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최신기사

탁구대 위 사기꾼, 성공 훔치다

매해 수상 시즌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호출되는 이름이 있다. 티모시 샬라메다. 이제 그는 더는 '차세대'라는 보호막 뒤에 머물 수 있는 배우가 아니다. 그 수식어가 유효했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20~30대 관객에게 샬라메는 여전히 가장 트렌디한 스타이자 '인터넷 보이프렌드'로 소비되지만 영화계에서 그의 위상은 그보다 훨씬 복합적이다. 그는 이 시대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배우이자 동시에 가장 자주 검증되고 의심받는 배우다. 연기력과 스타성,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그가 유지해 온 위태로운 균형은 이 배우를 하나의 '현상'으로 만들었다.     그의 커리어를 되짚을 때 2017년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은 여전히 하나의 기준점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샬라메의 필모그래피에서 단순한 데뷔작이나 대표작을 넘어선다. 이후 그에게 따라붙은 모든 찬사와 의심, 반복 논쟁과 기대는 결국 이 영화를 출발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티모시 샬라메는 ‘잘 연기한 신인’ 또는 ‘섬세한 연기’라는 안전한 범주를 단숨에 넘어섰다. 그는 첫사랑의 감정을 연기하면서 그것을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과장하지도, 서사적으로 정리하지도 않는다. 울음이나 절규 같은 명시적 표현은 철저히 배제되고 미세한 표정의 흔들림과 한 박자 늦은 반응, 침묵의 길이가 그 감정의 깊이를 대신한다. 그의 연기는 크지 않지만, 그만큼 깊다.   샬라메는 로맨스와 독립영화, 그리고 '듄', '웡카' 같은 대형 블록버스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으며 자신의 스펙트럼을 확장해 왔다. 상업성과 비평성을 동시에 거머쥔 보기 드문 배우. 흥행을 견인하는 스타 파워와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이미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평가들의 찬사가 그를 따라다녔다.   그러나 그만큼 “정형화된 연기를 반복한다”거나 “스타성에 가려진 배우”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않았다. 샬라메의 연기는 늘 찬사와 피로, 기대와 의심 사이를 오갔다. 2025년작 ‘마티 슈프림’은 이 논쟁을 다시 전면으로 호출한다.   조쉬 사프디 감독의 이 거친 스포츠 코미디에서 샬라메는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탁구 선수이자 사기꾼 마티 마우저를 연기한다. 전후 미국의 번영 아래 변두리 체육관과 지하 공간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마티는 정식 경기장이 아닌 뒷골목 클럽과 내기판에서 탁구를 친다. 그는 이미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공식 무대와는 거리가 멀다.   규율과 질서보다 속임수에 익숙한 인물 마티에게 탁구는 스포츠가 아니라 생존 기술이자 지배의 도구다. 그는 경기로 돈을 벌고, 사람을 속이고, 약속을 어긴다. 영화는 처음부터 그를 영웅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관객이 불편함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공을 다루는 감각, 상대의 리듬을 무너뜨리는 능력, 심리전을 활용하는 방식까지 그는 분명 타고난 재능을 지녔다. 문제는 그 재능이 늘 편법과 결합한다는 점이다. 일부러 져주고 판돈을 키운 뒤, 결정적인 순간에 판을 뒤집는 방식. 이 상승은 성공 서사처럼 보이지만, 언제나 불안정하다.   사프디 감독 특유의 연출은 이 불안을 증폭시킨다. 카메라는 인물에게 바짝 붙고, 편집은 쉼을 허락하지 않는다. 중반부에 이르러 마티는 공식 대회, 더 정확히는 국제무대에 가까운 공간에 접근할 기회를 얻는다. 처음으로 ‘진짜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 기회 역시 정정당당한 노력의 결과는 아니다.   그는 여전히 거짓말을 하고, 사람을 이용한다. 마티에게 성공은 윤리의 결과가 아니라 자기 확신을 끝까지 밀어붙인 자의 몫이다. 영화는 묻는다. 재능이 있다면, 방법은 정말 중요하지 않은가. 마티는 주저 없이 “아니다”라고 답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선택은 점점 더 공격적으로 반복된다. 속이고, 이기고, 더 큰 판으로 이동하고, 그리고 다시 속인다. 영화는 명확한 추락 서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같은 패턴을 집요하게 반복한다. 이 반복은 관객을 지치게 한다. 우리는 마티의 과거도, 가족도, 내면의 결핍도 끝내 알지 못한다. 그는 끝까지 설명되지 않는 인물로 남는다.   마지막 몇 분, 영화는 갑작스럽게 속도를 늦춘다. 마티는 더는 달릴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승리도, 명확한 패배도 아닌 지점에서 그는 멈춘다. 그 멈춤이 자발적인 선택인지, 시스템에 의한 정지인지는 끝내 명확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영화가 구원이나 교훈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티는 벌을 받지도, 성숙한 단계에 이르지도 않는다. 그는 그저 질주를 멈췄을 뿐이다.   이 모든 혼돈의 중심에 샬라메의 기념비적 연기가 있다. 롤러코스터처럼 재앙을 향해 질주하다가 결국 멈춰서야 하는 마티의 여정. 샬라메는 마티를 단일한 성격으로 고정하지 않고 카리스마와 혐오를 동시에 불어넣는다.     2시간 3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내내 화면을 장악한다. 캐릭터의 맥박과 생각, 추진력의 속도는 모든 장애물을 돌파한다. 우리는 어느 순간 이 비도덕적인 인물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응원하게 된다. 관객을 이토록 불편한 인물 편에 서게 만드는 힘은 배우의 연기를 넘어선 영역이다.   '마티 슈프림'은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사프디 감독이 마티를 끊임없이 변호하며 그가 영화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음을 주장하지만 관객 모두가 설득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마티 슈프림'은 실패와 성취의 경계 어딘가에서 오랫동안 머문다. 사프디 감독의 2019년작 '언컷 젬스'가 보여줬던 숨 막히는 현실감에 언더독 스포츠 드라마의 서사를 덧입힌 이 영화는 끝까지 강렬한 에너지와 어지러울 만큼의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영화는 티모시 샬라메의 커리어에서도 결정적인 이정표로 남을 것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인디 영화배우로서의 감각과 입지를 다시 한번 또렷하게 각인시키며 쉽게 지워지지 않을 연기를 펼쳐 보인다. 실패와 성취의 경계에서 오래 머무는 이 작품처럼 샬라메 역시 언제나 논쟁의 중심에 서 있을 것이다.   그는 이미 2026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 부문)을 받았고 오는 3월 열리는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도 그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마티 슈프림'이 그의 커리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는 이제 시상식의 결과보다 시간의 평가에 달려 있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사기꾼 탁구대 성공 서사 인물 마티에게 스포츠 코미디

2026.01.28. 19:53

썸네일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