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반도의 ‘크로아티아’ 국토는 딱 초승달 모양이다. 초승달은 프랑스어로 크루아상(croissant)이다. 크루아상이란 빵도 초승달 모양이라 프랑스에서 그렇게 불렸다. 그래서인지 크로아티아에서는 어느 레스토랑에서나 맛있는 빵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바구니 가득 수북이 담긴 빵을 내오는데 그 빵에 올리브오일과 발사믹을 발라 먹으면 금세 동이 나고 만다. 그때마다 다시 새 빵 바구니가 놓이는 것은 크로아티아의 후한 음식 문화이다. 크로아티아는 넥타이, 만년필, 낙하산, 그리고 교류 전기를 만든 테슬라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우리에게는 고(故) 김자옥 배우가 생전에 윤여정, 김희애, 이미연, 이승기와 함께 tvN 여행 예능 ‘꽃보다 누나’를 통해 방문했던 여행지로 알려져 있다. 여배우들이 경탄해 마지않았던두브로브닉은 지금까지 완벽히 보존된 성벽이 랜드마크이다. 인구 약 5만 명에 불과한 소도시지만 ‘아드리아 해의 진주’라고 불리는 유명 관광 도시이고 추리소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가 신혼여행을 간 곳이기도 하다. 연중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에 어찌 보면 모나코와 비슷한 분위기이고 바닷가에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는 점도 흥미롭다. 옛 시가지의 성벽을 거닐다 보면 마치 중세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에 젖어 든다. 종종 ‘크로아티아의 아테네’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그런 만큼 성벽 걷기 투어와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케이블카 탑승은 꼭 한 번 해볼 것을 추천한다. 파란 하늘 아래 더 새파란 바다, 그 위에 주황색 지붕을 얹은 그림 같은 고성을 바라보며 버나드 쇼는 “진정한 낙원을 원한다면 두브로브닉으로 가라”고 했다. 넥타이의 고향답게 유난히 많은 넥타이 가게와 골목골목을 차지하는 카페와 음식점들도 여유를 가지고 돌아보기 딱 좋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온종일을 보내도 시간이 모자란 곳이다. 크로아티아의 또 다른 보석은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이다. 별명이 무려 ‘신들의 정원’이고 유럽인들의 전통적인 인기 신혼여행지이다. 크로아티아인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립공원이라는 자랑도 서슴지 않는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자연이 빚어낸 최고의 걸작이다. 크고 작은 16개의 호수와 90여 개의 폭포가 계단식으로 펼쳐진다. 물빛은 햇빛에 따라 연한 옥색부터 비췻빛, 에메랄드빛, 터키색으로 시시각각 변하며 감탄을 자아낸다. 물속을 노니는 팔뚝만 한 송어 떼는 또 어떻고! 두 눈으로 보지 않으면, 사진만으로는, 짐작조차 어려운 비경 중의 비경이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을 둘러볼 수 있는 탐방로는 1시간부터 3시간 이상 코스까지 여러 갈래여서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걷기 편하게 조성돼 있어 나이나 체력에 크게 관계없이 누구나 산책하듯 플리트비체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두브로브닉 크로아티아 넥타이 만년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넥타이 가게
2025.03.20. 20:30
흡사 초승달 모양의 크로아티아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이 나라 허리를 벨레비트 산맥이 가로지른다. 산맥의 남쪽, 스플리트와 두브로브니크, 그 주변 크고 작은 섬들이 모두 달마시안 지방에 속한다. 달마시안이라니 어딘가 익숙한 이름이다. 만화영화 '101마리의 달마시안'에 등장하는 귀여운 강아지들이 떠오른다. 하얀 몸에 까만 점들이 박힌 달마시안의 고향이 바로 이 달마시안 지방이다. 처음 두브로브니크 선원들은 이 점박이 강아지들을 '두브로브니크의 사냥개'라 불렀다고 한다. 이후 지명을 따서 달마시안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달마시안보다 훨씬 더 유명한 두브로브니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시다. 