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의 성공 신화는 부모 세대의 희생과 자식 세대의 노력을 통해 이뤄진다고 흔히 말한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부모의 뒷바라지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본 사람이 있다. 테네시주 내슈빌의 40대 구두수선공 송형용 씨를 2년간 바라본 기록을 모아 이한얼(24)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Sole(얼)’이 오는 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안 아메리칸 미디어 센터 영화제(CAAMfest)에서 상영된다. 최근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을 이 감독과 함께 줌 인터뷰로 만났다. 송형용 씨는 서른 살 음향 엔지니어를 꿈꾸며 음악의 도시 내슈빌에 왔다. 하지만 딸이 생존 확률 50%에 불과한 25주차 초미숙아로 태어나게 되자 하던 일을 접고 밴더빌트 인근 700스퀘어피트(sqft)의 작은 구두방을 인수해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는 “새벽에 아내의 진통이 11시간 동안 이어지더니 아이가 태어났다. 매일 저녁 병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오후 5시까지만 일하면 된다는 말을 듣고 구두 수선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며 “구두방이 내슈빌에 3-4개밖에 없다. 주인들 나이도 많다. ‘다잉 아트'(Dying Art)라고도 부르는데 경험이 없다 보니 배우는 데 두어달이 걸렸다”고 전했다. 20대 혈기왕성한 청년 감독의 눈에 띈 건 그의 순응하는 태도다. 송형용 씨는 “모든 삶의 일정이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했다”면서도 “유학까지 왔는데 너무 쉽게 (꿈을) 놓아버린게 아닌가 할 정도로 아쉬움이 없다”고 고백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닥쳤을 때 가족을 위해 내 일을 포기하고 누구도 원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답을 찾고자 이 감독은 매일 구두방에 출근해 5시간씩 그와 시간을 보냈다. “원체 성공에 대한 욕심도 많고 인정욕구도 크다. 많은 한인 청년들이 그렇듯 이민 2세로서 고생하신 부모님을 호강시켜드려야 한다는 생각도 자주 한다. 구두방에서도 내 미래 꿈과 성공 계획에 대해 떠들곤 했는데 그럴 때 늘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잘되면 좋겠지. 그런데 이것도 좋아. 이렇게 사는 것도 좋아.’ 성공보다 인생이 크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막연하던 부모의 희생이 온마음으로 다가온 건 이때부터다. 이 감독은 “부모님이 1년에 2만불 벌면서 아들 셋을 키워내셨다”며 “어릴때 가난했던 건 알았지만 부모님이 자녀를 키우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어떤 희생을 치렀을지 다시 생각해본 건 처음이었다”고 털어놨다. 올해 트루/폴스 영화제 등에서 만난 관객들도 이 영화 속에서 자신들의 가족사를 발견했다. 민족과 인종의 차이를 초월해 보편성과 맞닿은 주제이기 때문이다. 송 씨는 “대학 과제 좀 도와달라는 요청에 가벼운 마음으로 응한 게 뜻밖의 결과를 낳아 어안이 벙벙하다”면서도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에서 이 감독과 여러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 세월이 흘러 큰 딸과 미리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 들어 즐거웠다.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이 버려진 인생은 없구나 하는 생각을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구두수선공 테네시 다큐 주인공 테네시 한인 테네시주 내슈빌
2026.05.07. 14:02
“내 이름은 송형용, 나이는 46. 구두방 하나를 운영하고 있다.” 한글 자필 소개로 시작하는 다큐멘터리 ‘Sole(얼)’이 내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안 아메리칸 미디어 센터 영화제(CAAMfest)에서 상영된다.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구두 수선공으로 일하는 송형용 씨는 음향 엔지니어를 꿈꾸며 미국에 왔지만 딸이 생존 확률 50%에 불과한 25주차 초미숙아로 태어나게 되자 급히 구두방을 인수해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는 예상치 못한 비극을 딛고 일어나 자신의 일에서 평화와 기쁨, 만족을 찾아낸다. 2년간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한얼(24) 감독은 “남부 출신 아시아계 미국인 이민자의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없는 점을 바꾸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2024년 미국에 이민 온 첫날 한국인 아버지가 델리 가게에서 주문에 어려움을 겪는 내용을 그린 ‘퍼스트 나이트’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 감독은 “한국인 이민자들의 장인 정신에 대한 자부심이 어떻게 삶의 방식이 되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전했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구두수선공 테네시 테네시 한인 다큐 주인공 테네시주 내슈빌
2026.04.08. 1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