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을사년 뱀의 해이다. ‘을(乙)’은 푸른색을 상징하므로 푸른 뱀의 해라고 한다. 뱀은 12간지 동물 중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은 아니다. 오히려 무섭거나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이도 많다. 실제로 우리집엔 안창홍 화백의 ‘태양을 품은 뱀’ 이라는 제목의 1989년도 판화가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친정집에 있던 그림을 동생들과 나눌 때 내 몫의 그림 속에 끼어 왔다. 미국에 가져와서는 으스스해서 걸어놓지 않았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권과 문학 속에서 뱀이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동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먼저 뱀은 겨울잠을 자고 봄에 더 건강한 모습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고 하여 ‘죽지 않고 다시 태어나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또한 위키백과에 따르면 뱀은 집안의 곳간과 재산을 지키는 가신이나 업신으로 불리며 살림을 늘게 해주고 집을 지켜준다고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뱀은 ‘지혜’와 ‘치유’를 상징한다. 죽은 사람도 살려냈다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가 항상 들고 다닌 뱀이 똬리를 튼 지팡이에서 기원한다. 신화에 따르면 아스클레피오스가 환자를 치료하던 중 갑자기 뱀이 방안으로 들어오자 깜짝 놀라서 지팡이를 휘둘러 뱀을 죽였다고 한다. 그런데 잠시 후 다른 뱀이 약초를 물고 와 죽은 뱀을 살리는 것을 보고 그도 그 약초로 환자를 살릴 수 있었다. 그후 그는 뱀의 치료적 영험을 상징하는 뱀 지팡이를 들고 다녔다고 한다. 뱀은 고대부터 치유의 약초를 찾아내는 현명함과 재생의 힘을 가진 상서로운 존재였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의 로고에도 이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가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뱀의 해’ 라기에 서재 책장 서랍에 둔 그 뱀 그림이 생각났다. 당시에 전도 유망한 젊은 화가의 그림이라고 아버지의 설명을 들었던 터였다. 구글링해보니 36년 세월 사이 꾸준히 활동하셔서 독창적 장르를 개척하신 우뚝 서신 분이 되셨다. 노력한 시간이 준 선물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365개의 새 날을 하늘의 선물로 받았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들이다. 365개의 날 중엔 슬픔과 좌절의 날도 기쁨과 희망의 날도 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성경에는 365번의 ‘염려하지 말라’가 써 있다니 인생살이는 매일 근심을 안고 사는 일이 아닐까 싶다. 고금을 막론하여 남들도 그러하다는 말인 듯싶어 크게 위로가 된다.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며 늘 자신에 차 있던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쟁에서 패한 후 아프리카 세인트헬레나 섬에 유폐되어 그곳에서 최후를 맞을 때 그는 참담해하며 “어느 날 마주칠 불행은 언젠가 우리가 소홀히 보낸 시간에 대한 보복이다”라고 탄식했다. 나폴레옹조차도 피해가지 못한 시간의 보복. 뭔가를 해야할 때를 놓치는 것은 시간의 보복을 잉태하는 일이 될 것이다. 작년과 같은 해가 뜨고 새로울 게 없는 일상의 연속이라 할지라도, 어제를 이기는 오늘을 만들어가야겠다. 재산과 곳간을 지켜준다는 뱀 그림을 벽에 걸어야하나 말아야하나. 세상적 욕심 앞에선 뱀의 흉물스러움도 다 용서가 될 듯한 아이러니라니. 이정아 / 수필가이 아침에 태양 곳간과 재산 아프리카 세인트헬레나 치료적 영험
