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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용어와 편견, 편견과 용어

공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용어입니다. 용어를 정하고, 용어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면 공부는 시작됩니다. 그리고 시작은 반입니다. 용어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용어는 공부의 시작이면서, 자신의 경지를 보여줍니다. 용어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용어가 등장하면 우선 궁금증을 갖고 물어야 합니다. 이 용어가 적당한지, 아니면 문제가 있는지. 언어교육과 관련된 용어도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떤 용어는 그 말 때문에 편견이 생깁니다. 그것도 문제입니다. 용어는 가치 중립적이어야 하는데 용어 때문에 이미 선입견을 갖고 다가간다면 올바른 학문을 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용어는 관습이라고 이야기할 겁니다. 어떤 용어는 다른 사람이 쓰기 때문이라고 말할 겁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핑계나 변명이 공부의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이 그 용어를 쓰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저는 용어가 나오면 계속 묻습니다. 내 생각을 가두는 용어는 아닌지, 나를 편견 속에 빠뜨리는 용어는 아닌지 궁금해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내 사고의 폭은 넓어집니다. 의심은 나를 키웁니다.     귀화라는 말은 늘 고민입니다. 외국인이 한국에 귀화했다고 하는데 귀화라는 말은 돌아와야 성립하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외국에 가서 살다가 한국에 다시 돌아오면 귀화라는 말이 맞지만, 원래 한국에 살지 않았던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한국 국적을 따는 것을 귀화라고 하면 어색합니다. 귀화어라는 용어도 어색합니다. 외국어이지만 한국어 속에 완전히 동화되어 외국어인지도 모르는 말을 귀화어라고 합니다. 김치, 붓 등이 여기에 해당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말도 돌아온 말은 아닙니다. 귀화라는 표현이 왜 쓰였을까요?   귀국이라는 말을 보면 귀는 돌아오는 게 맞습니다. 돌아올 귀라고 해석도 합니다. 그런데 귀화라는 말을 찾아보면 돌아오는 것과는 전혀 관계없이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전에 어떤 임금님이 덕으로 다스리면 이웃 나라의 백성이 감화를 받아서 그 나라로 몰려옵니다. 그 나라의 백성이 되기를 진심으로 원하는 겁니다. 학정을 피해서 덕치 국가로 찾아가는 겁니다. 그러한 것을 귀화라고 했습니다. 즉 돌아간 것이 아니라, 그 나라 백성이 되기를 청하는 겁니다. 물론 귀화를 받아들인 나라에서도 차별은 없었을 겁니다. 귀화나 귀화어는 그런 개념입니다. 한국이 좋아서 한국에 살고 싶다고 청하는 것이 귀화이고, 한국어 속에서 구별되지 않게 자리 잡은 말이 귀화어입니다. 모국의 어려운 사정으로 난민 심사를 신청하는 것도 귀화 신청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도입국자녀라는 말도 심각합니다. 이 말은 아이가 아주 어릴 때가 아니라 학생 시절에 한국에 들어온 아이를 말합니다. 성인도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듣기만 하여도 부모가 이혼 후 재혼 가정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보통 이혼 후에 전 배우자의 자녀와 함께 한국으로 입국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본인은 숨기고 싶어도 중도입국자녀라는 표현만 들으면 문제가 드러나게 됩니다. 요즘은 학령기 이주 청소년 등의 용어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결혼이민자라는 용어도 곤란한 점이 있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 왠지 결혼을 통해서 경제적 사정을 바꾸기 위해서 입국한 사람이 연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연상 속에는 일반적으로 남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교적 선진국에서 온 경우에도 결혼이민자라는 범주에 넣지 않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주 여성이라는 용어로 폭넓게 보아야 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주 여성이라고 하면 이주 남성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용어는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도 이주 노동자로 바꾸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근로자와 노동자의 정의만큼이나 어려운 논의로 보입니다. 용어에는 관점과 철학이 담기기도 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용어 편견 용어 때문 귀화 신청 편견 편견

2024.12.2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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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다

