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내전 일보 직전이다.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이 연방수사국(FBI)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자택 압수수색을 직접 승인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다. 보수 진영은 트럼프가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반응이다. 바이든 정부 산하 법무부가 공화당 전 대통령이자 차기 대선주자를 상대로 ‘압수수색’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이미 트럼프 기소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 논객 벅 섹스턴은 “바이든 정부는 공화당 탄압을 선언한 셈”이라고 전제하며 “만약 그들이 기소하지 않으면 트럼프 자택 압수수색을 정당화하기가 그만큼 힘들어진다”고 했다. 제시 워터스 폭스뉴스 진행자는 “가장 유력한 2024년 공화당 대선후보는 트럼프다. 그를 기소해서 출마하지 못하게 하려는 수작”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본인도 “나의 대선 출마를 간절하게 저지하고 싶은 급진좌파 민주당원들의 공격”이라고 일축했다. 일단 공화당은 트럼프를 구심점으로 다시 뭉치는 모습이다. 대선 유력 주자로 꼽히는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마러라고 압수수색은 정치적 반대 진영을 탄압하기 위한 현 정권의 연방기관 무기화”라고 일갈했다. 진보 논객 일부도 동조했다. HBO ‘리얼 타임’ 진행자 빌 마어는 “트럼프를 순교자(martyr)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며 “압수수색은 법무부의 무리수다. 트럼프 지지세만 확 키운 셈”이라고 꼬집었다. 강성진보 논객 지미 도어는 “FBI의 정치 편향 수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FBI는 트럼프 러시아 내통 스캔들 조작에 직접 가담했던 수사기관”이라고 지적하며 “기득권 진영이 투표로는 도저히 트럼프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메인스트림 언론이 일제히 보도를 피하는 진실들을 짚어보자. 먼저 이번 압수수색을 승인한 인물은 브루스 라이너트(Bruce Reinhart) 판사다. 그는 악명 높은 아동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 전용기 ‘로레타 특급’의 비행기 조종사와 엡스틴 스케줄러 등을 변호했었다. 2008년 1월 1일까지 연방검사로 활동하다 다음 날 느닷없이 검사 옷을 벗고 엡스틴 직원들 변호사로 이직했다. 엡스틴과 손잡았다는 것은 라이너트가 ‘기득권 사람’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빌 클린턴 빌 게이츠 등과 친했던 엡스틴은 몇 년 전 미성년자 인신매매 혐의로 수감된 상태에서 자살했다. 라이너트는 트럼프를 유독 싫어했던 인물이다. 과거 페이스북에 “트럼프는 존 루이스(전 민주당 연방하원의원)의 발에 키스도 하지 못할 정도로 윤리의식이 부족한 인간”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을 당시에는 “그의 트윗은 다 무시한다”고 노골적으로 혐오감을 나타냈다. ‘깨어있는 좌파들(Woke Folks)’이라는 이름의 계정을 사용했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FBI 지도부가 평소 트럼프에 대한 반감이 컸다는 점도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다음은 과거 FBI 요원들이 오바마 정부 당시 주고받았던 문자 메시지다. “트럼프가 당선될 일은 절대 없겠지?” -FBI 변호사 리사 페이지. “아니.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우리가 그런 일이 없도록 막을 거야.” -FBI 수사관 피터 스트럭.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2016년 8월 트럼프 캠페인의 러시아 내통 스캔들 수사를 담당했던 FBI 리드 수사관 스트럭과 내연녀인 FBI 변호사 페이지가 정부 휴대폰을 통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다. 감찰관 보고서를 통해 이들 문자 메시지는 물론, 당시 FBI의 트럼프 대선 캠페인 사찰행위가 낱낱이 밝혀졌다. 스트럭은 같은 날 리사에게 이런 문자도 보냈다. “물론 앤디(맥케이브 당시 FBI 부국장)가 말했던 것처럼 트럼프가 당선될 일은 절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이다. 40세 전에 차 사고로 사람이 죽을 확률이 있지 않냐. 보험을 들어놓아야 한다.” FBI의 트럼프 캠프 감청 작전은 코드명 ‘크로스파이어 허리케인(Crossfire Hurricane)’이다. 2016년 7월부터 FBI는 트럼프 캠프를 상대로 대대적인 감시 행위를 벌였고, 이는 대통령 당선 뒤에도 이어졌다. 나중에 로버트 뮬러 특검 조사로 확대됐다. 물론 존 듀럼 특검 수사 결과 이 스캔들은 100% 날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압수수색 직후 트럼프가 “FBI가 증거물을 심었을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원용석 / 사회부 부장폴리토크 압수수색 트럼프 기소 트럼프 러시아 트럼프 지지세
