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망경] How It‘s Done
2025년 여름. 지구촌이 열띤 케이팝 비트를 탄다. 지난 6월 넷플릭스에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 ‘K-Pop Demon Hunters’가 나오자마자 세 단어의 첫 발음을 따서 ‘케데헌’이라는 별명이 붙은 후. 8월 23일 토요일. 늦은 저녁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서 올려보는 케데헌 싱어롱 대형버스. 6살에 미국에 이민 온 서울 태생 ‘Rei Ami’와 캘리포니아 태생 ‘Kevin Woo’가 깜짝 이벤트를 흥겹게 주도한다. 이 두 한국 젊은이는 케데헌에서 ‘How It’s Done’과 ‘Soda Pop’ 히트곡을 열창한 장본인들. 만화영화에 구미가 당긴다. 만화는 어린애가 크레용으로 투박하게 그려 놓은 사물의 원형질. 울긋불긋한 만화책을 읽는 아동 심리상태로 케데헌을 연거푸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좀 음산하게 울리는 영화의 프롤로그 일부를 여기에 옮긴다. - “악귀들은 언제나 우리 세상을 탐했어 - 인간의 혼을 훔쳐 그 힘을 악귀의 왕한테 전달했지, 귀마에게 - 그러던 어느 날, 영웅들이 나타나 인간을 수호했어 - 어둠을 몰아내는 목소리를 타고난 이들이었지 - 그 목소리로 용기와 희망을 노래했어 … (중략) 이 결속력 덕분에 최초의 헌터들은 이 세상을 지킬 방패를 만들었어 그게 혼문이야 - 각 세대마다세 명의 헌터가 새롭게 발탁돼 - 최종 임무를 향해 나아가지 - 절대 뚫을 수 없는 방패를 만드는 거야 - 악귀와 귀마를 영원히 이 세상에서 몰아낼 수 있는 황금의 혼문을.” 이 내레이션이 현 지구촌의 정치와 세태에 대한 상징적 진술이라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친다. 스토리는 걸그룹 ‘헌트릭스’의 런던행 전용 제트기를 악귀들이 납치하려는 현장에서 시작된다. 헌트릭스의 루미, 미라, 조이는 가짜 승무원의 피부에 나타난 ‘문양’을 알아차린 후 그들과 격투를 벌인다. 악귀들이란 아무리 애써 신원을 감추려 해도 기어이 본색이 드러나는 법. 연이어 스토리의 결말을 예고라도 하는 듯 OST 히트곡 ‘How It’s Done’이 사납게 귓전을 때린다. “… 너는 끝, 끝, 끝/ 꺾이지 않는 우리 목소리 밤을 물리칠 때까지/ 두려움은 숨을 죽이고 빛은 어둠을 삼켜/ 너는 끝, 끝, 끝/ 봐봐, 우리 발아래 전 세계에 울려 퍼져/… (중략)… 끝까지 쫓아, 다, 다, 다/ 다 손에 넣을 거야 너, 너, 너/ 보여 줄게 다, 다, 다 놓치지 않아/ 너는 끝, 끝, 끝! How it’s done, done, done!” 루미는 자신 또한 피부에 문양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고민한다. 게다가 걸그룹에 대적하는 ‘사자보이즈’의 리더 진우와 사랑에 빠진다. 급기야 악귀의 왕 귀마와 사투가 진행되는 중 둘 사이에 뛰어든 진우의 죽음을 방패 삼아혼문을 탈환한다. 이루지 못한 사랑의 슬픔이 역사의 뒤안길에 희미한 기억의 그림자로 남을 것을 예측하면서. 주문처럼 자꾸만 반복되는 ‘How It’s Done’의 “done, done, done” 부분이 내 재래식 한국 귀에는 “짠, 짠, 짠” 하는 감탄사, 또는 “쫑, 쫑, 쫑” 같은 선포로 들린다. ‘너 이제 쫑(終)났어!’ 할 때처럼. ‘do’의 현재 완료형 ‘done, 끝내다, 끝나다’는 원래 고대영어로 ‘ado, 소동, 고생’에서 ‘a’가 없어진 말이다. 불어의 ‘adieu’, 스페인어 ‘adios’와도 어원이 같다. ‘잘 가라’는 인사말처럼 들리지만, ‘잘 먹고 잘살아라’, 하며 통쾌한 작별을 고하는 기분이기도 하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캘리포니아 태생 우리 목소리 서울 태생
2025.09.02. 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