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한국행 2년… “오길 잘했다”
미 주류 언론의 한국 특파원으로 근무했던 기자가 실직한 뒤에도 한국 정착을 결심했던 이유를 기고해 주목을 끌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I)는 지난 19일 온라인판에 워싱턴포스트(WP) 서울팀 특파원 바트 샤네먼 기자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지난달 WP는 서울팀을 폐쇄했다. 이로 인해 샤네먼 기자를 포함한 팀원 300명 전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미국으로 귀국했지만 샤네먼은 한국에 남았다. 그는 기고문에서 “일자리 때문에 가족과 한국에 왔다. 해고됐지만 여전히 난 한국에 온 것을 감사한다”고 했다. 그가 한국으로 이주를 결심한 건 2년 전이다. 그는 이 결정이 위험을 동반했지만, WP라는 최고의 언론사에서 일하며 자신의 역량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족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선택이었다. 한인 아내가 미국에서 10년을 보낸 뒤 고국의 가족과 문화와 다시 연결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결정적 이유는 딸을 위한 환경이었다. 그는 아내의 고향에서 살 경우 육아 지원을 받을 수 있고, 학교에서 총기 난사 대비 훈련을 겪지 않아도 되며, 어린 나이에 새로운 언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중요한 선택을 해야했던 상황에서 부부의 대화는 반복됐다고 한다. “미국에서 행복한가?” “이대로 살면 TV 앞에서 늙어갈 것 같다” “한국에 가면 음식은 훨씬 좋을거야” “지금 하지 않으면 아마 영영 못 할지도 몰라” 등등. 결국 이들이 계속 되새긴 질문은 하나였다. “지루한 천국(미국)에서 살 것인가, 아니면 흥미로운 지옥(한국)에서 살 것인가.” 한국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경쟁이 치열하고 위계적인 사회 구조를 풍자하는 의미로 ‘헬조선’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음식과 밤 문화, 여행 등 삶의 즐거움이 뛰어난 나라라고 그는 평가했다. 샤네만 부부는 과거 서울에서 만났던 경험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부모로서의 삶이라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흥미로운 지옥을 선택할 만큼 충분히 젊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주는 단순한 결정이 아니었다. 이미 콜로라도에서 안정적인 삶을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층짜리 주택과 각종 생활용품, 자동차와 직업까지 모두 갖추고 있었다. 그는 “20~30대 싱글일 때의 이사와 40대에 가족을 둔 상태에서의 이사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도전을 선택했다. 필수 물품만 컨테이너에 실어 보냈고, 나머지는 지인들에게 나누거나 온라인으로 판매했다. 말라뮤트와 허스키 혼혈 대형견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한 복잡한 절차도 감수했다. 한국에 도착한 뒤에는 아내 부모와 가까운 아파트 단지의 소박한 3베드룸 집으로 이사했다. 두 건물은 작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고, 가족과의 가까운 거리는 큰 도움이 됐다. 딸은 유치원 수업이 끝나면 ‘할머니(halmoni)’ 집으로 가서 아내의 어머니가 만들어준 스무디를 마시고 만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샤네만은 집에서 근무하며 전 세계 뉴스를 취재했다. 근무가 끝나면 그는 컴퓨터를 끄고 가족과 동네를 산책하곤 했다. 현재 딸은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유창하게 구사하며, 아버지가 한국어를 하려 하면 핀잔을 줄 정도로 자연스럽게 적응했다. 샤네만은 이번 해고와 별개로도 당시 결정의 일부에 대해 여전히 고민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어떤 물건을 가져오고 무엇을 남겼는지에 대한 후회가 대표적이다. 그는 “크리스마스 장식 접시는 왜 가져왔는지 모르겠다. 한 번밖에 사용하지 않았다”며 “왜 자전거는 보내지 않았는지 후회된다. 내 키에 맞는 프레임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서 대부분 잊고 있던 한국어 실력과, 언어를 모를 때 느끼는 소외감도 다시 체감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어려움을 개인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내는 한국 생활에 편안하게 적응했고, 딸 역시 완전히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기존 인맥과도 다시 연결되며 공동체를 형성해가고 있다. 일부 외국인들은 여전히 적응 중이지만, 오랜 기간 한국에 머문 이들도 있으며 서로를 돌보는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해고로 큰 상실감을 느끼고 있지만, 그는 이를 새로운 기회로 바라보려 하고 있다. 특히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 줄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점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샤네만은 “지난 15년간 해고를 피하기 위해 주어진 일을 따라가며 살아왔다”며 “이제는 커리어의 방향을 다시 설정할 기회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한국에 머물 수 있어 감사하다”며 “세상은 여전히 흥미로운 곳이고, 전할 이야기도 많다”고 덧붙였다.한국 특파원 한국 정착 서울팀 특파원
2026.03.21. 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