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인플레이션과 긴 싸움을 끝내려는 걸까. 1984년 판타지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가 개봉했다. 영화 속 젊은 전사가 판타지아 땅을 파괴하겠다는 악한 괴물 나씽(Nothing)에 맞서 싸운다. 이 영화 제목과 줄거리는 미국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과 위원들이 인플레이션이라는 적군을 물리치려고 끊임없이 싸우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아무것도 아닌 것(nothing)’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연준의 공격적인 통화정책은 경기침체라는 부작용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 경제라는 현실과 부딪치면 불행한 결말로 끝날 수 있다. 2022년 초부터 투자자들은 다가올 최악의 경기침체에 대비하려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왔다. 하지만, 아직 심각한 경기침체가 최악으로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사실 최근 디플레이션 추세와 부채 부담 증가 등 소비 여력이 약화할 조짐이 나타나자 시장은 연착륙 시나리오에 기대를 걸고 있다. 8월 고용 데이터에 따르면 노동력 참여율 증가에 따른 고용 둔화, 구인 감소, 실업률 상승이 나타났다. 이러한 각종 요인을 종합해 보면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란 예상을 해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중단되든 한 차례 더 인상되든, 이야기는 복잡하게 전개될 것인데, 예상되는 기본 시나리오는 이렇다. 연준은 이번 경기 사이클에서 11월 한 차례 더 금리를 0.25%p 인상하고, 이렇게 금리가 인상된 상태를 내년 말까지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중에는 연착륙 혹은 완만한 경기침체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나리오는 ▶유가가 계속 상승하고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반등해 이를 경계하는 연준이 중기적으로 한 차례 이상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더 큰 힘을 받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 완화와 연준 정책에 대한 이 같은 전망을 고려하면, 이번 금리 인상 주기에서 수익률은 이미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연준의 마지막 금리 인상이 있기 몇 달 전에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정점에 다다른다. 이번 경우는 늦어도 11월 이전에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에서 투자자들은 만기가 가까운 과세 대상 채권의 비중축소(underweight)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신 투자등급 회사채를 늘리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투자등급 회사채는 일반적인 채권보다 상대적으로 만기가 길고, 현재 수익률은 6%에 육박한다. 게다가 디폴트율도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회사채보다 만기가 짧더라도 선순위 대출, 신흥시장 채권 및 우선주와 같은 다른 크레딧 부문에서 선별적으로 위험을 취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사이라 말릭 / 누빈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마켓 나우 통화정책 연준 연준 정책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완화
2023.10.30. 18:42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인플레이션과 긴 싸움을 끝내려는 걸까. 1984년 판타지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가 개봉했다. 영화 속 젊은 전사가 판타지아 땅을 파괴하겠다는 악한 괴물 나씽(Nothing)에 맞서 싸운다. 이 영화 제목과 줄거리는 미국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과 위원들이 인플레이션이라는 적군을 물리치려고 끊임없이 싸우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아무것도 아닌 것(nothing)’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연준의 공격적인 통화정책은 경기침체라는 부작용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 경제라는 현실과 부딪치면 불행한 결말로 끝날 수 있다. 2022년 초부터 투자자들은 다가올 최악의 경기침체에 대비하려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왔다. 하지만, 아직 심각한 경기침체가 최악으로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사실 최근 디플레이션 추세와 부채 부담 증가 등 소비 여력이 약화할 조짐이 나타나자 시장은 연착륙 시나리오에 기대를 걸고 있다. 8월 고용 데이터에 따르면 노동력 참여율 증가에 따른 고용 둔화, 구인 감소, 실업률 상승이 나타났다. 이러한 각종 요인을 종합해 보면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란 예상을 해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중단되든 한 차례 더 인상되든, 이야기는 복잡하게 전개될 것인데, 예상되는 기본 시나리오는 이렇다. 