가 상승률 지난해 소비자물가 캘리포니아 물가
2026.02.02. 1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