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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2001년 9월 11일.     23년 전 오늘, 공포의 바람이 뉴욕 하늘을 뒤덮었다.     강산이 두 번 변할 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날의 아픔은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     그리고 여기, 평생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이가 있다. 사건 당일 남쪽 타워 79층 후지뱅크에서 근무 중이었던 1943년생 김 모 씨는 40분가량 진행된 전화 인터뷰 내내 떨리는 목소리를 여러 번 가다듬으며 긴박했던 당시 현장 상황을 전했다. 그때의 트라우마가 너무 심해 언론에 한 번도 나선 적 없었지만, 모두가 기억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처음으로 용기를 내 입을 뗐다. 아직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그는 “지금도 말하다 보면 흥분이 돼서 덜덜 떨린다”는 말을 반복했다. 수화기 너머로 긴장감과 두려움이 전해질 정도였다.   ◆구름 한 점 없던 맑은 날   전세계가 공포에 휩싸였던 그날, 김 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출근길에 나섰다. 그는 “유난히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고 설명했다. 뉴욕 스카스데일 집에서 오전 7시반쯤 출발해 8시40분경 자리에 도착했다. 자리 정리를 하고, 늘 그랬듯 화장을 고치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오전 8시46분. 아메리칸항공11편 비행기가 월드트레이드센터 북쪽 타워를 향해 돌진했다.   ◆화장을 고치고 나와보니   화장을 고치고 나와보니 평소와 달리 라운지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순간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복도로 나와보니 이미 사람들이 뛰어다니며 도망치고 있었다. 그때 지나가던 남자 행원들이 그를 향해 당장 나가라고 소리쳤고, 이에 급히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물 끼얹듯 조용해졌다   79층에서 53층까지. 20층 넘게 걸어 내려오는 동안 김 씨는 정확히 무슨 일이 터졌는지 알지 못했다. “비행기가 사고로 북쪽 타워를 쳤대.” 내려오면서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맑은 날 비행기 사고가 났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사고 현장은 소통을 위해 층마다 비상계단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뒀고, 오피스 스피커에서 조그맣게 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와글와글한 사람들 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다들 조용!” 아래층에 있던 한 남성의 고함에 현장은 일순간 물 끼얹듯 조용해졌다.     ◆분명 ‘세이프존’이라고 했는데   “남쪽 타워는 ‘세이프존’입니다.” 스피커에서는 ‘세이프존’이라는 말이 여러 번 반복됐다. 북쪽 타워에 있는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하니, 남쪽 타워에 있는 이들은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라는 얘기가 들렸다. 도저히 다시 걸어 올라갈 수 없었던 김 씨는 52층 계단 벽에 몸을 기대고 서있었다. 2~3분쯤 지났을까. 찌이이익! 무언가 빌딩을 쥐고 흔드는 느낌이 들었다. 벽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고, ‘테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이 흔들리며 먼지와 파편들이 머리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손잡이를 붙잡고 겨우 한 칸씩 내려가고 있는데, 불이 번쩍하며 빌딩 위쪽에 뭐가 부딪혔다. 비명 소리가 들리며 한 남성이 “킵 워킹!”이라고 소리쳤다. 그때부터 아비규환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비틀즈의 노래가 뇌리를 스치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사람들이 계단을 3~4칸씩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지만, 잔뜩 겁먹은 몸이 따라주지 않아 김 씨는 빠르게 내려갈 수 없었다. 그때 한 미국 청년이 다가와, “두 유 워너 홀드 마이 핸드?”