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파 정치인을 5적으로 매도한 한국 의원
한국 여권에서 영 김(가주 40지구) 연방 하원의원과 미셸 스틸 전 연방하원 등 한인 정치인들을 ‘반한(反韓) 5적’으로 매도해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 여야 의원들은 지난 5년 동안 연방하원에서 활동해온 한인 의원들을 ‘친한파’로 추켜세우며 워싱턴 DC를 방문할 때마다 면담하려 했었으나, 민주당이 집권하자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5적 발언’은 지난 17일(한국 시간) 한국 국회에서 진행된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도중 김준형 의원(조국혁신당)이 한국에 유해로운 인물 다섯 명을 거론하면서 시작됐다. 김 의원은 이날 다섯 명의 얼굴 사진이 담긴 PPT 자료를 화면에 띄우면서 ▶영 김 ▶미셸 스틸 ▶애니 챈(한국보수주의연합 창설자) ▶고든 창(정치 평론가·변호사) ▶모스 탄(전 국제형사사법 대사)을 지목했다. 중국계인 고든 창 변호사 외에는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다. 다섯 명 모두 보수파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 의원은 “(이들은) 한국의 헌법과 이재명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하며 주한 미국 대사로 부임할 수 있는 인물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후보자에게 “외교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서 대사 부임을 막아야 한다”며 “아그레망을 주지 않는 외교적 결투의 시기가 되기 전에 여러 경로를 통해서 미국 측에 우리 의사를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조 후보자는 ‘5적’이라는 표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청문회에 앞서 김 의원은 국회 토론회에서도 이 다섯 명을 두고 '반한 5적'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백악관 측은 축하 성명을 내지 않다가, 중국의 영향력 개입이 우려된다는 희한한 논평을 냈다”며 “트럼프 대통령 기억 속에 이런 게 있다면 주한 미국 대사를 저들 중에 선택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또 그는 “이들이 한국을 중국에 팔아넘길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영 김 의원은 한국의 새 정부를 부정하거나 중국과의 연계를 주장한 적이 없다. 김 의원은 지난 6월 3일(미국 시간)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 직후 X 포스팅을 통해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를 추구하는 데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가 됐다”며 “한국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새 행정부와 함께 동맹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해당 청문회 발언이 알려지자 “아무리 청문회 발언이라지만 무책임하다”, “동맹국 친한파 의원이라고 부르지 않았느냐” 등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국의 의원이 자국 국회에서 미국인을 ‘반한 5적’으로 매도하며 확인되지도 않은 주한 미국 대사 부임설을 거론한 것은 외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자충수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로버트 안 LA한인회장은 “미국에서 고국인 한국의 이익을 위해 물심양면 노력해왔는데 공개적으로 이런 발언이 나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동맹국 의원이라며 방미 때 인사하고 사진 찍던 모습들이 떠올라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라팔마에 거주하는 김명현(56)씨는 “대사직으로 가겠다는 의사도 없는 현직 의원을 ‘적’이라고 규정한 것은 결례”라며 “정치적인 입장이 달라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도표까지 그려 비난한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말했다. 장은주(42·풀러턴)씨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에 안 맞으면 반한인가”라며 “게다가 ‘5적’이라고 지칭할 정도라면 한국 여권이 염두에 둔 진짜 주적은 누구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한인 정치인은 “수준 낮은 한국 국회의원의 발언도 문제지만, 직업 외교관이라는 사람이 그에 수긍하는 듯한 답변을 한 것은 앞으로 한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5적 발언’의 주인공인 김 의원은 강원도 출신으로 연대 정외과를 거쳐 조지워싱턴대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이후 그는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로도 일했다. 지난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조국혁신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한국 논란 한국 정치권 한국 정권 한국 국회
2025.07.20.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