2025.01.12. 18:00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어떤 것에 몹시 놀란 사람은 비슷한 사물만 보아도 겁을 낸다. 내가 끔찍이 싫어하는 건 지렁이 뱀 등 땅에 기어다니는 환형동물이다. 마른 나무가지나 꾸부정한 실 꽁지만 봐도 기겁하고 놀란다. 현풍 할매 곰탕으로 소문난 읍내에서 한 정거장을 더 가면 초갓집이 버섯처럼 옹기종기 붙은 삼거리동네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좁은 논두렁 따라 갈매기처럼 줄지어 갈 때는 등에 매달린 보자기 속에서 양은 도시락이 달그락 소리를 냈다. 다들 냅다 잘 내빼고 달리기도 잘 하는데 난 왜 항상 꼴찌였을까. 한 여름을 달군 땡볕이 뺨을 빨갛게 달구던 오후, 촐랑촐랑 딴 생각하며 집으로 오는 길에 뭔가 미끄덩하는 순간 나자빠졌는데 논두렁에 똬리 튼 뱀을 밟은 것. 엄마 등에 업혀 집에 왔는데 밤새 “뱀 잡자” 헛소리를 하고 앓았다. 기억은 몽롱 하지만 스르르 몸을 풀며 논으로 들어가는 뱀을 본 것 같다. 지금도 뱀 그림만 봐도 소름이 끼치고 지렁이나 땅에 기는 것들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공포증(Phobia)은 불안장애의 한 요인으로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공포증을 느껴 오한 발열 경련 어지러움 두근거림 구역질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타나토포비아(Thanatophobia)는 죽음에 대한 공포증, 자신 또는 주변 인물의 죽음과 존재의 상실에 대한 공포를 말한다. 죽음만큼 더 고통스러운 기억은 없다. ‘그때 갑자기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멈춰선 나는 죽을 것만 같은 피로감으로 난간에 기댔다. 그리고 핏빛 하늘에 걸친 불타는 듯한 구름과 암청색 도시가 있었다. 그때 자연을 관통하는 그치지 않는 커다란 비명 소리를 들었다.’ 뭉크가 1892년 1월에 남긴 ‘절규’에 관한 글이다. ‘절규’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정신병원 근처 바닷가 길로 정신질환으로 입원해 있던 뭉크의 누이동생 로라 카트린느를 만나기 위해 드나들었던 정신병원으로 가는 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의 명성에 비해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는 오슬로 시 소재 뭉크 미술관에서 핏빛 하늘과 불타는 구름, ‘절규’ 하는 인간의 모습을 본다. 얼마나 더 큰 고통 속에서 허덕이고 절규하며 공포에 시달려야 생과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를 근심했다.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국민화가 에드바르 뭉크는 생과 죽음의 근원에 존재하는 고독, 질투, 불안 등을 담은 표현주의 화가의 선구자로 꼽힌다. ‘나는 날마다 죽음과 함께 살았다’고 고백할 만큼 뭉크는 어린 시절부터 죽음에 대한 뿌리 깊은 두려움을 안고 산다. 5살 때 결핵으로 어머니와 사별하고 9년 후 사랑하는 누이 소피가 죽고 뭉크도 결핵에 걸려 죽음의 공포와 망상에 시달린다. 정신병원에서 장기간 치료를 받는 동안 뭉크는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고 큰 충격과 위로를 받고 노르웨이의 자부심이 된 ‘태양(1911년, 캔버스에 오일, 455x780cm, 오슬로대학교 소장) 시리즈을 제작한다. 오슬로대학 창립 100주년을 맞아 그린 대형 벽화 ‘태양’은 노르웨이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뭉크의 얼굴이 그려진 노르웨이 화폐 1000 크로네의 뒷면을 장식한다. 불안과 우울함이라는 삶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서도 생명과 희망의 빛을 포기하지 않았던 뭉크는 절망보다는 희망을 노래한다. 슬픔과 고통 대신 눈부신 희망을 담아낸 뭉크의 태양처럼 내일은 내일의 찬란한 태양이 또 다시 떠오른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고통 태양 공포증 자신 에드바르 뭉크 오슬로대학교 소장