라고 물었다. 김 씨는 우습게도 그 순간 비틀즈의 ‘아이 원 투 홀드 유어 핸드’라는 곡이 뇌리를 스쳤다고 했다. 그는 노래 제목처럼 청년의 손을 잡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청년은 “가끔 빌딩이 바람에 흔들리곤 하는데, 그게 좀 심해진 상황이라고 생각해 보자”며 공포에 질린 김 씨를 안심시켰다. 중간쯤 내려왔을까. 함께 내려오던 무리에서 떨어져 자신 때문에 천천히 이동하는 청년에게 미안했던 김 씨는 “이제 내가 알아서 가겠다”며 손을 놨다. 그래도 청년은 쉽게 가지 못하고 자꾸 뒤를 돌아봤고, 김 씨는 “뒤돌아보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전했다.      ━   “죽음을 향해 오르던 소방관의 뒷모습 눈에 밟혀”     붕괴 전 일으켜 세운 소방관 덕에 목숨 구해 김 씨 근무했던 후지뱅크 직원 23명 사망   ◆온 세상이 시꺼먼 재로 뒤덮였다   드디어 고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3층까지 내려온 김 씨의 귀에 “지하 1층에 도착하면 북쪽으로 뛰어!”라는 소리가 들렸다. 지하 1층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는 직감했다. 엄청나게 큰 일이 터졌다는 것을. 사람들이 1m 간격을 두고 양쪽으로 줄을 서 있었는데, 이를 통제하는 경찰들 표정이 엄청나게 심각했다. 하이힐과 휴지 등 물건이 사방에 널려있었고, 대낮인데도 온 세상이 시꺼먼 재로 뒤덮여 있었다. 줄을 따라가다 보니 회전문이 나왔고, 깨진 유리 사이로 빠져나온 김 씨는 강가 쪽으로 향했다. 북쪽으로 뛰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다리가 너무 떨려 도저히 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신없이 이동하던 그는 순간 뒤를 돌아봤다. 북쪽 타워에서는 90층 즈음에서, 남쪽 타워에서는 김 씨가 다니던 은행이 위치한 70~80층 즈음에서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질질 끌고   처참한 광경을 뒤로하고 전철역에 다다른 그는 고민에 빠졌다. 이게 테러가 맞다면, 전철역 내부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빌딩이 무너질 거라는 확신이 생겼기에, 어디로든 피신해야 했다. 문제는 전철을 이용해 통근하지 않았던 그가 노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는 무작정 한 여자아이를 따라갔다. 플랫폼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전철이 김 씨 앞에 섰고, 열차에 올라타 여자아이에게 집 가는 길을 물었다. 그랜드센트럴역에서 환승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내렸는데, 공포가 얼마나 거셌으면 열차가 움직이는 소리조차 무서웠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질질 끌고 환승역에 도착했고, 이때도 열차가 바로 왔다. 김 씨는 “천운이 따랐다”고 설명했다. 그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던 시간에, 월드트레이드센터는 붕괴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죽음 향해 오르던 어린 소방관   오전 11시.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후유증 때문에 아파트마저 흔들리는 느낌이 들어 문 열기도 힘들었다. 그날 김 씨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자신이 살기 위해 정신없이 계단을 내려올 때, 무거운 도끼를 들고 죽음을 향해 계단을 오르던 소방대원들의 얼굴이 눈에 밟혔다. 그는 특히 “내 목숨을 구해준 어린 소방대원을 잊을 수 없다”고 전했다. 계단을 내려오다 너무 힘들어 주저앉았는데, 무거운 소방호스를 맨 소방대원이 그의 팔을 잡아 일으키며 “곧 건물이 무너질지 모르니 최대한 빨리 내려가라”고 등을 밀어줬다. 곧 무너질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앞날이 창창한 어린 소방대원은 계속해서 계단을 올랐다. 김 씨는 “그 뒷모습이 지금까지도 마음 아프게 자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씨가 근무했던 후지뱅크는 이날 23명의 직원을 잃었다. 그는 “은행 보스들과 시큐리티들은 회사 기밀이 유출될까봐 자리를 지키다가 모조리 희생됐다”고 말했다.     살아나오지 못한 동료들, 그리고 자신을 살려준 어린 소방관을 기억하기 위해서일까. 사건을 겪은 많은 이들이 뉴욕을 떠났지만, “아직도 스카스데일 그 집에 살고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윤지혜 기자구름 특별기획 북쪽 타워 남쪽 타워 월드트레이드센터 북쪽