2022.08.15. 19:08
우려대로다. 트럼프 러시아 내통 스캔들 위증혐의로 기소된 힐러리 클린턴 대선 캠프 변호사 마이클 서스먼이 무죄 평결을 받았다. 애초 워싱턴DC 배심원단에 공정한 평결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말이 많았다. 2016년 워싱턴 유권자들은 90.9% 대 4.1%로 트럼프보다 힐러리를 선호했다. 존 듀럼 특검 수사에 의해 힐러리와 민주당 진영이 트럼프 러시아 내통 스캔들을 조작한 것으로 결론 났음에도 주동자 한 명을 처벌하지 못했다. 무죄 평결은 이해충돌이 난무한 담당 판사와 배심원단의 합작품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크리스토퍼 쿠퍼 판사는 1990년대 서스먼과 함께 법무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쿠퍼 판사는 “90년대 당시 법무부 차관 사무실에서 (서스먼과) 직장 동료였다”고 했다. 또 쿠퍼 판사의 부인 에이미 제프레스는 2018년부터 리사 페이지를 대변하고 있다. 페이지는 2016년에 FBI 요원이었던 피터 스트럭과 함께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FBI 법률고문이다. 또 쿠퍼와 제프레스 결혼식 때 주례를 선 사람이 메릭 갈랜드 현 법무장관이다. 누가 봐도 이해충돌투성이다. 쿠퍼도 케이스에서 손을 떼려 했다가 결국 맡기로 해 비난받았다. 배심원단도 마찬가지. 12명 배심원단 중 3명이 힐러리 후원자였다. 네 번째 배심원은 강성진보 정치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테즈(민주·뉴욕) 연방하원의원 지지자다. 이외 배심원의 딸이 피고인 서스먼 딸과 같은 스포츠팀 멤버였다. 다른 공무원 배심원은 “트럼프를 매우 싫어한다”고도 했다. 한 배심원은 평결 뒤 케이스가 시간 낭비였다고 했다. “세상에는 러시아 내통 조작 스캔들보다 더 중요한 일이 많다”고 했다. 듀럼 특검은 이들이 배심원으로 부적절하다고 했지만 판사가 모두 기각했다. 엄격한 선정 절차를 거쳐 양식 있는 시민으로 구성해야 할 배심원단이다. 이번 케이스를 통해 드러난 진실은 많다. 서스먼은 대선 직전이던 2016년 9월 FBI 법률고문 제임스 베이커와 만난 자리에서 거짓말을 한 게 입증됐다. 서스먼이 힐러리 측 변호사가 아닌 척하며 허위로 진술한 것이다. 그는 나라를 걱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베이커 고문에게 트럼프 측과 러시아 소재 은행 ‘알파 뱅크’ 간 사이버 거래 의혹을 보여주는 자료를 넘겼다고 했다. 듀럼 특검은 서스먼이 베이커와 만난 시간을 힐러리 캠프에 근무시간으로 급여를 청구하는 단서를 잡았다. 또 듀럼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과 후에 힐러리 캠프가 트럼프 타워, 트럼프 아파트, 백악관 컴퓨터까지 해킹해 러시아 내통 증거를 만들려는 정황도 포착했다. 특히 로비 무크 당시 힐러리 캠페인 매니저의 증언은 스캔들 배후에 힐러리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힐러리는 스캔들 조작 자료를 언론에 뿌리는 것을 승인했다”고 했다. 아직 듀럼 특검 임무가 끝나지 않았다. 오는 10월 이고 단첸코 케이스 공판이 열린다. 단첸코는 FBI에 허위 진술 등 5개 혐의로 기소됐다. 영국인 전 MI6 요원 크리스토퍼 스틸과 함께 X파일을 만들어 트럼프 캠프를 사찰할 수 있게 한 장본인이다. 이번 케이스는 버지니아주 연방지법에서 심리한다. 단첸코가 자신의 버지니아 집에서 위증한 혐의를 받아서다. 단첸코는 서스먼과 달리 무려 5건의 위증 혐의로 기소됐다. 국적도 러시아다. 버지니아에서 공정한 평결이 이뤄질까? 버지니아는 기본적으로 민주당 성향이 강하다. 그런데 지난해 공화당이 주지사·부지사·검찰총장, 주하원 다수당까지 장악했다. 듀럼 특검은 단첸코 케이스를 워싱턴에서 다룰 수 있었지만, 일찌감치 버지니아를 택했다. 워싱턴 배심원단을 향한 듀럼 특검의 생각이 어떤지를 알 수 있다. 원용석 / 사회부 부장폴리 토크 이해충돌 배심원 트럼프 러시아 듀럼 특검 공무원 배심원
2022.06.20.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