해안선이 그려내는 절경과 시간이 멈춘듯한 중세의 유적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1979년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특히 깎아지른 절벽 아래 두텁게 지어진 중세의 성벽은 반드시 걸어봐야 하는 명소다. 성인 걸음으로 한두 시간 정도면 구도심 성벽을 완주할 수 있다. 성벽 밖으로 아드리아해의 쪽빛 바다와 그 위를 유영하는 하얀 요트, 주황 지붕들이 펼쳐져 왜 이곳이 지상 최고의 낙원이라 일컬어지는지 그 이유를 깨닫게 된다. 성곽을 한 바퀴 걷고 난 뒤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스르지산에 오르는 코스를 추천한다. 탁 트인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 자체로 그림엽서가 된다. 이윽고 해가 뉘엿뉘엿 지평선으로 숨어들면서 바다와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아름답고 또 아름다워 모두들 입을 벌린 채 그대로 서 있다. 천국을 경험하고 싶다면 두브로브니크에 가라고 했던 노벨문학상 수상자 버나드 쇼의 말이 백 번 천 번 옳다. 두브로브니크가 천국이라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천국의 산책로다. 3개의 산속에서 흘러나오는 90여 개의 크고 작은 폭포를 따라 미세한 안개비가 흩뿌려지다가 햇볕에 반사돼 무지개를 피워낸다. 16개나 되는 호수는 무척 맑아 호수에 비치는 풍경이 다시 한 폭의 수묵화를 그려내고 그 위를 송어떼가 유유히 헤엄치니 이 세상에 더 이상의 풍경이 있을까 싶다. 작은 폭포들은 호수와 호수를 연결하고 이 폭포들을 따라 이어진 통나무 길도 운치를 더한다. 통나무를 잘라 이어 만든 길은 폭포 속을 지나기도 하고, 때로는 물과 거의 맞닿아 있어 마치 호수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플리트비체는 불과 400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가 터키와 오스트리아 제국의 국경분쟁으로 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돼 세상에 존재를 드러냈다. 관광지로 처음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896년이고 이후 1949년 크로아티아 최초의 국립공원,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각광받기에 이르렀다. 공원을 속속들이 구경하려면 사흘 정도가 소요되지만, 일반적인 관광코스로 한 바퀴 도는 데는 4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수려한 원시림 속 요정의 속삭임이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듯하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크로아티아 천국 크로아티아 최초 두브로브니크 선원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2024.05.30. 20:13
최근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적 관광지인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호수국립공원(Plitvice Lakes National Park)과 자매결연을 체결했다. 제주와 플리트비체는 경관적.지질학적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 곳으로, 이번 자매결연 체결로 양 지역 간 세계유산지구의 효율적 관리 운영을 위한 활발한 국제교류가 이뤄질 전망이다. 플리트비체는 16~17세기에 이르러 터키와 오스트리아 제국의 국경 문제로 인해 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는데 그 접근이 너무 어려워 '악마의 정원'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이후 1951년 지형 침식의 훼손을 최소화하고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1979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플리트비체는 자연 스스로 오랜 세월 빚어낸 '마스터피스'다. 3만 ha 규모의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깊게 팬 골짝을 따라 호수 16곳이 층층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호수와 호수 사이를 연결하는 크고 작은 폭포도 무려 92개나 된다. 울창한 숲 사이로 저마다 신비로운 색깔을 뽐내며 영롱하게 빛나는 호수들과 천사의 머릿결처럼 흘러내리는 폭포들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마치 요정들이 사는 판타지 속 세상을 연상시킨다. 