2024.09.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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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2022년 워싱턴 지역 부동산 시장 전망'

승경호 슈나이더 팀 대표가 내년 워싱턴지역 부동산 시장이 여러가지 변수와 정부 개입 등의 왜곡으로 인해 예측이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코로나 펜데믹 이후 낮은 이자율로 소비자들의 금융조달비용이 낮아졌지만 세차례에 걸친 경기부양 지원금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가계 부채 조정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주택경제는 장기적으로 계속 우상향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하락과 상승의 연속이기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차압과 숏세일 쓰나미가 다시 온다면, 가계 부채로 인한 재정건전성 상실과 정부지원금 포탈로 인한 대규모 추징사태로부터 불거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워싱턴지역만 하더라도 편차가 심하고 여러 주택가격 영향 요소가 존재하는 만큼 조정 국면을 쉽게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투자의 경우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 무리하지 않으면 넉넉한 은퇴 자산으로 되돌아올 수 있지만, 무리할 경우 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Q. 현장에서 바라보는 주택시장의 온도는 어떤가? A. 지금도 셀러들의 기대치는 상당히 높다. 아직 셀러스 마켓 즉 셀러의 세상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자신의 집을 판 것에 대해 만족한 결과를 가진 셀러들은 다시 불안한 바이어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Q.  주택경기 하락세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은데, 대표님 생각은 어떤지? A. 보는 시각에 따라 견해는 다르다. 정부가 이미 개입한 경제이니 어느 정도는 버틸것으로 판단되지만 한번쯤 꺾어지는 주택경제 곡선은 준비해야 할듯 싶다. 주택경제는 길게 보는 상승선이지만 자세히 펼쳐놓게 되면 상승과 반등의 연속이다. 2-3년전에 왔어야 할 반등이 정치와 코로나로 인해 그 순간을 놓친 듯 하다. 잔치를 했으면 청소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달리던 말도 잠시 쉬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으로 그 순간을 잘 넘어 갔다. 시한 폭탄을 넘겨주듯 정권교체의 타이밍이 반등의 순간을 절묘하고 자연스럽게 비껴갔다. 하지만 청소하려는 정권은 안보이는 듯 싶다.     Q. 만약 주택가격 하락기가 온다면 언제부터 시작해서 어느정도의 영향이 있는지? A. 정부는 지난 서브프라임 사태의 처참함을 기억하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회복 불가능한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금으로 겨우 버티고 있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얕아지는 지원금의 잔고가 불안하다. 그나마 필요한 지원금을 받은 기업들이 회복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다.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서 말이 물통을 매고 달리며 언제 다시 오아시스가 나올지 모르는 황야로 달리고 있다고 표현하고 싶다. 물통의 물은 정부지원금으로 보면 된다. 언제 마를지 모른다.     Q. 주택가격 조정이 없거나 약간만 있다고 한다면 근거는? A. 워싱턴 디씨만 말한다면, 이 작은 도시에도 편차가 심하다. 교육의 열기가 뜨겁고 심각한 교통체증을 앓는 도시이기에 학군이 좋고 교통이 좋은 곳은 어느 경제 상황에서도 안정적이었다. 