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리포트] 나만의 자동차를 만드는 시대
만일 이런 시대가 온다면 어떨까요. 누구나 자신만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도록 AI로 움직이는 로봇을 대여해 주고, 로봇들이 움직이는 공장도 대여해 주며, 자동차의 부품과 외관의 원료가 되는 철, 고무, 알루미늄 등을 공급해 주는 서비스를 한다면? 누구나 “나 이런 자동차를 갖고 싶어!” 라며 그림을 그려 오면 뚝딱! 그런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AI 공장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소프트웨어 쪽에서는 이미 이런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AI는 내가 원하는 SW 제품들을 알아서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만의 사진을 찍어서 친구들에게 공유하는 앱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면, 챗GPT, Claude, LLAMA 등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건 며칠, 아니 몇 시간 만에 AI를 통해 만드는 게 가능합니다. MS워드 한글 등과 같은 워드프로세서를 만드는데 투입된 인력은 300명 이상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공개된 다양한 라이브러리들을 활용해 나만의 워드프로세서를 만드는데 혼자서도 가능합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저런 앱을 만드는 것은 자본, 엔지니어들의 노동력, 그리고 사무실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오로지 AI 하나만으로 혼자서 가능합니다. 창작은 서서히 탈독점화 되고 있습니다. 이는 21세기 이후 기술의 발전이 지향하는 하나의 방향입니다. 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콘텐츠 창작이 탈독점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나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AI가 등장하며 이제는 SW 산업의 영역에 창작의 탈독점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과거 수십~수백명의 엔지니어들이 필요했던 SW 산업이었지만 이제는 20~30명의 직원들이 매출 1000억원 SW기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시대가 됐습니다. 일 예로 ‘Cursor’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Anysphere’의 직원들은 50명이 되지 않지만 연매출은 1억 달러를 넘고 있죠. AI가 탑재된 로봇이 제조를 담당하기 시작하는 시대가 오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 시기에는 자동차와 같은 거대한 제조산업도 탈독점화될 지 모릅니다. 이제 이런 시기에는 어떤 변화가 이뤄질까요. 콘텐츠 창작의 탈독점화가 이뤄졌을 때와 저는 똑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겁니다. 지금은 500만에 가까운 구독자를 갖고 있는 게리 베이너척이라는 인물이 와인 관련 콘텐츠를 15년 전 유튜브에 올릴 때도 그랬습니다. 약 1000건의 비디오를 올렸을 때야 비로소 세상은 그에게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전통의 와인 강자들은 유튜브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유튜브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SW와 하드웨어 제조의 탈독점화 역시 그렇게 시작될 겁니다. 전통의 강자들은 탈독점화에 대응할 이유를 못 느낄 겁니다. 하지만 새롭게 도전해야 할 개인들은, 마치 지금 유튜브 시작하는 많은 사람들이 하는 바로 그 생각을 갖고, SW 제조와 하드웨어 제조에 뛰어들 겁니다. “나도 해 볼까?” 그리고 그 중에서 승자는 탄생할 겁니다. 누구나 제조에 뛰어드는 시대가 되면 정작 중요해 지는 것은 ‘경험’이 될 거라 저는 예상합니다. 콘텐츠 창작이 탈독점화되면서 중요해 진 것이 창작자의 ‘진짜 경험’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SW만 제조해 봤던 사람이 만드는 SW제품은 법률 금융 제조 회계 등과 같은 여러 산업들을 거치며 내부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만드는 SW 제품에 비해 우월할 수가 없습니다. SW 제조능력은 AI로 인해 평준화될 것이기 때문이죠. 로봇이 자동차를 만드는 시대에는 좋은 자동차를 경험해 보고 여러 환경에서 자동차를 타 봤던 사람이 만드는 자동차가 더 인정받을 겁니다. 자동차 제조능력은 로봇으로 인해 평준화될 것이기 때문이죠. AI로 인해 우리 인간은 250년이라는 세월을 사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질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30년씩 서로 다른 경험들을 조합해 나갈 수 있습니다. 최소 5개의 서로 다른 분야 경험을 해 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전 세계에는 모두 1000개의 직업이 있다고 합니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5개의 경험을 한다면 모두 83조개의 서로 다른 조합을 만들 수 있습니다. AI의 시대에 사람이 앞서나갈 수 있는 것은 이런 다양한 조합의 경험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AI의 시대에도 인간이 여전히 유의미한 이유입니다. 신현규 / 글리터컴퍼니 대표실리콘밸리 리포트 자동차 자동차 제조능력 하드웨어 제조 콘텐츠 창작
2025.06.30. 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