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를 대표하는 해안도로 1번 하이웨이가 기후변화의 거센 압박 속에서 존속의 갈림길에 서 있다. 최근 빅서(Big Sur) 구간이 대규모 산사태로 인한 3년여의 전면 통제 끝에 다시 개통됐지만, 과학자들과 지역사회는 이번 재개통이 일시적인 숨 고르기에 불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폭풍은 더 강해지고, 바다는 더 높아지며, 산불은 더 빈번하고 파괴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주 당국은 이달 험준하면서도 장엄한 빅서 해안 절벽을 가로지르는 하이웨이 1번 전 구간을 다시 연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해당 도로는 두 차례의 대형 산사태로 완전히 매몰되며 3년 넘게 폐쇄됐고, 이는 90년 역사의 하이웨이 1번 가운데 최장기간 통제로 평가된다. 북부 빅서와 남부 지역을 다시 잇기 위해 전례 없는 공학 기술과 극도로 위험한 토사 제거 작업이 동원됐다. 그러나 이번 개통이 하이웨이 1번과 자연재해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는 거의 없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본격화된 시대에서, 이 도로는 앞으로도 더 잦은 폐쇄와 복구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빅서 북쪽 통제 구간 인근에서 디트젠스 빅서 인(Deetjen’s Big Sur Inn)을 운영하는 맷 글레이저 대표는 “빅서에서는 항상 계획을 세울 때도 여지를 남겨둔다”며 “지금의 상황은 한순간의 장면일 뿐이며, 끊임없이 변하는 해안선이야말로 빅서의 아름다움”이라고 말했다. 1번 하이웨이는 애초부터 자연과의 싸움 속에서 유지됐다. 낙석, 토사 유출, 홍수, 산불, 해안 침식으로 인한 통제는 빅서를 비롯해 말리부에서 북부 해안 지역까지 반복됐다. 그러나 이번 장기 폐쇄는 점점 더 강해지고 예측 불가능해지는 폭풍과 해수면 상승, 대형 산불 속에서 이 도로가 과연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UC샌타크루즈 해안기후회복력센터의 마이클 벡 소장은 “과거에도 도로 폐쇄와 피해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며 “문제는 이제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훨씬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이제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기후 변화의 영향은 남부 오렌지카운티부터 멘도시노 카운티까지 이어지는 650마일 길이의 1번 하이웨이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더 높고 강해진 파도는 침식을 가속하고, 강수량이 늘어난 대기의 강 현상은 산사태를 유발하며, 고온화로 대형 산불이 잦아지면서 이후 폭우 시 대규모 토석류가 발생하는 조건을 만들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빅서는 특히 취약한 지역으로 꼽힌다. 미 지질조사국(USGS)의 조너선 워릭 연구지질학자는 “빅서의 지형은 다양한 암석이 뒤섞인 구조로 매우 불안정하다”며 “파도가 절벽 하부를 깎아내리고, 큰비가 내리면 윤활유 역할을 하듯 붕괴를 촉진하며, 산불 이후에는 산비탈을 따라 토석류가 쏟아진다”고 설명했다. 글레이저 대표는 “2015년 이전처럼 큰 사고나 화재, 홍수가 없는 ‘정상적인 해’를 기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0여년간 빅서는 대형 산불로 인한 대피와 주택 피해, 교량 붕괴와 산사태, 장기 고립을 반복적으로 겪어왔다. 2017년에는 파이퍼 캐니언 브리지 붕괴와 머드 크리크 산사태가 연이어 발생했고, 2022~2023년 겨울 폭풍은 이번 3년 장기 폐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그는 “11년 동안 끊임없이 무언가가 일어났다”며 “기후변화가 변화의 속도와 강도를 분명히 키우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 회복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논의 주제”라고 강조했다. 1번 하이웨이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가주 교통국(Caltrans)은 2023년 1월 이후 네 차례의 주요 복구 및 안정화 사업에 약 1억6200만 달러를 투입했다. 그러나 빅서와 1번 하이웨이 전체를 대상으로 한 장기적인 기후 대응 전략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말리부 지역을 포함한 남부 구간에서도 폭풍과 산사태, 침식으로 인한 단기 통제가 반복되고 있다. 워릭 연구원은 “이 도로는 앞으로도 막대한 유지비가 들 수밖에 없다”며 “1번 하이웨이의 미래는 기술의 문제이자 정치적, 재정적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대형 산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도로를 포기하거나 재구성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 아니냐는 논쟁도 반복된다. 