연준은 이번 경기 사이클에서 11월 한 차례 더 금리를 0.25%p 인상하고, 이렇게 금리가 인상된 상태를 내년 말까지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중에는 연착륙 혹은 완만한 경기침체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나리오는 ▶유가가 계속 상승하고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반등해 이를 경계하는 연준이 중기적으로 한 차례 이상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더 큰 힘을 받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 완화와 연준 정책에 대한 이 같은 전망을 고려하면, 이번 금리 인상 주기에서 수익률은 이미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연준의 마지막 금리 인상이 있기 몇 달 전에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정점에 다다른다. 이번 경우는 늦어도 11월 이전에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에서 투자자들은 만기가 가까운 과세 대상 채권의 비중축소(underweight)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신 투자등급 회사채를 늘리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투자등급 회사채는 일반적인 채권보다 상대적으로 만기가 길고, 현재 수익률은 6%에 육박한다. 게다가 디폴트율도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회사채보다 만기가 짧더라도 선순위 대출, 신흥시장 채권 및 우선주와 같은 다른 크레딧 부문에서 선별적으로 위험을 취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사이라 말릭 / 누빈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마켓 나우 통화정책 연준 연준 정책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완화
2023.10.05. 20:44
매년 여름 끝자락에 전세계 금융·경제 종사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회의가 있다. 매년 8월말 미국 와이오밍주의 휴양지인 잭슨홀에서 캔자스시티 연준 주도하에 개최되어 전세계 중앙은행 수장들과 경제학자 등이 통화정책 등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잭슨홀 미팅이다. 올해 잭슨홀 미팅(8월 25일)의 전체 주제는 “Structural Shifts in the Global Economy”였으며 제롬 파월 의장은 “Inflation: Progress and the Path Ahead”라는 주제로 연설을 하였다. 연설 주요 내용을 복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팬데믹에 의한 왜곡요인 해소 및 긴축적인 통화정책 운영으로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목표(2%)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추세 이상의 성장이 지속된다면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기 위해서는 타이트한 노동시장의 완화가 필요하다. 다만 정책 파급 시차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향후 상당한 추가적인 경기둔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향후 FOMC 회의에서는 입수되는 데이터, 전망 및 리스크 등을 평가하면서 정책을 신중하게 결정해 나갈 것이다.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던 시장은 파월 의장 연설이 데이터에 의존한 “신중한” 통화정책을 언급한 그동안의 발언 기조와 유사하다고 평가하며 안도하는 모습이다. 연설 후 경제지표도 시장의 안도감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8월 29일 발표된 미 노동부의 구인·이직(JOLTs) 보고서를 보면 7월 구인건수는 883만 건으로 예상치(950만 건)를 크게 하회하며 전월(917만건)보다 감소하였다. 8월 30일 발표된 미국 2분기 GDP 성장률(잠정치)은 당초 보고된 속보치(2.4%)보다 낮아진 2.1%로 수정되어 예상치(2.4%)를 하회하였다. 하지만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언제 멈출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상당하다. 원래 정책에는 파급 시차가 존재하나 이번에는 이례적인 고강도 긴축의 지속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노동시장과 경기는 여전히 견조하다. 팬데믹 때 왜곡된 수요와 공급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계속되고 있는지, 아니면 팬데믹을 겪으면서 경제 및 노동시장에 구조적 변화가 찾아온 것인지 아직은 판단하기가 힘들다. 주장과 가설은 있으나 이를 계량모형 등 보다 엄밀한 방식으로 입증하려면 분석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조금 더 많은 데이터(시계열)가 필요할 것이다. 변증법으로 유명한 독일 철학자 헤겔은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이 되어야 날아오른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미네르바는 로마 신화에서 지혜의 여신이고 올빼미는 미네르바의 사자인데, 올빼미가 날아오른다는 것은 지혜나 철학적 성찰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명언은 올빼미가 번잡한 낮이 지나고 해가 지면 날개를 펴듯이 진정한 지혜나 성찰도 역사의 사건과 변화를 충분히 지켜본 후에 찾아온다는 메타포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네르바의 올빼미도 해가 진 후 날아오르기까지 지켜볼 시간이 필요하다. 연준이나 파월 의장도 이 불확실한 시절에 자신들이 내리는 결정에 확신을 가져다줄 데이터를 조금은 더 지켜볼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박주하 / 뉴욕사무소 차장한국은행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박주하 차장 미네르바 올빼미 통화정책
2023.09.05.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