지인의 소개로 이정순 작가의 신작 ‘사랑별에서 온 아이’라는 책을 접하게 됐다. 책표지 그림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휠체어를 탄 아이가 창문을 통해 밤하늘에 무수히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장애인임에도  밝은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 있는 이 소년이 궁금했다. 장애인 관련 동화책임에 틀림이 없는데, 그 소년의 표정에서 내용이 우울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장애인에게는 용기와 꿈을, 일반인에게는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장애아를 가진 부모에게는 작은 위로를 준다.   얼마 전 한국의 TV 뉴스에서 지적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다. 지역 주민들에게 특수학교 설립을 허가해 달라고 간청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특수학교가 생기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그 뉴스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다.   ‘사랑별에서 온 아이’ 는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장애인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 나 역시 그중 한 사람이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물론 책 한권 읽었다고 하루아침에 고정 관념이 달라질 수는 없겠지만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은 갖게 됐다.     동네에 장애인 학생들이 다니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장애인을 혐오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이 정말 기피해야 할 사람들일까? 장애인이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문제는 아닐까?     이정순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선천적 장애도 많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로 장애인이 되는 경우도 많으며, 전 세계 80억 인구 중 15%인 약 12억 명이 장애인이라고 했다. 그토록 많은 숫자에 나도 깜짝 놀랐다.   ‘사랑별에서 온 아이’는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돌아보게 한다. 작가는 캐나다에서 이민 생활을 하면서 한 중증 장애인 소년을 만났고, 이를 계기로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 인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장애인 소년은 몸은 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밝고 따뜻했습니다. 이 아이가 늘 웃음 가득한 모습으로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의 아낌없는 사랑과 지원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깊은 감동을 하고 장애인 소년을 모티브로 동화를 쓰게 되었습니다. 나의 바람처럼 이 동화를 통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이라도 달라지고, 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아를 가진 부모들도 위로와 용기를 얻길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장애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몇 번이나 눈시울이 붉어졌다.  누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느끼는 바가 클 것 같다는 생각에서 일독을 권한다.  하정란열린광장 장애인 편견 장애인 소년 장애인 학생들 장애인 관련

2023.06.04. 18:03

3명 중 2명 “경찰이 흑인 차별”

“시민들 보호하는 것은 믿는다, 하지만 여전히 차별과 편견이 있다.”     로욜라메리마운트 대학 연구팀이 LA시민 1755명 대상으로 실시한 LA경찰(LAPD) 관련 설문조사에서 LA경찰국(LAPD)의 서비스에 대해 전반적인 믿음을 갖고 있지만, 소수계, 홈리스, 정신병력자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편향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특히 인종을 떠나 66%의 응답자가 유독 흑인에 대해 경찰이 ‘전형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영어, 스패니시, 중국어, 한국어 등을 통한 전화 통화로 진행됐다.     ‘시민에게 봉사와 보호를 제공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2년 전의 유사한 조사에서 63%로 나타났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71%로 소폭 상승했다.   다만 경관들이 일부 인종적 차별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변함이 없었다. 백인, 라티노, 아시안, 흑인계 응답자 과반수 이상이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흑인계 응답자들의 3분의 2가량은 경찰이 차별한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동시에 42%는 LAPD가 ‘대부분’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고 봤지만, 33%는 ‘일부의 경우에만’, 아예 ‘항상 옳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도 9%였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2년 전 흑인 시위에서 언급됐던 경찰 예산 삭감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응답자 69%가 ‘반대한다’고 밝혔다.         최인성 기자신뢰 편견 편견 차별 흑인계 응답자들 아시안 흑인계