2024.09.24. 13:21
돈이 떨어지자, 배고픔이 그들의 삶에 어둠을 드리우기 시작했다. 마리암은 배고픔이 순식간에 삶의 핵심이 되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 굶어서 죽는 것이 갑자기 현실이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기다리지 않으려 했다. 마리암은 어떤 집 과부가 마른 빵을 갈아서 쥐약을 묻혀 일곱 명의 자식에게 먹이고, 자신이 가장 많이 먹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 라일라가 말했다. “눈앞에서 제 자식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할레드 호세이니 『천 개의 찬란한 태양』 “내 아기만이라도 살려 주세요.” 지난주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 사진이 잊히질 않는다. 엄마들이 갓난아기들을 철조망 너머로 던졌다. 어떤 아기는 낯선 외국 군인 품에 안겼고, 어떤 아기는 철조망 위로 떨어졌다. 목숨을 건 생이별의 현장. 탈레반은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을 총살했다. 21세기라고 믿기지 않는 야만의 지옥도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미국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이다. 영화로도 유명한 전작 『연을 쫓는 아이』에 이어 또 한 번 아프간의 비극적 삶을 그렸다. 계속되는 전쟁과 혼란, 궁핍, 폭압적인 이슬람 근본주의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얘기다. 스무살도 더 나이 많은 남자와 강제혼인하는 마리암은 결혼하며 처음 부르카를 입는다. “망사를 통해 세상을 본다는 게 낯설었다. …주변을 볼 수 없게 되니 힘이 빠졌다. 그녀는 주름진 천이 입을 질식시킬 것처럼 압박하는 게 싫었다.” 아름답고 역설적인 제목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카불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17세기 시 ‘카불’에서 따왔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찬란 태양 아프가니스탄 출신 철조망 위로 지난주 아프가니스탄
2024.05.29. 18:07
해가 달을 품자 검은 태양이 떴다. 8일 북미 대륙에서는 지구-달-해가 일직선으로 놓인 개기일식 현상이 7년 만에 벌어졌다. 이날 멕시코, 미국(텍사스주-메인주 등 10개주), 캐나다에서는 완전한 검은 태양인 개기일식과 부분일식 현상이 나타나 수억명이 하늘을 바라봤다. ABC, CBS, NBC, CNN 등 미국의 주요 방송들은 이날 아침부터 특별방송을 편성해 주요 개기일식 지역을 생방송으로 연결, 중계방송을 하며 ‘잊지못할 우주쇼’ 현장을 시시각각 전했다. LA지역에서는 오전 10시 6분부터 오후 12시21분까지 부분일식이 관측됐다. LA 시민은 그리피트천문대, 마운트 윌슨 천문대, 칼텍 등에서 주최한 관측행사에 참석해 우주의 신비를 목격했다. 다음 북미 지역 개기일식은 20년 뒤에나 볼 수 있다. 이날 개기일식이 지속된 북동부 지역에서 약 4분 26초 동안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에 들어가 완벽한 검은 태양이 연출되고 있다〈위사진=로이터〉. 샌타모니카 피어에서 특수 안경을 쓴 시민들이 부분일식 현상을 관측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김상진 기자태양 태양인 개기일식 태양 사이 개기일식 현상
2024.04.08. 20:34
