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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데몬 헌터스’가 깬 K팝 공식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뜻밖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이후 2주 만에 3300만 회 이상 시청됐고, 5주 연속 시청률이 오르며 넷플릭스 사상 ‘개봉 5주차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누적 시청 수는 이미 1억을 넘겼으며, 영화 속 캐릭터들이 부른 ‘Golden’은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 1위, Spotify 미국 차트에서는 여성 K팝 그룹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놀라운 건, 이 작품에 실존 아이돌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대에 서는 건 애니메이션 캐릭터지만, 팬들은 이들을 현실의 아이돌처럼 응원하고, 노래를 반복해 듣는다. SNS에는 커버 영상과 팬아트가 이어지고, 캐릭터별 팬클럽 이름과 팬 계정까지 생겨났다. 실존하지 않는 가상 그룹이 어떻게 이런 열광적 반응을 끌어낸 걸까.   이 작품은 단순한 뮤직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음악이 이야기의 중심이고, 감정을 끌어올리는 동력이다. 주인공들은 노래하고 춤추는 아이돌이자 동시에 악령과 싸우는 헌터로, 공연 장면은 플롯 전개의 핵심 장치이자 전투 수단으로 작용한다. 곡마다 캐릭터의 감정과 갈등이 폭발하며, 서사와 퍼포먼스, 세계관이 유기적으로 맞물린다. 이 구조는 K팝이 수년간 쌓아온 감정 설계 방식과 정밀하게 맞아떨어진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K팝 업계 최정상 프로듀서들과 협업했다. 블랙핑크의 테디, BTS와 작업한 린드그렌 등이 참여한 덕분에, 영화 속 음악은 실제 K팝 시장에서도 통할만 한 중독성과 완성도를 갖췄다. 팬들은 이 캐릭터들을 현실 아이돌처럼 좋아하게 됐다.   실제로 ‘Golden’은 빌보드 글로벌 200과 글로벌 익스클루시브 US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남성 그룹 ‘Saja Boys’의 ‘Your Idol’도 Spotify 미국 차트 1위에 올랐다. 영화 OST 전체는 빌보드 200 차트 3위로 데뷔해, 올해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 중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K팝의 성공에는 ‘누가 부르느냐’가 가장 중요했다. 잘생긴 아이돌, 칼군무, 팬덤 시스템 등 인물 중심의 산업 구조가 K팝의 특징이었다. 그러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그 공식을 완전히 뒤집는다. 실존 인물 없이도 감정이 진짜처럼 전달되면, 그것도 K팝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결국 K팝의 본질은 ‘완벽한 연출’에 있다. 음악, 서사, 감정, 캐릭터, 팬과의 관계까지 모든 요소가 정교하게 설계되어 하나의 몰입 경험을 만든다. K팝은 단지 노래를 듣는 콘텐츠가 아니라, 무대·서사·세계관·소통이 결합된 총체적 예술이다. 이 감정의 연출력이야말로 K팝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한 곡의 여운이 단지 “좋은 노래였다”가 아니라 “이 캐릭터를 더 알고 싶다”는 감정으로 이어질 때, 그것은 이미 K팝의 방식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 감정 설계 방식을 누구보다 정밀하게 구현해냈다. 실존 인물이 없어도, 노래에 감정이 담기고, 팬이 그 안에 참여한다면 그것은 곧 K팝이다.   이 현상이 단지 애니메이션 하나의 이례적 성공일까. 그렇지 않다. 하이브 아메리카와 파라마운트는 실사 K팝 영화를 준비 중이고, 디즈니·넷플릭스·아마존도 K팝 기반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K팝은 이제 하나의 음악 장르를 넘어, 글로벌 감정 연출 시스템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만들 수 있다고 해서, 누구나 잘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형식은 흉내 낼 수 있어도, 감정의 밀도와 팬과의 교감을 설계하는 감각은 쉽게 복제되지 않는다. K팝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정밀하게 다루는 연출력에 있다. 정윤재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데몬 공식 애니메이션 캐릭터 케이팝 데몬 감정 설계

2025.07.2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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