통행료 도입이나 노선 변경, 아예 도로를 이전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대부분은 기존 인프라를 복구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결단이 내려졌다. 2013년 퍼시피카 남쪽의 데블스 슬라이드 구간은 터널로 대체됐고, 소노마 카운티 글리슨 비치에서는 급속한 침식으로 인해 2020년 도로를 내륙으로 이전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가주의 접근 방식은 ‘유지와 복구’에 집중돼 있다. 벡 소장은 “이제는 재원 조달 방식까지 포함해 더 혁신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며 “과거를 그대로 붙잡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안 사구와 습지를 활용한 자연 기반 해법, 위험 비용을 반영한 시장 중심 접근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빅서 주민들에게 1번 하이웨이는 포기할 수 없는 길이다. 빅서 커뮤니티 협회의 라이언 로이징거 회장은 “앞으로 10~20년 사이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다”며 “그럴수록 공동체가 서로를 돕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번 하이웨이가 세계적인 관광 자산이자 지역, 가주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글레이저 대표는 사후 복구보다 사전 예방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도, 이 도로를 지킬 가치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이 길을 달려보면 답이 나온다”며 “1번 하이웨이는 끊임없이 변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지켜질 이유가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빅서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그레고리 호손(74)은 “2017년의 고립 생활이나 지난 3년간의 막다른 길 같은 상황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이곳에 산다는 건 그만큼의 대가를 치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자리에 살다 보면, 때로는 그 가장자리가 무너진다”며 “그럼에도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크다. 빅서에서 살려면 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그레이스 투헤이하이웨이 기후변화 하이웨이 전반 하이웨이 1번 대규모 산사태
2026.01.28. 19:00
━ 원문은 LA타임스 1월 27일자 ’California‘s iconic Highway 1 is fighting a losing battle against climate change. Can it Survive?’ 기사입니다. 가주를 대표하는 해안도로 1번 하이웨이가 기후변화의 거센 압박 속에서 존속의 갈림길에 서 있다. 최근 빅서(Big Sur) 구간이 대규모 산사태로 인한 3년여의 전면 통제 끝에 다시 개통됐지만, 과학자들과 지역사회는 이번 재개통이 일시적인 숨 고르기에 불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폭풍은 더 강해지고, 바다는 더 높아지며, 산불은 더 빈번하고 파괴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주 당국은 이달 험준하면서도 장엄한 빅서 해안 절벽을 가로지르는 하이웨이 1번 전 구간을 다시 연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해당 도로는 두 차례의 대형 산사태로 완전히 매몰되며 3년 넘게 폐쇄됐고, 이는 90년 역사의 하이웨이 1번 가운데 최장기간 통제로 평가된다. 북부 빅서와 남부 지역을 다시 잇기 위해 전례 없는 공학 기술과 극도로 위험한 토사 제거 작업이 동원됐다. 그러나 이번 개통이 하이웨이 1번과 자연재해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는 거의 없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본격화된 시대에서, 이 도로는 앞으로도 더 잦은 폐쇄와 복구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빅서 북쪽 통제 구간 인근에서 디트젠스 빅서 인(Deetjen's Big Sur Inn)을 운영하는 맷 글레이저 대표는 “빅서에서는 항상 계획을 세울 때도 여지를 남겨둔다”며 “지금의 상황은 한순간의 장면일 뿐이며, 끊임없이 변하는 해안선이야말로 빅서의 아름다움”이라고 말했다. 1번 하이웨이는 애초부터 자연과의 싸움 속에서 유지됐다. 낙석, 토사 유출, 홍수, 산불, 해안 침식으로 인한 통제는 빅서를 비롯해 말리부에서 북부 해안 지역까지 반복됐다. 그러나 이번 장기 폐쇄는 점점 더 강해지고 예측 불가능해지는 폭풍과 해수면 상승, 대형 산불 속에서 이 도로가 과연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UC샌타크루즈 해안기후회복력센터의 마이클 벡 소장은 “과거에도 도로 폐쇄와 피해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며 “문제는 이제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훨씬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이제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기후 변화의 영향은 남부 오렌지카운티부터 멘도시노 카운티까지 이어지는 650마일 길이의 1번 하이웨이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더 높고 강해진 파도는 침식을 가속하고, 강수량이 늘어난 대기의 강 현상은 산사태를 유발하며, 고온화로 대형 산불이 잦아지면서 이후 폭우 시 대규모 토석류가 발생하는 조건을 만들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빅서는 특히 취약한 지역으로 꼽힌다. 