스페인은 여행 가이드마다 찬양하고 다녀온 사람들도 최고의 여행지였다고 극찬하는 매력적인 나라다. 일단 화창하고 온화한 날씨가 큰 몫을 한다. 여행자의 즐거운 하루를 보장하는 데 화사한 햇살과 눈부신 하늘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스페인을 이루는 문화도 참 다채롭다. 피카소와 가우디, 축구와 플라멩코를 비롯해 투우의 강렬함과 시에스타(낮잠)에 이르기까지, 지중해 태양빛에 물든 이 낭만의 나라는 독특한 건축양식과 개성 넘치는 문화와 특유의 정열적인 분위기, 강렬한 플라멩코 선율이 흐르는 가장 이색적인 유럽을 보여준다. 특히 바르셀로나는 '가우디로 시작해 가우디로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가 남긴 천재적인 창의력이 도시 곳곳에 번뜩인다. 그의 대표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바르셀로나 여행의 필수 코스라 할 수 있다. 1881년 공사를 시작해 140년 넘게 공사 중인 미완성 대작은 아름다움을 넘어 성스럽기까지 하다. 높이 솟은 나선형의 돔과 포물선 지붕은 마치 촛농이 흘러내리는 듯, 혹은 부드러운 흙으로 빚어낸 하나의 조형물 같은 느낌을 준다. 이외에도 레이알 광장, 카탈라나 음악당, 구엘공원,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카사 비엔스, 산 파우 병원, 기암괴석 속에 세워진 카탈루냐의 성지 몬세라트 등 도시 전체가 '가우디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르셀로나와 함께 스페인의 쌍두마차 격인 마드리드는 고색창연한 건축물과 미술관, 박물관, 유적들이 매력을 발산한다. 세계 3대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국왕의 공식 거처이자 왕실의 상징인 마드리드 왕궁, 활기찬 분위기의 마요르 광장과 솔 광장, 시민들의 휴식처인 레티로 공원 알깔라문 등이 대표 명소다. 톨레도는 한때 로마제국의 도시였고 무어인들에 의해 이슬람 왕조가 들어서기도 했던 이색적인 도시다.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여러 종교유적이 공존하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인근한 라만차 지방에서는 '돈키호테'의 배경이 된 하얀 밀가루 풍차를 볼 수 있는 콘수에그라도 위치한다. 또 그라나다는 무어인들이 스페인에 항복할 때까지 아랍문화의 중심이었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을 꼽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알함브라 궁전이다. 붉은 철이 함유된 흙으로 지어져 '붉은 성'을 뜻하는 이름이 붙어졌다. 알카사바 요새,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나스르 궁, 그라나다 왕의 여름 별궁이었던 헤네랄리페 정원, 카를로스 5세 궁전, 산타 마리아 성당, 프란치스코회 수도원을 모두 일컫는다. 카르멘과 돈주앙의 고향,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의 무대가 된 세비야는 투우와 플라멩코의 본고장으로 밤에도 떠들썩하고 활기가 넘친다. 그 중심은 세비야 대성당인데 이 성당은 이슬람 사원 위에 지어진 이성당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까지 더해져 복합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태양 정열 지중해 태양빛 바르셀로나 여행 미술관 박물관
2023.09.21. 20:49
별이라고 하면 밤하늘에 반짝거리는 작은 별이 떠오른다. 그런데 매일 아침 동쪽 하늘에서 찬란히 떠오르는 태양도 그런 수많은 별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 친숙한 별이 맞다. 사실 태양은 가만히 있는데 그 주위를 공전하는 우리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마치 태양이 떠오르는 것 같이 보일 뿐이다. 우주의 나이를 약 138억 년으로 잡으면 태양은 46억 살이다. 여느 별처럼 태양의 주성분도 수소인데 수소가 핵융합하여 헬륨이 되면서 생긴 질량의 차이로 빛과 열을 낸다. 여기서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에너지-질량 공식 E=mc²이 등장한다. 따지고 보면 미미한 질량(m) 차이지만 여기에 빛(c)의 속도의 제곱(²)이 곱해지기 때문에 엄청난 에너지(E)가 나온다. 그렇게 만들어진 빛과 열이란 에너지로 태양 주변을 공전하는 지구에 생명체가 발현하여 문명을 이뤘다. 