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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에 빠지다] 비전문가들의 위험한 단속

한국 기업들은 지난 수년간 미국 제조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고, 앞으로 수천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지난 9월, 조지아주의 HL-GA 배터리 공장에서 근무하던 한국 엔지니어 수백 명이 체포돼 손목·발목·가슴에 사슬이 채워진 채 구금됐다. 외부와의 연락은 거의 차단됐고, 곰팡이 낀 매트리스와 악취 나는 식수, 사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개방형 화장실이 있는 차가운 작은 감방에 70명씩 몰아넣는 비인도적 환경에서 일주일 간 억류됐다. 무장 경비들로부터는 인종적 모욕까지 당했다. 이후 이들은 미국에서 추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엔 이번 급습을 지지했으나, 이후 “어리석은 짓(stupid)”이라며 강하게 반대한다고 말을 바꿨다. 책임을 피할 때 자주 쓰는 그의 단골 표현이다. 그는 미국의 경제 성장이 한국 엔지니어들과 같은 전문가들이 가진 기술을 공유하는 데 달려 있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미국으로 돌아오라고 요청했다.     일부는 초청을 받아들이고 있고, 약 200명가량은 ICE(이민세관단속국)를 상대로 불법 단속, 인종 프로파일링, 인권 침해, 과도한 폭력, 불법 체포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은 이번 급습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민 정책과 단속을 책임지고 있는 ‘비전문가들’은 한·미 관계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으며, 한국이 오랜 세월 외국 우방국들과 상호 이익을 만들어 온 외교의 역사를 알고 있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한국과 중국 당(唐)나라 사이의 외교 관계를 기록한 문헌은 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역시 이 시기 일본에 사절을 파견해 무역과 상호 협력 문제를 논의했다.   고려 시대에는 중국에 보내는 외교 사절이 더욱 빈번해졌다. 이 시기의 문화 교류는 양국 모두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원·명 교체기와 같은 격동기에도 외교는 지속됐다.   조선 시대에는 일본에 파견된 수백 명 규모의 통신사 사절단이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17세기 임진왜란 이후에도 외교는 비교적 빠르게 복원됐다. 올해 초 양국은 통신사의 오랜 역사를 기념하며 퍼레이드, 축제, 박물관 전시, 고선박 복원 행사 등을 열었다.   한국은 19세기 후반까지 서구의 간섭을 피해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1883년, 한국은 첫 외교 사절단을 미국에 파견했고, 체스터 아서 대통령과 미 정부 인사들로부터 열렬한 환대를 받았다. 이후 이어진 외교 사절단의 목표는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한국의 독립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는 곧 일본의 한국 병합을 막아달라는 한국의 호소로 이어졌다.     흔히 이 간청이 미국에 무시당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당시 미국이 일본과 비밀 협상을 진행 중이었고, 이는 1905년 가쓰라 태프트 밀약으로 이어져 일본의 대한제국 지배를 사실상 승인하며 1910년 강제 병합의 길을 열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일본이 한국을 장악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물론 우리는 2차 세계대전의 결과를 통해 이것이 중대한 실책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는 한·미 관계에서 미국이 범한 일련의 중대한 오판 중 첫 번째였다. 물론 양국 관계에는 훌륭한 성취도 적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 성취가 실책을 상쇄할지 여부가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지아 배터리 공장의 ‘참사’는 역사적·문화적 이해 부족과 인종적 편견, 배타적 정서가 결합할 때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낳는지를 경고하는 사례다. 외국인들이 미국과 공동 번영을 위해 일하고 있음에도 그들의 호소를 외면하고 부당하게 대우해 온 과거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양국, 그리고 세계의 더 밝고 번영한 미래를 위해 역사를 이해하고, 통찰력을 갖춘 지도자가 더 나은 길을 열어갈 수 있도록 우리는 희망하고 또 선택해야 한다.   (이 글의 일부는 곧 출간될 로버트 털리의 회고록 『잉크타운(Inktown)』에서 발췌했습니다.)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이메일([email protected])/페이스북(Facebook.com/RobertWTurley) 로버트 털리 /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회장K컬처에 빠지다 비전문가 단속 한국 엔지니어들 불법 단속 외교 관계

2025.12.1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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