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와 시선] 비바 프랭크 게리!
살아가노라면 파격을 행하는 사람을 간혹 보게 된다. 특히 예술인 사이에 이런 이들이 꽤 있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로 시작되는 ‘오감도’ 등 띄어쓰기와 형식을 완전히 파괴한 시작품으로 당시 문단을 놀라게 했던 시인 이상, 멀쩡한 그랜드 피아노를 도끼로 때려부수며 무대에서 기행 퍼포먼스를 선보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한인으로는 대표적일 것이다. 남성용 소변기를 예술작품으로 전시한 프랑스 초현실주의 아티스트 마르셀 뒤샹, 기이한 의상으로 무대를 휘어잡는 팝스타 레이디 가가도 파격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아티스트다. 평범한 시선으로 보자면 괴상망칙한 이들의 기행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많은 사회학자들은 이들의 파격이 삶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풍요로움의 원동력으로 해석한다.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96) 역시 파격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티스트다. 1929년 폴란드계 유대인 이민자 후손으로 캐나다에서 태어난 그는 16살 때 LA로 이주했다. 1954년 USC를 졸업하고 빅터 그루엔 설계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그가 아티스트로 불리는 이유는 그의 건축물에 예술적 입김이 가득 배어있기 때문이다. 남가주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공연 장소로 사랑받는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이 바로 그가 탄생시킨 유명한 작품이다. 직선 구도가 완전히 파괴된 구불구불한 외형에 스테인리스 스틸로 외장이 처리된 이 콘서트 홀 건물은 2003년 개관 당시, 장미 꽃송이를 연상시키는 독특함으로 세계적 주목을 끌었다. 사실 프랭크 게리가 이처럼 굽이치며 휘어지는 곡선 건물을 지은 건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 스페인 바스크 지역 빌바오에 세워진 ‘구겐하임 미술관’이 프랭크 게리 곡선 건물의 원조라 할 수 있다. 3만3000여 개의 티타늄 패널로 외양이 꾸며진 구겐하임 미술관은 1997년 개관 당시 그야말로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스페인 북부의 항구도시인 빌바오는 한때 철강과 조선업이 발달한 부유한 도시였으나 1970년대 들어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몰락 위기에 처했었다. 시정부가 이의 타개책으로 선택한 프랭크 게리 디자인의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가 성공하며 현재는 세계적 관광지가 됐다. 특별히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네르비온 강가에 자리한 지리적 특성으로 강물이 건물 티타늄 외관에 비쳐 석양 무렵이면 기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되는 프랭크 게리의 대표적 걸작이다. 프랭크 게리가 선보인 파격적 디자인의 건물은 전세계 곳곳에서 빛을 낸다. 한국의 루이비통 메종 건물이 그의 작품이다. 이런 파격의 멋쟁이 프랭크 게리가 LA에 또 하나 작품을 만들고 있어 화제다.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과 브로드 뮤지엄의 그랜드 길 건너 편, 음악과 무용 명문인 ‘콜번 스쿨’이 올리브 길 쪽으로 ‘콜번 센터(Colburn Center)’라는 예술 공간을 확장 공사 중인데 이 콜번 센터를 프랭크 게리가 설계했다. 10만 스퀘어피트 대지에 6층으로 지어지는 콜번 센터는 1000석 규모의 원형 공연장을 비롯 소극장, 스튜디오, 퍼블릭 플라자, 루프탑 가든과 야외 정원 등이 자리한다. 지난해 착공, 최근 상량식을 가졌으며 2027년 완공 예정인 콜번 센터는 LA 시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지원하고 있다. 2028년 LA 올림픽의 새 관광 명소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콜번 스쿨 바로 옆, 콘도가 포함된 비즈니스 센터 ‘더 그랜드 LA’가 프랭크 게리의 작품인 점을 감안하면 LA 다운타운은 그야말로 파격 아티스트 프랭크 게리의 상설 작품 전시장이 된 셈이다. ‘비바 프랭크 게리!’ 유이나 / 칼럼니스트무대와 시선 프랭크 비바 프랭크 게리 사실 프랭크 구겐하임 미술관
2025.09.01.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