2022.09.28. 20:46

[발언대] 편견을 버리자

편견이란 말은 한쪽으로 치우쳐 공정하지 못한 생각이나 견해를 의미한다.     편견에 사로잡히면 모든 사물을 부정적으로 보는 좋지 못한 습관이 길러 질 수도 있으며,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을 저버리고 한쪽으로 기울어진 판단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인간이란 얼굴 모습이 다른 것처럼 성격과 행동도 제각각 이므로 소수의 행동으로 전체를 판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가입된 단체 카톡방에 ‘외국인 석학이 본 한국인의 이중성’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정신 의학계의 세계적인 권위자가 한국을 떠나면서 밝힌 소감을 한 일간지가 기사로 소개한 것이라고 한다.     내용을 요약하면 ‘한국인은 친절하지만 자기보다 못한 약자에게는 거만하기 짝이 없다. 배운 사람 일수록 거만을 핀다. 지식은 많은데 지혜롭지 못하다. 말은 유식한데  행동은 무식하다. 준법정신이 없다. 노블레스 오불리쥬를 모른다. 자기 잘못은 절대 인정하지 않고 자기반성은 없다. 남의 탓만 한다. 사람들이 네거티브하다. 모이면 흑백 논리에 사로잡혀 있다. 결론적으로 역이민을 절대 말리고 싶다’ 등이다.   글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인으로서 기분이 좀 언짢고 심기가 불편하다.     소수의 행동을 전체 한국인의 특성으로 싸잡아서 이야기할 수 있는가. 50여 년 전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외국인이 한국에 잠시 살면서 한국의 잘못된 점과 삐뚤어진 면만 부분적으로 모아 지적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도 간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한국을 후진국으로 착각해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인은 의리가 있고 도덕심이 강하고 교육 수준이 높다는 것을 세계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석학이라는 사람은 코끼리 다리만 만져보고 편견에 사로잡혀 편협되고 경도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다. 어디를 가도 교통 신호를 위반하는 사람이 있고 길바닥에 침을 뱉는 비양심적인 사람은 있다.   역이민을 절대 말리고 싶다는 석학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국은 이제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진입한 나라다.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국민들의 기를 꺾는 것은 편견에서 오는 잘못된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서  편견이 심한 석학의 글이지만 쓴소리로 받아들여  한국인들의 단점은 스스로 시정하여 일등국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은 인격을 형성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백인호 / 송강문화선양회 미주회장발언대 편견 전체 한국인 외국인 석학 글이지만 쓴소리

2022.08.17. 18:36

[시조가 있는 아침] 편견 -유안진(1941∼ )

오를 수 없는 산 하나쯤은   있어줘야 살맛이지 그 산을 품고 사는   가슴이어야 사랑이지 사랑도 그 산에다가   강 울음 바쳐야 절창(絶唱)이지.   -한국현대시조대사전   시조로 즐기는 재치   그렇다. 우리 생애에 오를 수 없는 산 하나쯤은 있어야겠다. 그 산을 품고 사는 게 사랑이 아니겠는가? 그 산에 바치는 강 같은 울음이 절창이 되리.     이 같은 절절한 고백을 바치고 시인은 제목을 슬쩍 ‘편견’이라고 붙이며 외면을 한다.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다운 재치라고 하겠다.   유안진 시인은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서울대 사범대학과 플로리다 주립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후 서울대에서 봉직했다. 산문집 ‘지란지교를 꿈꾸며’는 낙양의 지가를 올린 롱셀러다.     장르를 넘나드는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와 치밀한 구성 방식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어렸을 때 들은 할아버지와 숙부의 시조 가락이 귀에 익다는 그의 재치 있는 시조 한 수를 더 감상해 보도록 하자.   ‘얼음이 녹으면?/ 이 한 마디가 끝나기도 전에// 물이요 물!/ 아이들의 합창// 봄인데 봄이 오는데 한 아이만 중얼거렸지.’ (‘과학시간’) 유자효 / 한국시인협회장시조가 있는 아침 유안진 편견 유안진 시인 서울대 사범대학 시조 가락

2022.06.22. 20:05

[한마디] “편견은 판단력을 상실한 견해에 불과하다.”

“편견은 판단력을 상실한 견해에 불과하다.”   볼테르·프랑스 철학자한마디 판단력 편견 프랑스 철학자

2022.05.31. 18:44

[한마디] “편견은 판단력을 상실한 견해에 불과하다.”

