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시술을 치료를 한 것처럼 속여 메디캘(Medi-Cal)에 치료비 130만 달러를 허위 청구한 피부과 의사가 기소됐다. 가주 법무부는 퍼시픽비치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피부과 전문의 가다 카십을 24건의 중범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카십은 지난 2016년부터 2024년까지 하루 평균 환자 60~70명의 치료비를 메디캘에 청구했는데 이중 상당수는 치료가 아닌 비의료용 램프를 사용한 광선요법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달 초 샌디에이고 수피리어 법원에 제출된 기소장에 따르면 카십은 22건의 의료보험 사기, 1건의 메디캘 사기, 그리고 화이트칼라 범죄 및 의료비 과다 청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롭 본타 주 법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메디캘을 악용, 가장 취약한 주민들이 의존하는 의료 서비스를 잠재적으로 위태롭게 하는 범죄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메디캘 사기 범죄 근절을 위한 우리 팀의 노력 덕분에 가능했던 성과로 앞으로도 지속적인 수사를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피부과 의사 피부과 의사 허위 청구 의료보험 사기
2025.05.29. 20:56
일을 나가려 차를 후진하며 좌우를 살핀다. 어깨 너머로 제인이 보인다. 오랜만에 보는 그녀를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아 차에서 내렸다. 제인, 오랜만입니다, 인사를 했다. 그녀가 트레이드마크인 검정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두 팔을 활짝 벌리며 환하게 웃는다. 걷기를 끝내고 오는 길인 성싶어 얼마나 걸었느냐고 물었다. 요즘엔 공원까지 다니기가 힘들어 1마일 거리에 있는 마켓 쪽으로 갔다 오는 길이란다. 무탈해 보여 마음이 놓인다. 그녀는 우리 집에서 한 집 건너에 사는 이웃이다. 7년 전 남편을 여의고 혼자 살고 있다. 오다가다 가끔 마주하는 그녀는 언제나 밝고 씩씩하다. 몇 살인지 궁금해 물은 적이 있다. 대답 대신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몇 살인지 더 궁금해졌다. 어느 날 집 앞에서 마주친 제인은 담소 중 뉴저지가 고향이고 열아홉 살 때 남편을 만나 LA로 왔다고 했다. 나는 그때가 몇 년도였는가를 물었더니 주저하지 않는 그녀의 답으로 나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올해 90세가 된다. 믿지 못할 만큼 꼿꼿하고 정신이 맑다. 그녀는 내가 나이를 알고 있으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할 테다. 언젠가 막 집에 돌아와 차에서 내리는 내게 제인이 다가와 도와달라 했다. 피부과 의사가 등 뒤에 붙여준 밴디지를 바꿔야 하는데 손이 닿지 않아 못하고 있단다. 그녀의 집으로 갔다. 남편과 함께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넓은 집안에 가득했다. 가족역사가 사진으로 걸려있었다. 제인의 젊은 리즈 시절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 피부에 목선까지 내려오는 진한 갈색 머리의 미녀. 미소가 봄 햇살처럼 싱그러웠다. 제인이 사진 속 가족을 소개했다. 그녀는 딸과 손녀를 가리켰다. 암으로 고생하는 딸과 유방에서 시작한 암세포가 온 뼛속으로 번져 병원을 제집 드나들듯 하는 손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살 만큼 살아온 자신이 대신 아파주고 싶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는 친구들 소식에 외로움이 짙어간다고도 했다. 누군가는 그녀에게 가질 것 다 가져 복이 많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단다. 넉넉한 물질이 혼자 사는 외로움을 달래주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남의 일이 아니다. 머지않아 마주할 나의 시간일 수도 있다. 누구나 늙는다. 그리고 언젠가는 혼자 살아가는 노인이 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족 기반과 사회적 관계망은 약해지고 홀로라는 생각이 날 때면 어찌 쓸쓸하지 않겠는가. 아침에 일어나니 마음이 무거워 걷기를 내일로 미룰까 하다 걸었다고 제인이 말한다. 나도 그럴 때가 있으니 나가고 싶지 않은 때 같이 걷자며 내 전화번호를 그녀 전화기에 입력했다. 남편 전화번호도 저장해주며 언제라도 연락하라고 했다. 이웃에 관심을 갖는 일이 사생활 침해로 오해받을까 싶어 지금껏 그들을 소 닭 보듯 지나쳤다. 이 아침에 다짐한다. 내가 먼저 변해야겠다고. 데면데면한 ‘옆집’이 아닌 언제라도 문이 열려있어 소통 가능한 따뜻한 ‘이웃’이 되어야겠다고. 이정숙 / 수필가이 아침에 이웃 남편 전화번호 피부과 의사 검정 카우보이모자
2025.04.14. 1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