이미 외곽의 몇몇 지역은 바이어들이 뜸하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근무 형태가 자택근무로 바뀌면서 도시에서 외곽으로 이주하는 인구도 늘었다. 그 여파로 도심 교통 체증에 대한 민감성이 풀렸다고 보지만 만약 다시 정상적인 근무 형태로 되돌아간다면 상상하지 못할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교통체증은 주택경기에 큰 영향을 준다. 직장과의 거리, 출근시간에 따라 매도 지역과 교통요지의 주택가격 상승은 피할수 없게 된다.       Q. 지난 주택위기 당시 숏세일과 차압 사태가 줄을 이었다. 현재는 주택가격이 올라 에퀴티가 쌓여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말도 나오는데, 셀러들은 어떤 행동을 취할까? A.모두가 알고있듯이 기존 원자재의 단가가 올라서 모든 생활비 지출이 이미 늘었다. 이자가 낮아서 모기지 지출은 줄었지만 가계 지출이 몇 배로 올랐으니 의미가 없다. 또한 이미 상한가의 값으로 구입한 주택에 이자가 낮으니 도찐개찐인 셈이다. 그와중에 지출은 더 많아졌다. 많은 가정들의 가계 부채율도 심각해졌다. 숏세일과 차압사태가 다시 온다면 주원인은 가계 부채와 불법 정부지원금 포탈로 올 것으로 예상된다.     Q. 현재의 주택시장이 정점이 아니라면 어느정도까지 가격이 더 상승하리라고 보는가? A 정점을 논할수가 없다. 경제원칙에 근거해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가격이 더 상승하더라도 그만큼 낭떠러지도 보이는 법이다. 내년이 변곡점이라 해도 지금 매도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든 사람의 기대는 칼날이 올 때까지는 꺽이지 않는 법이다. 지난 서브프라임때도 어느 화창한 날 하루에 시작돼 몇년이 흘러갔다. 그 당시, 그 화창한 날에 대한 소문만 앞섰고 준비한 사람은 없었다     Q. 조정기나 비수기에 주택 매매를 하려면 셀러와 바이어 입장에서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가? A. 간추리자면 주택은 누구에게나 가장 큰 재산이다. 내 가족의 행복을 꾸려나가고 쉬게 하고 또 보호하는 보금자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무리해 구입해서도 안되고 구입 후 후회해서도 안되는것이다. 옆집, 친척이 웃돈을 주고 샀다고 인스펙션 없이 주택구입을 하는 것은 가장 잘못된 행동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집을 살 수가 없다면 사지 말아야 한다. 지금도 매도 하려고 하는 집에 방문하면 어떻게 이렇게 살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당시 인스펙션도 안하고 웃돈 주고 구입한 주택들이라 할수없이 10년 넘게 살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것이 나을듯한 집도 많다. 하는수 없이 지금 당장 집을 사야 한다면 부동산 에이전트와 주택을 면밀히 잘 검토하고 구입해야 할 것이다.     Q. 현재 시점에서 투자용 주택부동산 구입은 현실성 있는지, 어느정도 수익을 낼 수 있는지? A. 1시간을 넘게 설명해야 할 내용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투자용으로 주택을 구입한다면 그 가정의 경제사정에 따라 다르다. 독이 될수도 있고 멋진 은퇴자금이 될 수도 있다. 투자용 주택 부동산을 구입한 후 은행빚이 많아진다면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충분한 저축이 먼저다. 투자용 주택부동산은 가장 안정적인 금융투자 상품이기는 하지만 여유자금에서 마련해야한다. 이 또한 남들 따라 투자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Q. 부동산을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가장 좋은 부동산 투자는 무엇인지? A. 아주 쉽다. 온 가족이 모여 앉을 수 있는 리빙룸에서 넷플릭스 영화를 함께 보고, 다과를 나누고, 그날의 일상을 나누며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등을 토닥여 줄 수있는 소파 하나가 들어갈 만한 집이면 되는것 같다. 자기 전에 아내의 이마에 손을 한번 얹어볼 수 있는 침대가 있는 집이면 더 바랄게 없다고 판단된다. 행복에 투자하길 바란다.   김윤미 기자 [email protected]특별기획 워싱턴 내년 워싱턴지역 주택가격 영향 부동산 투자

