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뜨락에서] 알코올 중독자들의 아픔
해마다 1월이 오면 내가 일하고 있는 중환자실은 알코올 중독자들로 붐비는데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도 환자 수가 늘었다. 연말연시가 되면 아무래도 모임과 파티가 많아서라고 생각된다. 한편, 7월 초에는 병원이 한산하다. 일설에 의하면 막 의대를 졸업한 인턴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란다. 난 가끔 인간은 왜 알코올을 발명했을까? 묻고 싶다. 왜냐하면 직업상 알코올의 긍정적인 힘보다 부정적인 결과를 훨씬 다 많이 접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통계는 찾아보지 않았지만, 실제 내 경험만으로도 문제점이 많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는 두 가지로, 첫째 축하할 일이 있어 기분 좋게 마시고 즐기기 위해, 둘째는 힘든 현실을 피하고 잊고 싶어서가 아닐까. 문제는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가면 혈중알코올농도가 급격히 상승해 판단 능력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몸의 균형을 잃고 넘어진다. 어제 67세인 내 환자는 술에 취해 길바닥에 쓰러져 있다가 경찰에 발견되어 구급차에 실려 왔다. 얼마나 심하게 넘어졌으면 목등뼈 1, 2번이 골절되어 목등뼈 보호대를 하고 일반 병실에 입원했었다. 이 환자는 곧바로 금단현상이 나타났다. 보통 금단증상은 혼돈이 오고 손이 떨리며, 말과 행동이 거칠어진다. 이 환자는 이 증상이 최고조에 달해 자신은 물론 스태프들에게도 해를 끼쳐 사자를 묶고 또 경비원까지 동원했다. 환자는 결국 호흡곤란이 와 인공호흡기를 꽂게 되었다. 보통은 안정제 투여한 후 4~5일 푹 자고 나면 금단증상이 지나간다. 이때를 기다려 인공호흡기를 제거한다. 이 환자는 지금 2주가 되었는데도 가래가 너무 많아 호흡기를 뗄 수가 없다. 결국 이 환자는 기관지 절개술을 하고 양로원에 가야 할 수도 있다. 34세인 나의 또 다른 환자는 알코올 중독자로 간이 완전히 기능을 잃어 정말 어렵고도 힘든 과정을 거쳐 1년 4개월 전에 간이식을 받았다. 본인 말로는 이번 연말연시까지만 술을 마시고 스스로 AA(Alcoholics Anonymous -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의 모임)에 가입해 재활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새 삶의 기회마저 놓쳐버렸다. 이식받은 건강한 간조차도 완전히 기능을 잃어버렸다. 계속 피를 토하고 수혈해도 소용이 없고, 간의 가장 중요한 해독작용이 마비되어 혈중 암모니아가 내려오지 않아 코마에 빠졌다. 한 2주 코마에 빠져 Anoxic brain injury(뇌세포가 산소부족으로 죽어가는 상태)로 진단받았다. 뇌사가 오면 벌써 NY Live On (NY 장기 기증 단체)는 그의 장기 기증을 종용한다. 간을 제외한 그 외 장기들은 모두 건강하고 그 장기들로 여러 생명을 살릴 수 있기에 환자의 가족들과 계속 면담이 진행되고 있다. 간이식을 받은 환자의 가족들이 결국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겠다. 또 한 경우는 투석 환자로 일 주에 3번씩 정규적으로 투석을 받고 있었다. 그 환자는 연례행사처럼 Happy New Year Party 직후에 입원해서 엑스트라 투석으로 튠업을 받고 기분 좋게 퇴원하곤 했다. 그렇게라도 술을 마시며 연말을 즐기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꼭 연말이 아니어도 알코올 중독자들은 실은 너무 많다. 알코올 중독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인간 차별도 없고 국경도 없다. 남녀노소도 차별하지 않는다. 21세 이상만 되면 술 구매가 가능하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자는 구강기(oral personality)에 고착된 성격유형에 속한다. 유아의 성장 시기 중 최초인 0~18개월에 속하며 이때는 입을 통해 모든 만족을 얻게 되고 부모의 양육 방식에 따라 다른 성격이 나온다. 즐거움의 영역인 입으로의 만족이 충족되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입을 통한 만족 추구에 집착하는 특성이 된다. 술, 담배에 의존하거나, 과식 또는 지나치게 말이 많은 경우, 혹은 손톱을 물어뜯는 예도 있다. 반대로 과잉 충족되면 성장해서 의존적이고 수동적으로 된다. 그렇다면 적정선은 어디인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좋은 부모가 되는 일이다. 참 어렵다. [삶의 뜨락에서] 알코올 중독자들의 아픔삶의 뜨락에서 알코올 중독자 알코올 중독자들 직업상 알코올 투석 환자
2026.02.23. 2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