금방이라도 툭 하고 요정이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에 괜스레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다고나 할까. 영화 '아바타'의 촬영지로도 유명한데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이곳을 보고 아바타의 숲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바닥까지 투명한 호수에는 1급수에만 산다는 송어 떼와 열심히 발길질하는 청둥오리 무리가 시선을 사로잡고 눈을 들면 싱그러운 풀과 나무들이 360도 파노라마로 환상적인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그 비경만큼이나 생물의 다양성 또한 오롯이 보존돼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불곰, 늑대, 오소리, 여우 등 50여 포유동물과 120가지 이상의 조류, 300여 종의 나비, 20여 종의 박쥐, 1200여 종의 희귀식물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산다고 한다. 플리트비체의 트래킹 코스는 2~3시간이 소요되는 A코스에서부터 6~8시간이 소요되는 K코스까지 총 11개 경로로 되어 있다. 폭포에 이르는 트래킹 코스의 출발점이 정반대 지점에 각각 한 곳씩 있지만, 대개는 코츠약 호수 선착장에서 전기 모터로 가는 환경친화적인 유람선을 이용해 20분 남짓 산속으로 들어가 본격 트래킹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고요하며 깨끗한 플리트비체는 걷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혹여 걷는 것을 싫어한다 하더라도 플리트비체의 신비로운 산책로에 들어서는 순간 저절로 발길을 내딛게 될 것이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크로아티아 산책로 트래킹 코스 호수 선착장 호수 사이
2024.03.14. 20:01
코로나바이러스 바로 직전 두바이-아부다비를 여행했다. 현지 가이드는 우리를 전통적인 두바이 가정으로 데리고 갔다. 고유 의상을 입은 젊은 여인은 미국인들에게 “뭐든지 물어보세요” 했다. 그녀는 많은 미국인이 아랍인들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으니 이 기회에 조금이나마 해소했으면 하는 것 같았다. 뭐든지 질문하라고 해서 아무거나 물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왕족에 대한 비판은 허용되지 않고, 테러리즘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 나는 “지금 당신이 입고 있는 옷은 종교와 관련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렇지 않다. 고유 의상이다. 워낙 볕이 따가워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고 대답했다. “UAE는 현재도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느냐” “옛날이야기다. 당신은 과거를 말하고 있다. 요즘은 절대다수가 한 남편, 한 아내를 가지고 있다. 여기선 데이트하기가 어려워 일단 결혼부터 하는 경우가 많아 이혼율이 높다.” 이번 여행 중 두 번 현지 가정, 농장에 초대받았다. 크로아티아에서 400년 된 가족농장에서 재배한 채소, 직접 기른 돼지, 닭고기를 먹었고, 손수 빚은 와인을 마셨다. 주인은 전통악기를 연주하고, 아들, 딸이 춤을 추었다. 슬로베니아에서도 현지 유명 식당에 초대되었다. 그들은 전통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나이든 댄서가 관광객들과 어울려 한바탕 춤을 추었다. 내가 이용하는 미국 여행사는 어느 나라를 가든지 현지인과의 문화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오바마 시절, 쿠바는 잠깐 미국 여행자를 받아들였다. 여행 목적은 교육 및 문화교류, 그렇지 않으면 입국비자를 받을 수 없다. 하바나에서 현지 아티스트를 만나고 커뮤니티 센터를 방문했다. 루마니아, 베트남에서는 잘 사는 가정을 방문했는데 그들은 아메리칸이 찾은 것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남미의 에콰도르, 페루에서는 현지 와이너리, 흙담집을 찾아 고유 음식을 같이 했다. 나는 에세이를 쓰기 때문에 여행을 ‘심각하게’ 하는 편이다. 출발 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질문을 준비한다. 여행 중 나처럼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 미국인은 책을 읽고 오지 않고 묻지도 않는다. 그저 아름다운 경관을 구경하고, 맛있는 음식 즐기고 와인을 마신다. 젊은 배낭족들은 캐슬 꼭대기까지 올라가고, 험한 트레일을 완주하며 싼 호텔에 머무른다. 