2021.11.1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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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3]차세대의 핵심 경쟁력은 '한국어'

한국어에 능숙하고 동양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은 차세대들이 경제적 성취도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센서스 자료를 분석한 IOM이민정책연구원은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한인 1.5세의 경제적 성취도가 두드러지게 높다고 분석했다. 이창원 이민정책연구원은 “미국 동화론자들은 한국어를 빨리 잊고 영어만 사용하는 것이 미국 사회로의 동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인식했지만, 최근 연구들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갖는 것이 미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데 더욱 도움이 된다고 발표한다”며 “1.5세의 노동시장 성취가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이중언어 능력과 이중문화 수용성이 주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미국 센서스 통계에 따르면, 한인 1.5세의 연평균소득은 6만 5361달러로, 4만5446달러인 백인보다 2만 달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달리 한인 2·3세의 연소득은 4만9295달러로, 한인1.5세보다 1만6000달러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창원 연구원은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차세대에 한국어를 전수하는 것은 한인사회 전체의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에서 개인의 경쟁력 향상에도 유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내 한글학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한국어 교육의 내실화를 꾀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에 대해 한국어 교육계 지도자들도 공감을 나타냈다. 한연성 재미 한국학교 워싱턴지역 협의회장은 “자신에 대해 ‘나는 한국 사람으로, 미국에 와서 산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인생의 어려움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다”며 “부모가 자녀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주지 않으면, 그 자녀는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애 맥클린 한국학교 교장은 “학생들이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자 자랑스러운 미국인’이라고 고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한국어를 배우지 않은 자녀는 어른이 돼서 후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자 한미교육재단 이사장은 “한국문화와 한국전통은 인격형성에도 도움을 준다”며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지 않으면, 부모와 대화가 단절되고 문화적 갈등도 심해진다”고 말했다. 한연성 회장은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학부모들이 한국어 교육을 후순위로 놓는다”며 “한국 정부의 한국학교 지원도 중요하지만, 동포사회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애 교장은 “부모가 자녀에게 한국어를 사용했으면 좋겠다”며 “자녀의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도 실망하지 말고, 꾸준하게 한국학교에 보내면 나중에 한국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보고서 결론에서 한국 정부가 양질의 한국어 교사 양성을 위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어 교육계 지도자들도 한국어 교사 전문성 제고와 함께 한국어 교육 자료와 장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심재훈 기자 [email protected]

2017.01.19. 6:13

[특별기획 2]한인 소득 양극화 현상 심해

재미한인들의 연소득 평균(세전 5만 9089달러)은 미국인 전체(4만9170달러)와 백인(5만 4699달러)보다 높지만, 한인들이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들의 빈부격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통계를 분석한 이창원 이민정책연구원은 “높은 평균 소득에 가려져있는 저임금 저소득층이 있다”며 “미국인 전체나 백인과 비교할 때 재미한인의 소득불평등 정도가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통계에 따르면 재미한인 5명 가운데 1명은 6만 달러 이상 벌고 있다. 연소득이 6만 달러 이상인 한인은 전체 한인의 19.4%나 된다. 이는 전체 미국인이나 백인보다도 높은 수치다. 전체 미국인 가운데서 6만 달러 이상 버는 미국인은 15.8%밖에 안된다. 백인들 가운데, 6만 달러 이상 버는 백인은 18%다. 이와 달리 연소득 9900달러 이하인 한인들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인들 가운데 22.5%가 연 9900달러를 못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백인이나 전체 미국인보다 높은 수치다. 백인은 18.7%에 불과하다. 전체 미국인 가운데서 연소득 9900달러 이하는 20.8%다.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특히 한인 노인 빈곤율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재미한인은 노인빈곤율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인 노인 5명 중 1명이 빈곤상황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백인의 경우 14명 가운데 1명만이 빈곤상황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백인 노인 빈곤율은 7.4%다. 미국인 전체에서도 빈곤 노인은 10명 중 1명 정도로 빈곤율은 9.6%다. 이창원 연구원은 “두터운 한인 저소득층과 심각한 노인빈곤은 그동안 덜 주목 받아왔다”며 “한인사회 내 불평등과 빈곤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해결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인사회 빈곤 문제에 대해 우태창 버지니아 한인회장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 대한 해결책이 있다면, 재취업을 위한 ‘기술’이 최고”라며, 버지니아 한인회에서 운영하는 한사랑종합학교를 추천했다. 그는 “기술을 배워 일자리를 잡아야 한다”며 “형편이 어려운 한인들에게 무상으로 교육을 제공하고, 그 사람이 취업을 하면 등록금을 받는 방안 등을 검토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영천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은 “연합회 차원에서 노인빈곤 해결에 나설 것”이라며 “동포사회 노인빈곤 현황을 파악하고, 찾아가거나 여가 프로그램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손기성 워싱턴지역한인교회협의회장은 “미국 노인들은 은퇴 뒤에도 월마트나 세이프웨이같은 마트에 들어가 소일을 한다”며 “노인들에 대한 재정지원도 중요하지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재훈 기자 [email protected]