“편견은 판단력을 상실한 견해에 불과하다.”   볼테르·프랑스 철학자한마디 판단력 편견 프랑스 철학자

2022.05.05. 17:46

[거울과 창] 편견이 갈등을 만든다

흑인 밀집 지역인 사우스센트럴의 한 리커스토어 외벽에 경고문이 붙어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내용이다.   ‘배회하지 마라(No Loitering), 거리에서 술 마시지 마라(No Drinking), 총기를 갖고 다니지 마라(No Weapons), 마약 하지 마라(No Drugs).’ 짧은 문구로 금지를 요구하지만 위반에 따른 형량의 무게는 크다.     왜 흑인 지역에 이런 문구가 붙어 있을까. 경고문을 보면 흑인들은 모두 그럴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게 한다.   선입견은 보고 듣는 가운데 자라난다. 선입견은 편견을 공고히 한다. 잘못된 편견은 분열을 조장하고 결국 폭력으로까지 이어진다.     올해는 LA폭동 30주년이다. 어두운 역사를 반추하는 각종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폭동의 교훈이 타인종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깨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글·사진=김상진 부국장거울과 창 편견 갈등 흑인 지역 no drinking no weapons

2022.04.2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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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편견을 떨쳐버리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

 “편견을 떨쳐버리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미국 철학자한마디 편견 헨리 데이비드

2022.01.23. 12:28

[열린 광장] 오만과 편견 떨치고 ‘출발 2022’

 처음 미국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일이다. 교수 질문에 정답이 바로 떠올랐다. 문제는 손이 올라가지 않는 것이었다. 완벽한 영어가 안될까 봐, 내 손은 재빠르게 1t의 무게로 변해버렸다. 그때 누가 손을 번쩍 들더니 내가 생각했던 대답을 술술 말한다. 교수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때 나의 불필요한 완벽주의가 원망스러웠다.     인생이라는 사막에서 완벽주의나 또는 자신만이 고집하는 방식이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특히 몰고 가던 차가 모래 웅덩이에 빠지기라도 하면 내 자존심과 내 생각을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을 만난다.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Shifting Sands)’의 저자 스티브 도나휴도 사하라 사막을 건너다 차가 모래에 빠진다. 온갖 방법에도 빠져 나올 수가 없다.     그때 누군가 엑셀을 밟지 말고 타이어에서 바람을 빼라고 조언을 한다. 그러면 타이어가 모래와 닿는 면적이 넓어져 차가 움직일 수 있다고. 처음에는 남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결국 조언에 따른다. ‘오만’의 바람을 빼는 순간 차는 모래를 빠져나간다.     ‘모래에 갇히면 타이어에 바람을 빼라(When you are stuck, deflate)’. 저자가 말하는 사막을 건너는 세 번째 방법이다. 아스팔트가 갑자기 끝나고 모랫길이 나타나 우리의 방법이 더는 먹히지 않을 때 해야 할 일은 해오던 방식을 좀 내려놓고 자아에서 공기를 빼는 것이다. 밀어붙이는 대신 “몰랐었네, 내가 잘못 생각했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공기를 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책에 나오는 아프리카 다가라 종족 출신 작가 말리도마소메는 40대 초반 자기 나라로 돌아가 뒤늦은 성인식을 치른다. 마을 한복판에 중년의 그가 이틀간 앉아 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찾아가 그의 모든 실수를 언급하며 꾸짖는다. 모욕하고 평가절하한다. 2개의 박사 학위와 3개의 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라도 단 한 마디 대꾸하지 못하는 것이 규칙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아에서 오만의 공기를 빼고 겸손해져야 진정한 성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그들의 지혜는 참 놀랍다   완벽주의의 바람을 뺀 삶은 얼마나 편한가. 틀리든 맞든 말을 많이 하는 애들이 영어도 빨리 배운다. 집착의 바람을 뺀 삶은 또 얼마나 자유로운가. 발목 붙잡는 과거와 작별하고 새로운 시작을 선물한다.     2022년이 밝았다. 불필요한 바람은 빼고, 새로운 기운으로 채워  힘차게 달려보자.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열린 광장 오만 편견 사하라 사막 가지 방법 석사 학위