골목 뮤지엄을 찾고, 현지인과도 쉽게 어울린다. 발칸 반도에는 인구 수백만의 작은 나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수 세기 동안 종교분쟁을 겪었고 크고 작은 전쟁에 휩쓸렸다. 여행을 떠나가 전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까’ ‘돌아왔다고 반가워할 이가 있을까’ 생각했다. 또 언제 어디로 떠날지 모르겠다. 내 이야기를 들어준 독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최복림 / 시인오피니언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여행기 베니스 크로아티아 고유 의상
2023.04.12. 21:14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리브, 인구 380만 명 중 100만 명이 모여 사는 대도시이다. 언덕 위에 구도시, 밑에 신도시가 있는데 정부기관, 오래된 교회는 올드타운에 있다. 의사당 앞에서는 배달원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며 데모를 하고 있었다. 그날부터 발효되는 새 법이 자전거 배달원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주장이었다. 여기서 왼쪽으로 한 블록 거리에 아주 재미있는 작은 박물관이 있다. 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 이 나라 현대 미술 박물관보다 방문객이 많은 자그리브의 명소다. 좁은 2층 박물관은 여행자들로 붐비었는데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뮤지엄을 설립한 사람은 올린카라는 여자와 드라론이라는 남자, 이들은 비즈니스 파트너이면서 애인 사이였는데 오래 동거하다가 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워하지 않고 지금도 친구 사이로 지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세계 각국 사람들의 이혼 및 결별 사연을 모아 전시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2010년 이 박물관을 만들었는데 대박이 터졌다. 입장료는 비수기에 일 인당 5.5유로, 여행 성수기에는 이보다 비쌀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미국인들의 이야기가 많았다가 소문이 나면서 각국에서 글이 답지하고 박물관 측은 수시로 사연을 바꾸어 전시하고 있다. 여기 실린 글 몇 개를 소개한다. “죽지 않는 사랑은 없다. 사랑은 결국 죽는다.” “여린 마음으로 헤어져라. Leave with a tender heart.” “고통스러운 순간일수록 감미롭게 대하라. Take the bitter with Sweet.” “모든 사랑은 외국 여행 중 생긴다. All love affairs happen in foreign cities.” 독일 남자가 아내와 이별하게 된 사연, “아내는 매일 거울 앞의 자기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거울 앞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지요. 아내는 그 후 애 둘을 나에게 맡기고 파티에 가곤 했습니다. 이것이 이혼 사유가 되었습니다.” 캐나다 부부의 결별 사연, “우리는 4년간 사랑의 고통과 기쁨을 반복적으로 경험했습니다. 어느 해 여름, 그는 두 개울이 바다로 합친 향상이 그려진 나무 지팡이를 나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전 아내가 준 것이었는데 지금 아내는 재수 없다며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프랑스 남자가 보내온 이야기, “여자 친구와 9년간 사랑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녀는 싫증이 났는지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나는 작은 섬으로 가 아무도 찾지 못하게 동굴 속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크로아티아의 부부 3분의 1은 살다가 헤어진다고 한다. 박물관 측은 사람들이 남의 이야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행복한 부부 관계나 연인 사이를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슬로베니아 수도, 유비아나의 메인 스퀘어에 이 나라의 국보적 시인, 프래스랜의 동상이 우뚝 서 있다. 그는 이 나라가 오스트리아 -헝가리 지배를 받고 있을 시대에도 모국어로 주옥같은 시를 썼다. 30대 변호사-시인인 그는 15살 소녀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동상에서 멀지 않은 빌딩에 소녀의 초상화가 있다. 그의 사랑은 로맨스로 발전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녀는 좋은 집안의 딸이고, 그는 서민 출신이었다.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기에 더욱 아름다웠을 것이다. 모든 사랑은 끝나게 되어 있다.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여행기 베니스 크로아티아 결별 사연