미 지질조사국(USGS)의 조너선 워릭 연구지질학자는 “빅서의 지형은 다양한 암석이 뒤섞인 구조로 매우 불안정하다”며 “파도가 절벽 하부를 깎아내리고, 큰비가 내리면 윤활유 역할을 하듯 붕괴를 촉진하며, 산불 이후에는 산비탈을 따라 토석류가 쏟아진다”고 설명했다. 글레이저 대표는 “2015년 이전처럼 큰 사고나 화재, 홍수가 없는 '정상적인 해'를 기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0여년간 빅서는 대형 산불로 인한 대피와 주택 피해, 교량 붕괴와 산사태, 장기 고립을 반복적으로 겪어왔다. 2017년에는 파이퍼 캐니언 브리지 붕괴와 머드 크리크 산사태가 연이어 발생했고, 2022~2023년 겨울 폭풍은 이번 3년 장기 폐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그는 “11년 동안 끊임없이 무언가가 일어났다”며 “기후변화가 변화의 속도와 강도를 분명히 키우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 회복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논의 주제”라고 강조했다. 1번 하이웨이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가주 교통국(Caltrans)은 2023년 1월 이후 네 차례의 주요 복구 및 안정화 사업에 약 1억6200만 달러를 투입했다. 그러나 빅서와 1번 하이웨이 전체를 대상으로 한 장기적인 기후 대응 전략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말리부 지역을 포함한 남부 구간에서도 폭풍과 산사태, 침식으로 인한 단기 통제가 반복되고 있다. 워릭 연구원은 “이 도로는 앞으로도 막대한 유지비가 들 수밖에 없다”며 “1번 하이웨이의 미래는 기술의 문제이자 정치적, 재정적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대형 산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도로를 포기하거나 재구성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 아니냐는 논쟁도 반복된다. 통행료 도입이나 노선 변경, 아예 도로를 이전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대부분은 기존 인프라를 복구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결단이 내려졌다. 2013년 퍼시피카 남쪽의 데블스 슬라이드 구간은 터널로 대체됐고, 소노마 카운티 글리슨 비치에서는 급속한 침식으로 인해 2020년 도로를 내륙으로 이전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가주의 접근 방식은 '유지와 복구'에 집중돼 있다. 벡 소장은 “이제는 재원 조달 방식까지 포함해 더 혁신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며 “과거를 그대로 붙잡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안 사구와 습지를 활용한 자연 기반 해법, 위험 비용을 반영한 시장 중심 접근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빅서 주민들에게 1번 하이웨이는 포기할 수 없는 길이다. 빅서 커뮤니티 협회의 라이언 로이징거 회장은 “앞으로 10~20년 사이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다”며 “그럴수록 공동체가 서로를 돕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번 하이웨이가 세계적인 관광 자산이자 지역, 가주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글레이저 대표는 사후 복구보다 사전 예방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도, 이 도로를 지킬 가치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이 길을 달려보면 답이 나온다”며 “1번 하이웨이는 끊임없이 변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지켜질 이유가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빅서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그레고리 호손(74)은 “2017년의 고립 생활이나 지난 3년간의 막다른 길 같은 상황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이곳에 산다는 건 그만큼의 대가를 치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자리에 살다 보면, 때로는 그 가장자리가 무너진다”며 “그럼에도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크다. 빅서에서 살려면 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그레이스 투헤이하이웨이 재개통 하이웨이 전반 하이웨이 1번 대규모 산사태
2026.01.28.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