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최신기사

[이아침에] 프리지아의 강한 생명력

얼마전 뉴욕이 폭설로 난리가 났을 때, 샌디에이고에는 비가 흠뻑 내렸다.     그런데 그 무렵 나는 온 천지가 빙빙 돌며 침대에서 일어설 수조차 없었다. 급히 깊은 새벽잠을 자고 있던 딸을 깨워 응급실로 향했다. 유난히도 짙은 안개가 산마루를 휘감은 탓에 한 치 앞도 분간이 어려워 느린 속도로 고속도로를 달려 겨우 병원에 도착했다. 그 시간은 아마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십년 만에 또 높은 혈압으로 가족을 놀라게 했다. CT 스캔 후 여의사와 친절한 남자 간호사가 나를 안심시켜주었다. 마그네슘과 포타슘 치료도 차츰 혈압을 내려가게 했다. 날이 밝자 주치의는 이석증인 것 같다며 약을 처방해주었다. 처음 듣는 병이라 집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하고 지인들에게도 물어보니 나이 들면 생기는 병이란다. 늘 약물 부작용이 즉각 반응하는 나는 물리치료사도 만나 운동하는 법도 배웠다.   집 안팎 살림뿐만이 아니라 오만 가지에 신경을 쓰고 살아야 하는 내가 일상의 스트레스를 벗어나기는 힘든 일이다. 주어진 업보라며 위안을 하지만, 가끔은 사경을 헤매면서 참으로 허무한 삶을 체험한다. 고맙게도 다시 살아난 나는 집 마당에 만든 법당을 찾아 그곳에 모셔둔 가족을 바라보며 합장하며 안부 인사를 나눈다.     달포쯤, 프리지아가 꽃망울을 조랑조랑 맺고 키 자랑을 하더니 지금은 노란 봉오리들이 우아하게 터지면서 달콤한 향기로 내게 희망을 주며 나를 일으켜 세운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딸을 불러 시멘트를 뚫고 나오는 꽃들의 저력을 보라 했더니, 그 생명력에 놀라 사진을 찍는다.     프리지아의 빨간빛은 정열, 흰 꽃은 순결, 보라색은 동경, 분홍은 여성스러움이 꽃말이다. 나의 뜰에 핀 노란색은 ‘새 출발을 응원한다’ 는 말이 있다. 그것도 우정으로. 사실 한국에  있는 내과 의사 친구가 나의 회복에 한몫했다. 카톡으로 내 병에 대해 문의를 했는데, 변하지 않는 우정으로 성심성의껏 조언을 해줬다.     남아프리카가 원산지인 프리지아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듯 나도 이민자의 삶을 살고 있다. 세월과 함께 부서져 가는 내 몸은 연약한 프리지아 줄기 같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이겨내며 버티면서 하루하루 살아간다. 게다가 프리지아 꽃처럼 신비스런 향기까지 멀리멀리 날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미자 수필가이아침에 프리지아 생명력 프리지아 줄기 달포쯤 프리지아 포타슘 치료

2026.03.15. 7:00

썸네일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