그러므로 우리 생명의 원천은 바로 태양이다. 태양이란 별이 자리 잡은 곳은 운 좋게 우리 은하의 변두리였다. 은하수의 외곽에 자리한 까닭에 상대적으로 은하 활동의 영향을 적게 받아서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행성인 지구상에 생명이 출현하여 진화할 수 있었다. 태양의 8개의 행성을 포함하여 태양 주변의 모든 것을 통틀어 태양계라고 부른다. 하지만 중심성인 태양이 워낙 크고 밝아서 태양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태양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태양계의 총 질량 중 태양이 차지하는 비율이 99.9%라니 덩치 큰 목성을 포함하여 여덟 행성과 위성, 그리고 소행성, 혜성, 유성, 심지어는 행성 간 먼지를 모두 더해도 0.1%밖에 되지 않는다. 태양은 비교적 덩치가 큰 별에 속하는데 우주에 산재한 별들의 평균 질량은 대체로 태양의 15% 정도다. 태양의 지름은 지구 지름의 약 109배 정도이고 질량은 지구의 약 33만 배 정도 된다. 표면 온도는 섭씨 5,500도쯤 되며 중심부 온도는 1,500만 도에 이른다. 예상 수명이 124억 년이니 앞으로 78억 년 후면 그 수명이 다한다. 태양의 질량으로 미루어 주계열성 단계를 지나는 109억 살이 되면 적색거성이 된다. 그때 태양은 지구 궤도까지 부풀어 오른 후 다시 수축하여 결국 지구만 한 크기의 백색왜성의 단계에 이르고 최후에는 흑색 왜성이 되어 우주의 어둠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태양은 그 큰 덩치에 걸맞게 무시무시한 중력으로 주변 물체를 끌어당겨 태양계를 이루고 있다. 편의상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를 1AU(천문단위)라고 정했는데 태양계의 최외곽 행성인 해왕성까지는 30AU, 해왕성 바깥에서 태양 주위를 도는 작은 천체들의 모임인 카이퍼벨트까지는 50AU, 지금 보이저 1호가 날고 있는 곳은 110AU, 그리고 장주기 혜성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오르트구름까지는 약 5만 AU인데 태양 표면을 떠난 빛이 근 1년 걸려 도착하는 이곳까지 태양의 중력이 미친다고 한다. 이왕 가는 김에 더 멀리 가보도록 하자. 태양 표면을 떠나 빛의 속도로 4년 반을 가면 비로소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알파 센타우리 별이 나온다. 그런 별들이 4천억 개나 모여 비로소 우리 은하인 은하수를 이룬다. 그리고 그런 은하가 약 2조 개가 모여서 우주가 된다니 상상을 초월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태양 태양 표면 태양 주위 편의상 태양
2023.09.01. 14:37
어제 알제리아를 태웠던 태양이 오늘은 내 텃밭에서 쉬엄쉬엄 나의 여린 오이는 머쓱히 쑥쑥 자라고 토마토는 얼굴을 붉힌다 여명에 어둠이 사라지자 세상은 신비를 벗고 생명체들은 발걸음이 명랑해진다 오늘도 하루가 하늘로 피어오른다 밤새 긴 휴식을 취한 텃밭은 힘껏 기지개를 켜고 손발 들어 태양을 경외한다 연한 속살은 연실 터지며 칠월이 알알이 박히고 포도송이 영글어간다 이제 온 힘을 다해 몸 밖으로 밀어내는 일만 남았다 마음껏 태양을 삼키고 부풀어 터질 일만 남았다 햇빛 한입 입에 물고 바람 한 번 들이쉬고 빗방울 한번 들이마시고 하늘하늘 춤추며 하늘에 사랑 푸는 일만 남았다 사랑 거두는 일만 남았다 정명숙 / 시인·롱아일랜드글마당 카뮈 태양 햇빛 한입 연한 속살 어제 알제리아
2023.07.21. 18:06
