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시회가 열릴 때마다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판매용 모델이 아니라, 오히려 ‘콘셉트카(concept car)’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차들이 무대 위를 장식할 때, 관객들은 단순히 차를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엿보는 듯한 기대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콘셉트카가 실제 제작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면 왜 제조사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현실성이 부족해 보이는 콘셉트카를 꾸준히 선보이는 걸까. 콘셉트카는 일종의 ‘미래 선언문’이다. 실제로 양산되지 않더라도, 해당 브랜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디자인을 발전시키고, 어떤 기술을 차에 녹여낼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대차의 ‘N 비전 74’ 의 경우, 수소 하이브리드 스포츠카라는 실험적 개념을 통해 미래 친환경차 시대에도 브랜드가 퍼포먼스 DNA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도요타,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CES나 모터쇼에서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기반의 UX를 강조한 콘셉트카를 내놓으며, 기술력을 과시하고 투자자와 소비자 모두의 관심을 끌어냈다. 콘셉트카는 ‘연구실 밖의 실험장’이기도 하다. 양산 모델에서는 비용·안전·규제라는 벽에 부딪히지만, 콘셉트카에서는 자유롭게 디자인 언어와 기술을 실험할 수 있다. BMW가 최근 공개한 ‘i 비전 디’ 콘셉트카는 외부 패널 색상이 전자잉크처럼 바뀌는 기술을 담았다. 아직 상용화 단계와는 거리가 있지만, 이런 과감한 시도는 결국 소재 연구와 인터페이스 혁신으로 이어진다. 기술이 사회로 흘러들어가는 과정에서 콘셉트카는 첫 단계다. 또 콘셉트카는 브랜드 마케팅 무기다. 자동차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현재, 제조사들은 단순히 차를 파는 것을 넘어 미래를 파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전동화와 자율주행이라는 격변의 시대에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미래를 각인시키는 데 콘셉트카만큼 효과적인 도구는 없다. 특히 SNS와 유튜브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과감한 디자인이 전 세계적으로 순식간에 퍼져나가며, 젊은 세대의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최근 디트로이트 오토쇼와 IAA 모빌리티, CES를 살펴보면 이런 흐름이 분명하다. 복스왜건은 보급형 전기 SUV 콘셉 ‘ID.크로스’를 공개하며 가격 경쟁에 초점을 맞췄고, 아우디는 ‘콘셉트 C’를 통해 TT와 R8을 잇는 전동화 스포츠카 비전을 내놨다. 벤틀리는 ‘EXP 15’에서 1930년대 헤리티지를 미래 전기차에 녹여냈다. 즉 콘셉트카는 각 브랜드가 “이것이 우리가 살아남을 방식”이라고 밝히는 것이다. 물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콘셉트카는 결국 쇼 카(show car)”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실제 양산차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이 실험들은 곳곳에서 현실화된다. 현대차 아이오닉 5의 파격적인 직선 디자인은 사실 과거 ‘45’ 콘셉트에서 먼저 선보였고, 테슬라 사이버트럭도 원래는 실험적 디자인 스터디에 불과했다. 콘셉트카는 현재와 미래를 잇고 소비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자동차 산업은 지금 거대한 불확실성 속에 있다. 전기차 전환은 속도가 조절되고, 규제는 완화와 강화 사이를 오가며, 소비자는 여전히 가격에 민감하다. 이런 시기에 콘셉트카는 오히려 중요한 나침반일 수 있다. 기업이 어디로 가려 하는지, 기술의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 디자인이 어떤 트렌드를 겨냥하는지 알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모터쇼 무대 위의 콘셉트카를 볼 때마다 단순히 멋있다고 감탄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차가 10년 뒤 어떤 모습으로 도로 위를 달릴까”를 상상한다.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시대정신을 담는 도화지다. 그 초안을 가장 대담하게 보여주는 것이 콘셉트카다. 우훈식 /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콘셉트카 concept concept car 디자인 언어 브랜드 마케팅
2025.09.14. 18:33
전기 자동차 회사인 리비안(Rivian)에서 활동 중인 한인 디자이너 줄리아나 조(한글이름 진영.사진)가 차세대 차량 디자인을 이끌며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 전문매체 ‘모터트렌드(MotorTrend)’는 조 디자이너가 리비안의 차세대 주력 모델로 주목받는 ‘2027년형 R3’의 외관 디자인을 주도했다고 19일 전했다. R3는 SUV와 해치백 사이의 독특한 차체에 복고풍과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결합해 호평을 받고 있다. 조 디자이너는 “R3의 실루엣과 주요 그래픽은 제가 처음 제안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며 “외관 전체를 조율했고, 휠과 후면 그래픽, 스포일러 등은 팀과 함께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조 디자이너는 2021년 리비안에 합류했다. 그는 “회사 내 디자인 부서들이 한 공간에 모여 협업하는 구조 덕분에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 디자이너는 오리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한국으로 이주했다. 수학자인 아버지와 미술 전공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예술과 공학에 흥미를 가졌고, 홍익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이후 그는 영국 왕립예술학교(RCA)에서 자동차 디자인 석사 학위를 받았다. 포르쉐 인턴을 시작으로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전기차 디자인을 담당했다. 이후 한국에서는 기아 선행디자인 스튜디오 매니저로 근무하며 콘셉트카 ‘퓨처론’을 디자인하고, 미래 모빌리티 관련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그는 “디자인의 핵심은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고 본질만 남기는 것”이라며 “자연스러운 볼륨에 정제된 기술적 디테일을 결합하는 걸 즐긴다”고 말했다. 조 디자이너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살아온 경험이 자신만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전했다. 그는 “문화와 삶의 방식이 달라질수록 고정된 시선이 아닌 열린 관점으로 디자인을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동차 디자인은 예술과 기술, 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분야”라며 “자신만의 철학과 스타일을 가진 디자이너가 결국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현재 공개된 R3는 콘셉트카지만, 양산형 모델도 큰 변화 없이 출시될 예정이다. 강한길 기자전기차 차세대 전기차 디자인 디자인 주도자 외관 디자인 미국 LA뉴스 LA중앙일보 강한길 미주중앙일보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BMW 콘셉트카 리비안 R3 한인 디자이너
2025.05.20. 21:00
현대차는 오는 17일 LA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하는 LA오토쇼의 프레스 발표를 통해 순수 전기 SUV 콘셉트카 세븐(SEVEN)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세븐은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디자인과 기술 비전을 담은 대형 SUV 콘셉트카로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SUV 전기차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지난 3일 공개된 티저 이미지에 따르면 아이오닉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상징하는 파라메트릭 픽셀 디자인이 헤드램프에 적용됐으며 실내는 마치 프리미엄 라운지를 연상시키는 친환경 나무 소재와 패브릭 시트, 무드 램프 조명 등을 갖추고 있다.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 기반의 세븐은 ‘리빙 스페이스’를 테마로 안락한 시트 배치와 여유로운 공간 활용성을 보여줬던 아이오닉 5의 실내 디자인에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전해졌다. 세븐은 LA오토쇼가 개최되는 19일부터 28일까지 일반에 공개된다. 박낙희 기자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 세븐 콘셉트카 LA오토쇼 박낙희 NAKI Auto News
2021.11.04.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