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이 탄생했다. 그것도 2000년 역사의 교회 안에 첫 미국인 출신 교황이다. 지난 8일 로마 시스틴 성당에서 거행된 콘클라베를 통해 선출된 69세의 시카고 출신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레오 14세’라는 이름으로 제 267대 교황이 됐다. 특히 ‘빈자의 아버지’라는 애칭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과 애도 속에 세상을 떠난 전임 프란시스코 교황 후임이라 남다른 관심과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신임 교황 역시 겸손한 삶을 살아왔다. 시카고에서 프랑스·이탈리아계 아버지와 스폐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시카고 가톨릭 신학 연수원에서 신학을 전공했다. 27세 때 로마로 유학하여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 들어가 1982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그 후 페루 선교사가 되어 20년 넘게 원주민 공동체와 가난한 이들을 섬겼다. 덕분에 영어, 스페인어, 라틴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로 사람들과 격의없이 소통할 수 있다고 한다. 마치 하느님께서 미리 그를 교황으로 점지하여 혹독하게 훈련한 ‘준비된 교황’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미 섬김과 소통으로 돌봄의 삶을 살아야 할 교황의 자질을 보여주셨기 때문이다. 때마침, 최근 지인이 카톡으로 보내온 ‘섬김의 위대함’이라는 시의적절한 글이 있어 ‘섬김’의 의미를 함께 나누고 싶다. 4년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특별 보좌관을 지냈던 찰스 콜슨은 미국 의회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회고했다. 그 순간은 인도 캘커타의 고인이 되신 마더 테레사 수녀가 미국 국회를 방문하여 연설했던 때라고 한다. 미국인들은 대부분 외부 초청자의 연설 때 연설자에게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테레사 수녀가 연설을 마치자 그 누구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오히려 침묵만 감돌았다고 한다. 그날 그들은 숨 막히는 감동과 전율이 그들의 가슴과 목을 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박수 보낼 여유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테레사 수녀가 던진 마지막 한마디의 말 때문이었다. “섬길 줄 아는 사람만이 다스릴 자격이 있습니다.” 여름엔 시멘트 바닥에서, 겨울엔 거기에 얇은 천 하나만을 깔고 지내면서 환자와 장애아를 돌보는 그녀에게 주변에서 돈과 지위를 갖고 편안하게 사는 사람들이 부럽지 않으냐고 묻자, 대답은 간단했다. “허리를 굽히고 섬기는 사람에겐, 위를 쳐다볼 시간이 없답니다.” 하느님께서 피조물인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이세상에 오신 주님께서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며 제자들의 발까지 씻어주셨다. 앞으로 레오 14세 새 교황에게서 그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 지금부터 가슴이 설렌다. 하느님, 새 교황을 축복하소서. 김재동 / 가톨릭 종신부제·의사이아침에 신임 교황 테레사 수녀 시카고 출신
2025.05.20. 18:46
예수께서는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하셨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도 이웃의 도움없이 살 수 없다면 그 같이 큰 은혜가 또 어디 있겠느냐고 하시며, 이웃에 늘 감사하고 그 은혜에 보답할 것을 강조하셨다. 몇 달째 밤새 집 앞에서 소리치며 떠드는 노숙자들, 내 돈을 떼먹고 도망간 사기꾼 친구 등 당장 한 대 쥐어박아도 시원치 않을 사람들을 내 몸 같이 사랑하라는 게 말이 되는가. 꿈에서 우연히 임종 체험을 한 적이 있다. 드라마에서나 봤던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이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180도 달라졌다. 필자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양복을 세탁해주는 교당 옆 세탁소 아주머니가 너무 고마웠고, 아침마다 걷는 공원을 관리해주시는 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온갖 정보를 얻고 업무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컴퓨터를 만들어 준 사람들, 미국에서는 필수인 자동차를 만들어 준 이들을 포함하여 필자를 생존케 해주는 주위 모든 인연들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꿈을 깬 이후에도 몇 달간 이 마음이 지속된 것을 보면 꿈속이었지만, 당시의 충격은 제법 컸던 것 같다. 내 몸과 생명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성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 하셨을까. 진리적으로 보면 모두가 예수님이고 부처님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이 모두 부처일까.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 치자. 그럼 간혹 뉴스에 등장하는 연쇄 살인범도 부처인가. 부처님은, 진리 자체를 의미하는 법신불(法身佛)과 그 진리에서 색신으로 나타난 화신불(化身佛)로 나눌 수 있다. 화신불은 진리 그대로 나타난 정화신불(진짜 부처인)과 진리 그대로 받지 못한 편화신불(본래 부처이지만 아직은 부처가 아닌)로 나뉜다. 모든 성자와 성인들은 정(正)화신불이라 하고, 아직 깨닫지 못한 중생들은 편(偏)화신불이라 한다. 생각해 보자. 여러분 마음도 때로는 태평양보다 넓기도 하지만, 때로는 겨자씨보다 좁기도 하다. 전자일 때는 정화신불(진짜 부처)이 되는 것이고, 후자일 때는 편화신불(예비 부처)이 되는 것이다. 모두가 부처라는 말은 현실이라기보다 가능성으로 봐야 한다. 교도소 재소자들이나 노숙자들 중에서 고학력자나 사회적 지위가 높았던 사람들을 발견하면, "아, 원래는 대단한 사람이었구나"라는 놀라움과 함께 안타까움이 든다. 이전의 무시하는 마음은 온데간데없다. 불교적으로 보면 연쇄 살인범도 '원래는 부처'인 것이다. 어리석음으로 인해 죄를 지어 악과를 받아 지옥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가여운 사람들이지, 미워하고 증오해야 할 대상이 아닌 것이다.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어떻게 한평생을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헌신할 수 있었습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테레사 수녀는, "저는 그들이 예수님의 분신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다. 테레사 수녀에게 모든 인류는 예수님과 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모든 이웃이 예수님과 부처님이라면,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email protected] 양은철 / 교무·원불교 미주서부훈련원삶의 향기 이웃 사랑 예비 부처 진짜 부처 테레사 수녀
2024.07.01. 1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