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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뉴욕의 최신 패션, 중고 명품

지난달 열린 뉴욕패션위크(NYFW) 봄·여름 컬렉션 주인공은 중고명품이었다. 언론들은 일제히 “빈티지 옷이 패션 런웨이를 점령했다”고 전했다.   뉴욕패션위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행사 중 하나로 뉴욕에서 매년 2월과 9월 두 차례 열린다. 세계 4대 패션위크(뉴욕·런던·밀라노·파리) 중 가장 먼저 개최되며 전 세계 패션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다음 시즌 트렌드를 알리는 시작점 역할을 한다. 뉴욕패션위크에는 마이클 코어스, 캐롤리나 헤레라 등 세계적 브랜드뿐 아니라 신진 디자이너도 참여한다.   전 세계 패션 산업, 패션 에디터, 바이어 등에게 최신 패션 트렌드를 선보이는 무대에 중고품의 등장은 놀라운 일이다.   중고명품을 무대에 올린 주인공은 중고거래 플랫폼 이베이다. 이베이는 ‘엔드리스 런웨이’를 열고 중고 명품 및 디자이너 브랜드 아이템을 무대 중심에 세워 전통적인 패션쇼의 틀을 뒤집었다.     이베이의 등장은 요즘 패션 업계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팬데믹 이후 많은 브랜드가 런웨이를 대신해 버추얼 쇼로 디지털 전환을 하고 친환경 소재와 윤리적 생산 방식을 강조하는 브랜드도 급증했다.   이베이 ‘엔드리스 런웨이’에서 모델들은 패션 트렌드가 응축된 새로운 디자인 대신 중고와 브랜드의 역사와 정체성을 보여주는 과거 시즌의 대표 아이템을 착용해 무대에 섰고 관람자는 실시간으로 해당 아이템을 구매했다. 입고 버리는 패션이 아니라 되살아나는 패션, 즉 순환 가능한 패션의 가능성을 제시한 순간이었다.   “새 옷보다 중고가 더 세련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세운 이 행사는 재판매 시장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한 패션쇼가 아니라 패션 산업 생태계(디자이너·리테일러·플랫폼· 소비자)의 관점에서 중고 및 순환 패션이 주류 패션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패션업계는 전통적으로 신제품 중심이었던 패션쇼 무대에 중고 제품이 등장하면서 순환경제 및 지속가능성이 강화되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올해 중고 패션 의류를 재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인 스레드업과 더리얼리얼의 매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디팝, 포시마크 등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중고 패션이 더는 낡은 이미지가 아닌 새로운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이를 이끄는 주체는 젊은 세대로 패션 시장의 판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경제적 이유로 중고를 샀다면 젊은층은 환경과 윤리를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소비로 찾고 있다.   Z세대가 주도하는 변화에는 뚜렷한 이유가 있다. 패스트 패션의 환경오염에 대한 반발로 새 옷 대신 중고를 사는 게 더 윤리적이라는 인식이 이들 사이에 퍼진 것이다.   최근 인기인 패션 리세일 플랫폼인 디팝 사용자 90% 이상이 26세 이하로 지속가능성을 구매 이유로 꼽는다. 한정판·빈티지·리폼 제품 등 나만의 패션을 추구하는 것도 Z세대를 이끌고 있다.   경기침체 속 부업을 찾는 누구나 판매자가 될 수 있는 것도 중고품의 매력이다. 초기 자본이 필요 없어 부수입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간편한 결제·배송 시스템이 이용 장벽을 낮춘 것도 주효했다.   패션 업계는 새로운 친환경 마케팅으로 중고 시장을 포장하지만 지속가능한 옷장은 소비를 줄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책임 있는 쇼핑은 트렌드를 좇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품질 좋은 옷을 고르는 것이다.   패션의 순환은 소비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자라와 H&M은 재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베이는 영국 마크앤스펜서와 협업해 반납 의류를 재판매하는 테이크백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런 시스템도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개인의 소비 습관이다. 가장 친환경적인 선택은 덜 사는 것이다. 소비자가 변하지 않으면 산업도 바뀌지 않는다. 진정한 지속가능한 패션은 옷을 새로 사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옷을 오래 사랑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은영 / 경제부 부장중앙칼럼 뉴욕 패션 패션 트렌드 패션 런웨이 세계 패션

2025.10.2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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