2023.04.05. 21:36
‘물은 자연의 원동력이다(Water is the driving force of nature).’ -레오나르도 다 빈치 크로아티아는 경치가 아름다운 나라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사진이나 그림엽서에 나오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기 위해 세계 각국 관광객이 모여든다. 한국인들도 많이 와 코로나 전에는 특별 전세기까지 운항했다고 한다. 호텔에서 서울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을 여러 번 만났다. 자그레브의 낙서 벽에는 ‘삼척 박 씨, 며느리 파이팅’이라는 글이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 투어 그룹은 대부분 은퇴자인데 한국 단체들은 젊게 보이는 부인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크로아티아 오타피아 노점상에서 트럼풀이라는 비싸지 않은 약재를 샀는데 상인은 “싸다. 비싸다” 하는 것이 한국 관광객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라고 해 웃었다. 이번에 방문한 발칸 세 나라를 아름답게 한 것은 높은 산과 내해 깊숙이 들어 온 바닷물이다. 대부분의 관광은 베니스에서 크로아티아로 들어가 버스를 타고 해안을 도는 일정이다. 나는 눈을 즐겁게 하는 여행보다 역사와 문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발굴하는데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번에는 자연에 매료되었다. 그중에서도 몬테네그로(Montenegro-검은 산)의 경관은 잊을 수 없다. 수천 피트 높은 산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고 바닷물은 깊은 만까지 들어와 있었다. 사람들은 카페에 앉아 커피나 와인을 마시며 연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연안에는 홍합 양식장이 많았다. 이 도시에서는 고양이가 큰 대접을 받고 고양이 박물관이 있다. 거리를 배회하는 고양이, 공원 벤치에서 낮잠 자는 고양이도 많다. 유럽이 흑사병으로 인구의 3분의 1이 죽어 갔을 때 아름다운 이 도시는 피해가 작았다. 고양이들이 병균을 옮기는 쥐를 잡아먹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크로아티아의 스프릿, 드보로닛 항에는 넓은 보도가 있고, 사람들은 야외 테이블에 앉아 와인이나 맥주를 마신다. 먹고 마시고, 담배 피우고, 한때 티토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에 익숙한 그들이지만 낙천적으로 보였다. 이 나라 사람들은 키가 크고 체격이 건장하다. 아이들이 아주 예쁘고 젊은 여자들은 날씬하다. 그러나 애를 몇 낳고 나이가 들면 몸집이 커져 귀여운 느낌은 없다. 남자 평균 신장은 180cm가 된다고 한다. 크로아티아의 자달(Zadar)이라는 항구에서 ‘바다의 풍금 소리(Sea Organ)’를 들었다. 아이디어가 매우 시적이다. 바닷물이 닿는 보도에 금, 은, 동으로 만든 가느다란 파이프를 심었다. 파도와 접촉하는 순간 오르간 소리가 생기고 이 소리는 작은 구멍(Holes)을 통해 전달된다. 멀리서는 은은하게 들리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제법 큰 풍금 소리가 된다. 크로아티아의 컬카(Krka ) 국립공원은 작으나 이색적이다. 산 중턱 곳곳에서 물이 쏟아져 온 계곡이 수백 개의 폭포가 된다. 1.2마일밖에 안 되는 나무 트레일이 있는데 걸을 만 했다. 슬로베니아는 유럽에서 두 번째 꼽히는 ‘푸른 나라(Green Country)’에 속한다. 인구 200만의 소국이지만 사람도 자연만큼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세 나라는 관광이 주 산업이고 호텔이 현대식이면서도 비싼 것 같지 않고 물가도 합리적이었다. 특히 사람들이 좋았다.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베니스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여행기 풍금 소리
2023.03.29. 21:43