2017.01.17. 6:51

[특별기획 1]한인, 높은 소득 불구 정치력 약해

한인들의 미국 이민이 114주년을 맞았다. 지구 반대편 낯선 땅에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며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한인들. 다른 민족이 부러워하는 눈부신 성과도 많지만, 이면에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어두운 면도 적지 않다. 본지는 한국 정부와 국제이주기구가 설립한 이민 연구기관이 미국 센서스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와 워싱턴한인사회 지도자 및 주미대사관의 조언을 종합, 한인사회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한다. 미국 총인구조사에 따르면,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170만 6822명으로, 미국 인구의 0.5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들은 미국에서 1%도 안되는 소수민족이지만, 소득 수준은 미국인 전체보다 높고, 인종별로는 이민 역사가 가장 긴 백인보다도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인들의 연소득 평균은 임금근로자의 경우 세전 5만 9089달러다. 미국인 전체 소득 평균(연 4만9170달러)보다 크게 높고, 백인(연평균 5만 4699달러)보다도 많다. 한인 임금근로자 가운데서는 1.5세의 소득이 가장 높았다. 1.5세는 매년 평균 7만7290달러, 2~3세는 6만 2011달러, 1세는 4만9940달러를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인 자영업자들의 소득 또한 미국인 전체 평균보다 높고, 백인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 자영업자들의 연 평균 소득은 세전 4만4675달러다. 미국인 전체(연 평균 3만4147달러)나 백인(연 평균 3만7170달러)보다 크게 높다. 한인 자영업자도 1.5세의 소득이 가장 높았다. 1.5세는 연 평균 6만8822달러, 1세 4만1135달러, 2~3세는 3만7470달러를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를 분석한 이창원 연구원은 “한인 이민자들의 높은 교육수준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1.5세의 소득이 두드러지게 높게 나타난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연방노동부 경제학자를 지낸 백순 워싱턴버지니아대 교수는 “열심히, 근면성실하게 일한 한인들의 성과”라며 “비교적 일자리 선택 폭이 넓고 여유있게 일하는 미국인들과 달리,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의식을 갖고 악착같이 일한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순 교수는 한인들이 더욱 발전하려면 스몰비즈니스를 넘어서 금융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 교수는 “우리와 같은 소수민족이지만 미국과 세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유대인들에게서 배워야 한다”며 “월스트리트 등 금융 분야에는 유대인들이 많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전문 파이낸셜 분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한인 1.5세들이 고소득 직종에 진출하는 이유는 한국어와 아시아권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세계경제의 축은 유럽에서 미국, 미국에서 아시아로 넘어가고 있다”며 “미국에 본사를 두고 세계에 지사를 확장하는 다국적 기업들도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에 관심이 많다. 이런 추세가 아시아권 문화에 익숙한 1.5세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인들의 ‘모범적 소수집단’ 이미지는 장점만 아니라 단점으로도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창원 연구원은 “순종적이고 일을 잘하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집단이라는 이미지가 미국 주류사회 진입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며 “창조적이거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지위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인상을 줘 정치나 경영 지도자의 위치에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기 워싱턴총영사는 한인 정치력이 과거보다 많이 높아졌지만, 경제적인 면에 비하면 약하다고 말했다. 김 총영사는 “워싱턴 한인들은 풀뿌리 컨퍼런스 등 정치력 신장을 위해 열심히 뛰어왔다”며 “투표율을 더욱 높이고, 정치인을 배출하고, 지역사회 기여와 봉사활동을 강화해 계속 정치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훈 기자

2017.01.1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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