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AI 시대 경쟁력, 꾸준함의 실력
또 1년이 지나 한 살을 더 먹는다. 해마다 비슷한 말을 하지만, 올해는 유독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 듯하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느냐고 스스로 물어보면,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모든 것이 개인의 선택과 노력으로만 설명되지는 않는다. 천재지변, 가정환경, 경기 침체처럼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SNS와 유튜브를 통해 누구나 자신을 드러내고, 생각과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시대에서 나를 가장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쌓이지 않은 나 자신이다. 지금은 시도할 수 있는 수단은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다.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고, 기록하고, 업로드할 수 있다. 시도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느끼는 불안은 오히려 커졌다. 그래서 요즘의 불안은 환경 때문이 아니라 “나는 왜 아직도 아무것도 쌓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맥락에서 유튜브와 SNS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온라인 세계를 탈출구나 ‘로토’로 생각한다. 콘텐츠 하나만 인기를 끌면 현재 하는 일을 그만두고 다른 삶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실제로 콘텐츠를 만들어보면 금세 알게 된다. 이 일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꾸준히 아이디어를 만들고, 편집하고, 기록을 남기는 과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시작하는 이는 많지만 오래가는 사람은 적다. 유튜브와 SNS는 장기 투자에 가깝다. 전통적인 투자가 돈을 넣는 일이라면, 콘텐츠는 시간을 넣는 일이다. 단기간의 성과보다, 오랜 시간 감각과 표현력을 쌓는 과정에 더 가깝다. 결국 이 일도 다른 대부분의 일처럼, 끝까지 버틴 사람이 남는다. 그래서 더더욱 ‘올인’이 아니라 ‘병행’이 합리적이다. 본업을 유지한 채 하루 30분 ~1시간 정도의 시간을 꾸준히 투자하는 방식. 이때 기대 수익도 다시 정의해야 한다. 당장 돈을 벌겠다는 목표보다, 나에 대한 이해, 기록, 캐릭터, 그리고 나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 자체가 수익이 된다. 채널의 성공 여부를 떠나 이 과정에서 쌓인 실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물론 이 일 역시 쉽지 않다. 반응이 없을 때도 많고, 알고리즘은 언제든 변한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는가. 중요한 것은 요행을 기대하지 않는 태도다. 성공하지 않더라도 배움이 남는다는 관점으로 접근할 때, 이 일은 감당 가능한 투자가 된다. 오히려 초반에 주목받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 일을 계속하기에 가장 좋은 조건이 된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서두를 필요도, 봐달라고 애쓸 이유도 없다. 지금은 반응을 끌어내는 시기가 아니라, 천천히 올리고 쌓아가는 시기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노출이 아니라 실력이다. 무엇을 만들고, 어떻게 기록하고, 어떤 방식으로 나를 드러낼지에 대한 감각은 시간을 들여야만 자란다. 그렇게 쌓인 콘텐츠와 태도가 무르익으면, 어느 순간 유입은 노력 없이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AI가 점점 더 많은 일을 대신하는 시대에, 끝까지 남는 경쟁력은 결국 ‘누구인가’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 무엇에 관심을 두는 사람인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하는지. 이런 것들은 자동화되기 어렵고,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콘텐츠는 지금 당장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미래의 선택지를 넓히는 자산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거창한 성공을 목표로 삼기보다 작은 장기 투자를 시작하려 한다. 이 글은 사실 2026년의 나에게 건네는 말이자, 지금의 나를 다잡기 위한 글에 가깝다. 하루 20~30분이라도 꾸준히 기록하고, 만들고, 올리는 일. 유튜브와 SNS는 탈출구가 아니다. AI 시대에 ‘나’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투자다. 정윤재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경쟁력 실력 장기 투자 콘텐츠 하나 천재지변 가정환경
2025.12.15.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