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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인술<仁術>을 베푸는 명의<名醫>

미국에 이민 온 지도 44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정착하느라 정신 없이 바빴다. 그 와중에 과로로 독감에 걸려 고생하게 되었다. 어떤 의사를 찾아가야 할지 막막했다. 낯선 이국땅에서 모든 것이 생소해 어리둥절했다. 하나님의 도움 없이는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의사를 찾던 중 신문에 의사 개업 광고를 보게 되었다. 다행하게도 집 근처에 그 병원이 있었다. 흉곽내과 전문의로 호흡기 계통 모든 질환을 치료한다는 광고였다. 아 참 다행이다. 만성 기관지염을 앓고 있는 데다 설상가상으로 독감이 걸렸으니, 내가 찾고 있던 바로 그 의사가 아닌가 생각했다.   나는 전화로 예약하고 병원을 찾아갔다. 진한 경상도 사투리로 맞이하는 의사는 나의 호감을 사게 되었다. 내가 경상도 출신이기 때문이었다. 다짜고짜로 병세를 물어보아 답변을 하면서 치료받게 되었다.     놀랍게도 내가 개업한 후 제 1호 환자라며 정성을 다해 치료해 주었다. 의사의 치료와 사랑을 듬뿍 받는 기분이었다. 독감 치료가 끝난 다음에도 만성기관지염 치료에 두 달여 걸렸다.     의사는 내가 살고 있는 집까지 찾아와서 건강하게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물어보곤 했다. 내 평생 의사가 환자 집까지 찾아와 병세를 물어보고 인사하는 의사는 처음 보았다. ‘아 이 의사야말로 내가 평생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믿음이 가는 의사구나’ 생각하니 신뢰가 가기 시작했다.   그때 맺은 인연이 지금까지 44년 동안 이어져 왔다. 나의 주치의로 믿을 수 있는 인술을 베푸는 명의로 내 마음에 자리매김했다. 내가 오늘날까지 살 수 있었던 것이 물론 하나님의 돌보심으로 이 명의를 만나게 되었고 연약했던 내가 건강을 유지하며 살 수 있었던 것이 모두 이 의사 덕분이라 생각하면 고마움이 북받쳐 오른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의사를 찾게 되었는데 내년 1월에 병원 문을 닫고 은퇴한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통보에 당황스러웠다. 의사 선생님도 평생 환자들을 돌보느라 고생했기 때문에 은퇴하는 것이 당연한 사실이지만, 나는 앞으로 어떤 의사를 만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물론 이 의사는 나의 건강을 돌보는 명의이지만, 인간적으로도 잊을 수 없는 고마운 분이다. 처음 이민 와서 남편이 비즈니스에 실패했을 때 내 사정을 듣고 난 후 생활비에 보태어 쓰라며 봉투를 건네주었기 때문이다.   나만 보면 “이 원수를 어떻게 갚지?”하면서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다. 내가 미국회사에 취직하여 좋은 보험이 있었기 때문에 치료비를 다 지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년에 미수를 맞이하는 나이임에도 내가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은 하나님께서 지켜주시고, 또한 인술을 베푸는 명의를 만났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니 눈시울이 붉어진다. 김수영 / 수필가열린광장 인술 의사 개업 의사 선생님 평생 의사

2025.11.0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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