지난 월요일, 1박 2일로 아미시(Amish) 마을 랑카스터를 다녀왔다. 오랜 지기 마리아씨의 선물이다. 나는 아미시가 기계문명을 거부하고 옛 농사 방식으로 자급자족하며 사는 집단이라고만 생각했지 그들이 재세례파 계통의 개신교 종파라는 건 이번에 알았다. 창시자는 스위스의 종교개혁자 야곱 아망으로, 17세기 이후 탄압을 피해 유럽에서 이주한 스위스-독일계 이민자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우리가 간 펜실베이니아주 아미시 카운티의 랑카스터는 아미시들의 중심지로, 인구 6만여 명의 펜주에서 8번째로 큰 도시이다. 한때 주 수도였던 타운답게 다운타운은 펜광장(Penn Squ-are)를 중심으로 아미시 상품 판매소인 센트럴 마켓(Central Market)을 비롯해 메리어트 호텔, 음식점, 상가들이 포진해 있고, 음악학교도 눈에 들어온다. 대중적인 메리어트 호텔이 이렇게 클래식하고 육중한 건물인 것은 처음이다. 그 외에도 고색창연한 묵직한 빌딩들이 적지 않고, 상점들도 단정하다. 특이한 점은 대개의 상점이 큰 도자기 항아리에 색색의 꽃을 장식해 놓았다. 보는 사람의 눈과 마음이 저절로 즐거워진다. 낯선 도시들을 가보면 생동감이 넘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고스트 타운처럼 죽어가는 도시도 있고, 프라하처럼 클래식하고 파스텔 톤의 색조가 멋스럽던 도시가 마치 미국의 어느 소도시에 온 것처럼 온갖 명품 대형가게들로 탈바꿈해 낯설어지기도 한다. 랑카스터는 청결함과 관리 잘 된 도시의 모습이 참으로 상큼한 인상을 주었다. 다운타운뿐만 아니라 타운 곳곳을 다녀도 모든 빌딩과 가옥들이 매우 정돈되고 청결했으며, 잘 가꾸어져 있다. 마리아씨가 랑카스터 인근을 이 골목 저 골목 헤집고 다닌 덕분에 목축업이 주요 생업인 아미시들의 생활을 그나마 살펴볼 수 있었다. 소 목장도 있지만 말 목장이 많은 건 의외였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소똥, 말똥 냄새가 풍기는 게 마치 한국 우리네 시골을 지날 때마다 나던 거름 냄새와 흡사해 익숙했다. 정원의 화초에도 거름을 주어 냄새가 진동하는 아미시 집에는 높은 빨랫줄이 있고, 거기에 어두운색의 옷들이 집게에 집혀 널려 있었다. 아직도 거리엔 마차가 다니고 마차 판매점도 있지만, 대부분의 집에 자동차가 있는 걸 보면, 그네들에게도 21세기 폭탄적인 물질문명과 기계문명은 더는 거부만 할 수 없었나 보다. 모처럼의 봄맞이 외출로 내가 몰랐던 아미시들의 절제와 근면의 삶을 엿볼 수 있었던 일은 좋은 학습이었다. 그들의 레트로 적 삶을 보면서 지구의 환경 문제를 떠올린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첨단기술이나 기계 사용을 줄이고, 이들처럼 자연 비료로 농작물을 재배한다면 지구가 훨씬 건강해지지 않을까? 지구만 건강해질 수 있다면 까짓 거름 냄새쯤도 얼마든 견딜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 동안 함께 하면서 마리아씨를 더 많이 알게 된 일도 기쁘다. 바닷가에 사는 마리아씨는 매일 새벽 해가 뜨기만 하면 즉시, 시간에 구애하지 않고 그 광경을 찍어 카톡을 보낸다. 왜 그렇게 보내느냐고 물었더니 떠오르는 태양의 정기를 보내주고 싶어서란다. 반론의 여지가 없다. 뉴욕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가정’이라 우러르는 모범적 가정을 이룬 어머니이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모험을 즐기는 이 시대 여인이기도 하다. 내가 딸들에게 늘 하는 말도 인생은 도전이고 모험이라는 것이다. 나는 도전하는 삶, 정지하지 않고 매일 진화해가는 삶을 지향한다. 그렇게 사는 벗이 주변에 있다는 건 특별한 축복이라 여겨진다. 여정이 내겐 좀 힘들었지만, 그래도 마리아씨든, 그 누구든, 나를 부르면 나는 곧 떠날 준비가 늘 되어 있다. 왜? 살아있는 동안 이 세상을 마음껏 누려야 하니까. 이영주 / 수필가뉴욕의 맛과 멋 정기 태양 거름 냄새쯤 메리어트 호텔 고스트 타운
2022.05.06. 17:33
환희의 새날 태양은 다시 뜨고 새로운 도약을… 조용히 나래 펼치는 2022년 새 아침이 밝아왔습니다 역사의 장에 메아리쳐 오는 당신 소리에 귀를 밝히면 뛰는 맥박을 읽을 수 있습니다 태평양을 건너 온 한민족의 역사가 새날의 다짐 앞에 모아진 당신의 빛나는 눈들의 포옹 우리 민족의 삶을 향한 집념은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과 씨름하면서도 생동하는 맥박이 살아 숨쉬는 당신들의 불굴의 투혼 살아 있음을, 환희를 재조명하는 이 새해 당신들의 꿈은 아름다운 향기로 가지마다 푸른 하늘 향해 뻗어 만발의 꽃으로 온 세계를 향해 길이 길이 피소서 박복수 / 시인시 태양 길이 길이 우리 민족 당신 소리
2022.01.27.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