베니스에서 베니스의 상인을 만났다. 운하 주변 거리에는 인파가 넘쳤다. 뉴욕, 파리, 런던, 홍콩에서 볼 수 있는 북적대는 대도시 사람의 물결이었다. 군중 틈에 경찰이 2개 조로 따라 다니고 있었다. 소매치기가 많은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관찰자의 눈으로 노점상과 고객들, 쏟아져 나오는 군중을 살펴보았다. 다른 나라 어디에선가에서 온 듯한 젊은이들이 많았다. 처음 들린 곳은 피자 가게. 아랍계로 보이는 청년이 기웃거리는 사람을 끌어들였다. 거리의 노점상은 대부분 외국인이 주인이었다. 1층 상가의 선물 가게, 베이커리, 패스트푸드가게는 소수민족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였다. 고급 옷가게, 화장품, 보석 가게는 현지 이탈리아 사람들이 주인인 것 같았다. 물건값도 모르고, 짐이 무거워서도 사지 않았다. 호텔 근처 식당에서 저녁 먹고, 빵 몇 개 산 것이 전부였다. 베니스에서 진짜 베니스 상인은 만나지 못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은 400년 전 작품이지만 아직도 회자 되고 있다. 16세기의 베니스는 막강한 도시국가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 인근 발칸반도 여러 지역을 지배하고 있었다. 베니스는 이탈리아의 북쪽에 있다. 아드리아 해를 건너거나 육로도 쉽게 당도할 수 있다. 지중해의 대표적 무역항이었던 베니스에는 유대인 상인들이 많았다. 안토니오는 예쁜 여자에게 청혼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 그는 평소에 거래하던 유대인 고리 대금업자, 샬롯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샬롯은 무이자로 빌려주되, 제때 상환하지 못할 경우 살점 한 파운드를 떼어가는데 서명하라고 요구했고, 돈이 급한 안토니오는 이에 동의했다. 무역상 안토니오는 항구에 묶인 화물이 풀리지 않아 상환할 수 없었고 재판에 회부되었다. 안토니오의 변호인은 “우리가 서명한 것은 오직 살점만 잘라가도록 허락한 것이다. 피를 흘리지 않고 떼어 가라.” 유대인들은 이 희곡이 유대인들을 탐욕적으로 묘사한 반유대주의 작품이라고 들고 나왔다. 셰익스피어는 이에 “이것은 코믹한 희곡이다. 반유대 감정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4~5년 전 발칸반도의 불가리아, 세르비아, 루마니아를 돌아본 이후 이번에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를 여행했다. 불가리아에서 투어 가이드로부터 들은 이야기, “나치 명령으로 유대인을 잡아 버스에 태워 가던 중 수용소에 도착하기 전 독가스로 죽였습니다.” 세르비아의 노비 사드에서 들었다. “몹시 추운 겨울, 유대인들을 강으로 데리고 가 발가벗기고 물에 뛰어들도록 했어요. 안 들어가면 쏴 죽였고, 들어간 사람은 얼어 죽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이런 잔인한 이야기는 듣지 않았다.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리브에서 주차장을 보았다. 원래 시나고그였는데 유대인을 싫어하는 사람이 불을 질러 쓰러졌다고 한다. 스프릿, 두드리닉에는 유대인 집단촌이 있었고 지금도 100명 정도 살고 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 희곡은 반유대 작품으로 단정할 수 없으나 당시 유럽에 팽배했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은 사실이었을 것이다.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베니스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진짜 베니스
2023.03.22. 21:22
3월 13일 새벽 3시 반. 베네치아의 아마디우스 호텔 앞에서 택시를 기다렸다. 이곳 마르코 폴로 공항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가서 뉴욕으로 오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였다. 택시 정류장에는 영어를 하는 30여 명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세 대가 와서 그들을 싣고 가고 이어 어둠 속에서 또 한 대가 나타나 “초이” 하고 불렀다. 내가 탄 택시는 도로를 달리는 보통 택시가 아닌 Water Taxi, 날도 밝기 전 빠른 속도로 공항을 향해 달렸다. 지중해의 상류인 Adriatic Sea의 찬 새벽 바다에는 갈매기도 보이지 않았다. 워터 택시와 승객을 싣고 정거장마다 서는 워터 버스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베네치아의 성 마르코 성당, 유명 박물관은 거의 물가에자리 잡고 있어 워터 택시나 곤돌라가 육상 교통수단보다 편리하고 요금이 싸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베네치아의 물길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지중해, 여기서 나온 큰 물줄기인 운하들, 그리고 좁은 골목 같은 채널(Channel)이 있는데 곤돌라는 주로 채널을 누비고 다닌다. 