2022.01.02. 13:20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편견과 오해

“위로 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사랑 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소서.”   우린 늘 이와 반대로 살아왔기에 가까운 거리를 돌아 먼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편견과 오해 속에서 힘든 삶을 살았고 고통스러워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았으며 위로하고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작은 일에도 자신의 생각과 다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불행하기도 상대를 미워하기도 했습니다. 말과 행동, 현실과 꿈 사이를 위태롭게 건너 다니는 우리를 용서 하옵소서.   우리 눈에 비친 풍경은 경이롭고 아름다워 감탄이 절로 터집니다. 단풍 든 나무도 안아보고 함께 동산을 향해 걷고 있는 이웃들의 손도 잡아 보고 싶습니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오고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괜찮아? 물어오는 바람결에 부끄러운 고개를 들어 끄덕입니다. 이 벅찬 풍경을 허락하신 당신을 사랑합니다. 뿌려진 곳에서 싹을 내고 자라는 동안 늘 감사와 기쁨의 표현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들이 대견하다 못해 사랑스럽습니다. 때가 되면 붉게 자신을 불태우다가도 겸허히 자신을 떨구는 나무는 사람보다 더 진실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우린 너무 생각이 많아 여전히 미로 속에 갇혀있습니다만….   지난주 NETFLIX에서 ‘빨간머리 앤’을 시청했습니다. 1908년 출간된 캐나다 작가 루시모드 몽고메리의 장편소설 ‘초록집 지붕집의 앤’ (Anne of Green Gables)을 각색해 드라마한 작품입니다.   주근깨, 빨간 머리, 빼빼 마른 몸, 꿈 많고 당찬 그 소녀의 이름은 앤(Anne)입니다. 세살 때 고아원에 입양되어 소녀시절 아름다운 꿈을 펼치지 못한 소위 세상에서 손가락질 받는 고아입니다. 늘 궂은 일을 해야 했고 같은 또래 아이들로부터 멸시와 따돌림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어른들까지도 그녀를 자신의 자녀들과의 접촉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은 시골 애번리 마을 초록지붕 집에 일을 도우러 오는 날부터 앤은 자신을 이곳에 데려온 마틸다와 매듀 남매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여기에 오랫동안 살게 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합니다. 그녀는 사람들의 멸시의 눈총과 편견 속에서도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며 웃음과 열정, 가정의 소중함, 긍정적인 에너지로 친구와 이웃들의 따가운 시선을 조금씩 바꾸어 놓습니다. 옳은 일을 위해선 기꺼이 싸움을 피하지 않는 밝고 선한 영향력을 가진 소녀로 성장하게 됩니다.   앤은 초록지붕의 진정한 가족으로 앤 셜리 커스버트란 이름을 갖게 됩니다. 16세가 되던 해 앤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뿌리를 찿던 중 그의 부모가 본인이 고아원에 입양 되던 해 사망한 것을 알게 되고, 어머니가 자신에게 남긴 ‘꽃의 언어’라고 표지된 일기장을 손에 쥐게 됩니다. 그곳에는 꽃 그림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가 기록돼 있었습니다. 나를 낳아 품에 안고 사랑해주신 부모님을 일기를 통해 만났고, 그간 외롭고 힘든 시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 초록지붕 집 가족들을 생각하며 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그녀는 똑똑하고 바른 청년 앨버트와 결혼합니다. 자기의 젊은날 꿈을 키웠던 고향마을의 선생님으로 부임해 학생들을 가르치며 자기와 똑같은 당차고 감성적인 빨간머리를 가진 딸을 낳아 키웁니다. 초록지붕 집이 있는 애번리에서 오해와 편견으로 얼룩져 있는 마을을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을로 변화시켜갑니다. 앤의 하루 하루는 이해와 사랑으로 가득 찬 빛나는 날들이었습니다. 앤의 기도가 하나 둘 하늘의 별처럼 반짝일 때, 밤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창문을 올리고 잠들지 못하는 앤에게 하늘의 별들은 무슨 노래를 들려 주었을까? 약할 때에 자신을 분별할 수 있는 힘과, 두려울 때 자신감 잃지 않는 용기를 구한 앤에게 하나님은 무어라 답하였을까?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편견 오해 눈총과 편견 마을 초록지붕 사랑 받기

2021.11.0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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