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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사이트] 엔비디아 GPU 26만 장의 의미

한국이 엔비디아 GPU 26만 개를 확보한다는 소식은 그 자체만으로 기술업계의 판도를 흔들기에 충분하다. 이는 단순한 기술 투자나 기업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한국 산업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국가적 전략이다. 반도체·자동차·로봇·배터리·조선·통신 등, 인공지능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산업을 두루 갖춘 나라는 많지 않다. 한국은 바로 그 드문 국가 중 하나다. 이러한 산업 기반 위에 세계 최고 수준의 GPU 인프라가 얹힌다면, 한국 산업은 한 단계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와 산업계의 구체적 계획을 들여다보면, 이 움직임이 단순한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약 5만 개의 GPU를 국가 AI 컴퓨팅 허브로 삼아 대학·연구기관·스타트업이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SK는 반도체 설계 자동화 등 제조 원천 기술 혁신을 목표로 하고, 현대차는 자율주행·로봇·스마트팩토리 중심의 물리세계 AI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는 6만 개 GPU를 기반으로 아시아권 AI 클라우드 허브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모든 움직임은 각 산업 현장에서 즉각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산업 AI’에 초점을 맞춘 것에 가깝다.   이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평가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AI 도입 효과가 가장 큰 산업들을 한국은 이미 갖추고 있으며, 이들 기업의 실행력은 세계적 수준이다. 결정이 내려지면 조직 전체가 빠르게 움직이고, 필요한 자금과 인력, 설비가 순식간에 투입되는 한국 대기업의 속도는 큰 장점이다. 엔비디아와의 협력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당히 밀접하다. 엔비디아는 한국을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로 보고 있으며, GPU 클러스터 설계부터 데이터센터 운영, 패브릭 최적화, 기업 맞춤형 AI 모델 개발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AI 전문 인력이 부족한 국가라도 엔비디아의 기술 지원을 통해 상당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상당한 경쟁 우위를 가진다. 여기에 한국 제조업 전반에 쌓여 있는 방대한 공정 데이터와 품질 데이터는, 미국 빅테크조차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자산이다.       하지만 이 모든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위협 요인은 현실적이고 크다. 가장 큰 문제는 부족한 인프라다. GPU가 아무리 많아도 이를 수용할 전력과 냉각 시스템,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없다면 활용률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수도권 전력망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깝고, AI 전용 데이터센터는 인허가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데이터센터 건립에 필수적인 냉각 시스템 기술도 부족하다. 이 속도라면 확보한 GPU의 20~40%만 활용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두 번째 문제는 고급 AI 인력 부족이다. 특히 초대형 GPU 클러스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고성능 컴퓨팅 전문가나 시스템 아키텍트는 세계적으로도 부족하며, 한국은 그 중에서도 경쟁력이 약하다. 일반 AI 고급 인력도 부족하고, 대규모 GPU 클러스터를 운영할 수 있는 인력도 부족하다. 정부와 기업이 해외 인재 영입과 국내 엔지니어 재교육에 나서고 있지만, 임금 경쟁력 등 한국적 상황에서는 고급 인력 확보가 쉽지 않아 GPU 도입 속도를 따라가기엔 여전히 턱없이 느리다. 더구나 한국의 데이터 규제는 지나치게 엄격해 산업 AI 모델 개발에 불리한 측면이 많고, 에너지 정책과 규제 역시 장기적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 모든 요소를 고려하면, 엔비디아 GPU 확보를 활용한 한국의 AI 전략은 성공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절반은 기회, 절반은 위험’에 가까운 상태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산업 AI-특히 제조, 반도체, 자동차 분야-에서는 한국이 높은 수준의 성과를 낼 확률이 높다. 그러나 국가 전체 AI 인프라 구축이나 초대형 모델 개발 분야에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분야와 낮은 분야가 극명하게 갈리는 구도다.   결국 한국이 AI 전략에서 성공할지 여부는 앞으로 2~3년 동안 전개될 ‘속도전’에 달려 있다. 전력 인프라 확충, 데이터센터 건립, 해외 인재 영입, 데이터 규제 개혁 같은 핵심 과제를 얼마나 빨리 해결하느냐가 GPU 투자 규모보다 훨씬 중요하다. 이 중 한두 가지라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전체적인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한국이 서 있는 지점은 거대한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갈림길이며,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앞으로 한국이 얼마나 빠르게 혁신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김선호 / USC 컴퓨터 과학자AI 인사이트 엔비디아 의미 엔비디아 gpu 한국 산업 gpu 인프라

2025.11.2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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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우크라 전쟁으로 드러난 한국 외교력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지상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긴장감이 돌던 지난 1월 말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에 와서 특파원 간담회를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미국은 첨단기술 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통제하는 제재를 할 계획인데, 한국 산업에 어떤 영향이 예상되고 미국과 협의가 오가는지 물었다. 그는 “제 분야를 넘는 것”이고 “답할 상황에 있지 않다”고 답했다.   미국은 전쟁이 나도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투입하는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제재를 통해 러시아를 응징하는 ‘경제 전쟁’을 준비했다. 수출 통제는 러시아에 타격을 주지만 제재를 가하는 쪽 산업에도 영향이 있다. 한국에는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비보도를 전제하더라도 정보 교류를 기대했는데 실망스러웠다.   전쟁은 났고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경제권은 속속 대러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이 기밀 정보를 거의 실시간 공유하며 준비해 준 덕에 각국은 ‘리허설’한 대로 조처를 하나씩 내놨다. 제재는 스크럼을 짤 때 효과가 크다. 내 편이 많고 물샐 틈이 없어야 상대가 고통스럽다. 미국이 “지금은 방관자 자세를 끝내야 할 때”(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대사)라며 제재 동참을 압박한 이유다.   한국은 침공 직전 “(대러 제재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외교부 당국자)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가 엿새 뒤 “적극 동참”(외교부), “총력 대응”(산업통상자원부)으로 급선회했다. 입장 변화에 대한 설명은 없다. 러시아가 10위권 교역상대국이라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일찍, 면밀히 대비하는 게 상식이다.   미·러 사이에서 줄타기하다가? 아무리 러시아에 우호적인 문재인 정부라 해도 남의 땅을 자기 땅이라 우기며 탱크를 앞세워 쳐들어가고, 무고한 민간인을 국제법상 금지된 무기로 살상하는 행위를 눈감아주려면 그렇게라도 지켜야 할 국익이 있어야 한다.   한국과 비슷한 경제력을 가진 나라 중 제재에 불참하고 유엔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 표결도 기권한 나라가 있다. 인도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인도의 러시아산 무기 의존도는 49%에 이른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인도인이 2만 명인데, 이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 협조가 절대적이다.   제재 불참국 대부분은 러시아와 비슷한 권위주의 정부들이다. 하마터면 그들과 한 묶음으로 엮일 뻔했다.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초대받는다고 국제사회 리더가 될 수 없다. 세계정세를 읽는 눈과 책임 있는 행동, 정의감과 공감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여 본부장은 미국과 수출통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다시 워싱턴에 왔다. 박현영 / 워싱턴특파원J네트워크 우크라 외교력 현재 우크라이나 러시아산 무기 한국 산업

2022.03.0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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