한 시간 대여에 80~100유로, 요즘 달러 시세가 강세여서 80~100달러에 이탈리아 가곡을 들으며 뱃놀이를 즐길 수 있다. 아직 본격적인 관광시즌이 시작되지 않은 3월 초였지만 가족 단위로 곤돌라를 타는 사람이 많았다. 베네치아에 온 김에 한 번 타 보자. 언제 또 오겠나. 크레딧 카드를 안 받고, 오직 유로로만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유로가 없다고 했더니 은행 ATM에 가서 환전을 도와주겠다고 해서 타고 봤다. 노를 젓는 사람은 베네치아에서 일생을 보내고 있는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수로 곳곳에 어떤 명소가 있는지, 마르코 폴로가 살던 집이 어딘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세계 각국 언론에서 베네치아가 가뭄으로 물이 말라 곤돌라 운행이 중단됐다고 떠들썩한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베네치아는 지난 3개월간 비가 오지 않아 물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썰물일 때 일부 채널의 수위가 낮아 곤돌라가 다니지 못한 곳이 있었는데 언론이 좀 과장해서 보도한 것으로 보인다. 중세 유럽의 가장 번성한 교역항이었던 베네치아는 늪지대에 운하를 파서 워터 버스와 곤돌라를 다니는 수로를 만들었다. 운하를 따라 118개의 골목 물길이 있고 400여 개의 돌다리가 있다. 사람에 밀려 걸어가니 좁은 골목에서 인파가 쏟아져 나오는데 대부분이 젊은 여행자들이었다. 베네치아를 찾는 연 관광객은 2000만이 넘는다고 한다. 곤돌라로 물길을 따라가면서 건물 1층은 밀물에 침수가 잦아 사람이 살기 어렵고 2층 이상만 주거가 가능한 것을 알았다. 번화가의 1층은 상가이지만 높은 층은 보수가 되지 않은 수 백 년 낡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구도시 느낌이었다. 내가 하룻밤 잔 호텔은 운하 옆에 있는 오래된 건물, 방이 좁고 바닥은 나무로 돼 있었다. 룸키는 무거운 구리 열쇠, 정문도 자동문이 아닌 자물쇠로 여닫는 문이었다. 베네치아의 역사 보존은 현대인들을 중세기로 안내해 유네스코 World Heritage Site로 지정되었다. 런던의 더타임스가 “유럽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의 하나”라고 격찬하고, 뉴욕타임스가 “의심할 여지 없이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부른 베네치아, 이 독특한 도시를 찾는 사람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도시 베네치아 워터 택시 곤돌라 운행
2023.03.15. 21:36
[월드컵 8강전] 크로아티아, 아르헨티나 4강 선착-내일 모로코 대 포르투갈, 영국 대 프랑스 전 열려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대회가 갈수록 재미를 더하고 있다. 8강전 4경기 가운데 2경기가 열린 9일, 두 경기 모두 승부차기까지 가는 불꽃 튀는 접전 끝에 승자를 가렸다. LA시간으로 오전 7시에 시작된 크로아티아와 브라질 경기는 연장전에서 1대1로 비긴 가운데 승부차기에서 크로아티아가 골키퍼의 눈부신 선방에 힘입어 강력한 우승 후보인 브라질을 4대2로 꺾고 가장 먼저 4강에 진출했다. 이어 오전 11시에 벌어진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경기도 연장전까지 가는 대접전 속에서 2대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이 경기에서는 아르헨티나 골키퍼가 네덜란드의 1번 키커와 2번 키커의 슛을 잇달아 막으며 승부의 추를 가져왔고 결국 아르헨티나가 4대3으로 승리하며 준결승전에서 크로아티아와 맞붙게 됐다. 내일(10일)은 8강전 나머지 두 경기가 열린다. 오전 7시 모로코와 포르투갈, 오전 11시 잉글랜드와 프랑스전이 펼쳐진다. 이 두 경기의 승자가 4강에서 격돌한다. 준결승전은 13일(화) 오전 11시에 1경기, 다음날인 14일(수) 오전 11시에 다른 경기가 예정돼 있다. 17일(토) 오전 7시에는 3위 결정전, 그리고 대망의 결승전은 18일(일) 오전 7시에 열린다. 이들 경기 모두 폭스11(채널 11.1)과 스페인어 방송인 텔레문도(채널 52.1)에서 생방송으로 중계한다. 김병일 기자월드컵 8강전 영국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골키퍼 포르투갈 오전
2022.12.09. 1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