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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침에] 돈타령

며칠 전 시니어센터에서 있었던 일이다. 창밖에서 두런두런하는 소리가 들려 눈을 들어 바라보니 주차장에 노인들이 긴 줄을 만들고 있었다. 설마 반전시위라도 하는가 싶어 물어보니 식료품을 나누어 주는 날이라고 한다.     67세에 은퇴를 하기 전, 수차례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다. 매달 필요한 생활비에 약간의 예비비까지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막상 은퇴하고 나니 돈 쓸 일이 생기면 한 번 더 잔고를 확인하게 된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지출을 주저한다. 아내의 전화기는 바꿔 주었지만, 3년이 지난 내 것은 그냥 쓰고 있다. 2~3년은 더 쓸 생각이다. 손주들 생일에 사주는 선물의 가격도 전에 비해 다소 줄었다.     적립해 둔 돈을 다 찾아 쓰면 끝이 나는 개인은퇴계좌(IRA)와 달리 연금은 평생 보장된다. 매달 들어오는 돈을 다 써도 다음 달이 되면 같은 금액이 은행 계좌로 입금된다. 그런데도 매달 다만 얼마라도 돈이 남아야 마음이 놓인다. 이유인즉슨, 연금 인상률이 직장인의 봉급이나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동안 소셜 연금의 평균 인상 폭은 2.7% 였는데, 동기간 임금은 연평균 3.67%, 물가는 2.5~3% 올랐다. 최근 10년 간 임금은 더 크게 올라 연평균 4.17%였다.     시니어들의 걱정은 죽기 전에 모아놓은 돈이 떨어지는 일이다. 어찌 보면 안 해도 될 걱정일 수도 있다.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다 살아갈 길은 있기 마련이다. 저소득층 시니어를 위한 아파트, 각종 의료 및 복지 프로그램 등의 안전망이 있지 않나.     젊어서는 가족을 부양하느라 돈을 쓰지 못했는데, 어느 정도 책임을 마친 노년에도 돈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 한다면 이 또한 억울하고 슬픈 일이 아닌가 싶다. 남은 가족에게 큰 빚을 남기고 가지는 말아야겠지만, 형편에 맞게 돈을 쓰며 사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집이 있다면 리버스 모기지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에쿼티의 일부를 빼서 쓰고, 나머지는 상속이 가능하다. 머리로는 계산이 되고 이해도 되지만, 마음 한구석에 남은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외모는 노인이 되지만 마음은 여전히 청춘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며 감성은 개인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자그마한 체구에 곱슬머리, 미소가 귀여운 A는 80 중반의 백인 여성이다.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다. 자신을 눈여겨보는 영감이 있었는데 어느 날 다른 여성을 통해 전화번호를 건네주었다고 한다. A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이 이루어졌고, 몇 차례 각자의 집을 방문해 가족도 만났다. A는 딸네 집에 살고, 그 영감은 손주, 손녀를 포함 대가족과 함께 산다. 그 후, 그에게서 전화가 와 우린 안 맞는 것 같다며 이별을 통보해 그 일은 잠깐의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내로남불’이라고 하지만, 독신 시니어라면 로맨스도 선택 가능한 옵션이다. 로맨스에도 돈은 필요하다. 낭비와 허세는 피해야겠지만 필요할 때 지갑을 열 수 있는 사람이 멋진 시니어가 아닐까.  고동운 전 가주공무원이아침에 돈타령 저소득층 시니어 포함 대가족 마음 한구석

2026.03.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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