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니얼 입맛’에 이어 ‘할매니얼 패션’이 주목받고 있다. ‘할매니얼’은 ‘할머니’와 ‘밀레니얼(Millennial)’의 합성어. 흑임자·인절미 등 전통 식재료를 즐기는 젊은층의 미식 트렌드가 이번 겨울에는 패션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그 중심에는 이른바 ‘김장 조끼’로 불리는 꽃무늬 누빔 조끼가 자리한다. 한때 중장년층의 생활복으로 여겨졌던 김장 조끼는 ‘촌스러움’ 자체를 개성으로 소비하는 MZ세대 감성과 K팝 스타들의 스타일링이 맞물리며 반전 인기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빠르게 순환하는 패스트 패션 환경 속에서 과거 정서를 재해석하는 복고 감성과 아날로그 감성이 젊은 취향과 만난 결과라는 게 패션 업계의 설명이다. LA 한인타운 여성 의류점 ‘레이디 버그’도 이러한 변화를 체감한다. 니나 정 매니저는 “김장 조끼는 요즘 매장 베스트셀러 가운데 하나”라며 “지난 연말에는 선물용으로 여러 장을 한꺼번에 사가는 손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 매니저는 “20~30대가 주 고객층으로 최근에는 남성 고객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소비 트렌드도 선물 문화로 확산하고 있다. LA에 거주하는 직장인 조민아(27) 씨는 회사 신년 파티 선물 교환 물품으로 김장 조끼를 선택했다. 조씨는 “20달러 안팎으로 부담 없이 살 수 있고 겨울철에 실용적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며 “유행이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중장년층도 김장 조끼의 유행을 실감하고 있다. LA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김호영(47) 씨는 최근 회사 후배로부터 연말 선물로 김장 조끼를 받았다. 김씨는 “처음에는 유행이라는 말이 와닿지 않았다”며 “쇼핑몰에서 아이들까지 김장 조끼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고 트렌드라는 사실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장 조끼 유행의 배경으로 복고풍과 향수를 앞세운 패션 흐름을 꼽는다. 기성세대의 실용적 스타일을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할머니 코어(Granny core)’가 대표적이며, 편안함과 전원적 분위기를 중시하는 최근 소비 성향과도 맞물린다는 분석이다. 소셜미디어와 K팝 스타들의 영향도 크다. 블랙핑크 제니, 에스파 카리나 등이 누빔 조끼를 착용한 모습이 온라인에서 확산하면서 관련 아이템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번졌고, ‘김장 조끼’ ‘꽃무늬 조끼’ 등 관련 검색어도 부쩍 늘었다. 세계적인 패션 흐름과의 접점도 감지된다. 패션 매체 글래머는 최근 1970년대 가정집 인테리어를 연상시키는 꽃무늬 패턴이 의류는 물론 신발·가방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촌스러움의 대명사였던 꽃무늬 누빔 조끼가 젊은 세대 취향을 반영한 겨울 패션 아이템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송윤서 기자할머니코어 꽃무늬 김장 조끼가 패션 아이템 선물용 아이템
2026.01.19. 19:52
오늘 아침 신문에서 한 여성이 마켓에 갔다가 명품 핸드백을 강탈당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여느 때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그녀에게 닥친 갑작스러운 사건이었다. 이 기사를 읽으며 문득 내 방 한쪽 선반 위에 놓인,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명품 핸드백이 떠올랐다. 그 가방은 2년 전, 동부에 사는 딸이 보내준 선물이었다. 예쁘고 고급스러웠지만, 한 번도 실생활에서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값비싼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이 어딘가 부담스러웠고, 무엇보다도 혹시라도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그저 선반 위에 조심스레 모셔둔 채, 가끔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지난해 어느 날, 남편과 잠깐 외출할 일이 생겼다. 문득 ‘오늘 하루만이라도 딸이 보내준 이 가방을 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오랜만에 외출하는 친구를 챙기는 기분으로 조심스레 팔에 걸었다. 그런데 가방을 든 내 모습을 본 남편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갑자기 웬 핸드백이야?”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동안 너무 외롭게 선반에만 있어서 미안하잖아.” 그러자 남편은 픽 웃으며 한마디 했다. “그럼 방 안에서라도 들고 다니면 되잖아.” 그 말에 우리는 마주 보고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나는 정말로 가방을 메고 어린아이처럼 방 안을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 가방은 마치 오랜 기다림 끝에 세상 구경을 나온 것처럼 내 팔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장난스럽게 웃고 떠들었지만, 현실은 그저 유쾌한 놀이로 끝낼 문제가 아니었다. 얼마 전에도 후배가 마트에 갔다가 핸드백을 노린 강도로 인해 큰 봉변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는 길을 걸을 때조차 주변을 살피고, 값비싼 물건을 소지할 때마다 불안감을 느껴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핸드백이 단순한 패션 아이템을 넘어 위험 요소가 되어버린 지금, 우리는 과연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정말로 핸드백 없이 사는 것이 더 안전한 세상이 되어버린 걸까. 이영순·샌타클라리타 거주독자 마당 핸드백 명품 핸드백 한쪽 선반 패션 아이템
2025.03.06.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