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0일부터 4월13일까지 계속된 시카고 아시안 팝업 시네마(Asian Pop-Up Cinema) ‘2025 한국 영화 쇼케이스’에 초청된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의 연출을 맡은 박이웅 감독은 시카고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배경과 연출 의도, 그리고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밝혔다. 시카고 방문이 처음이라는 박이웅 감독은 “도시 규모에 비해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인상 깊다”며 “시카고 극장과 강변도 걸어보고 싶다”고 첫인상을 전했다.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은 동해안의 작은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고령화, 외국인 노동자 갈등, 지역사회의 배타성과 같은 현대 한국 사회의 민감한 문제들을 섬세하게 담아낸 영화다. 2024년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시카고 아시안 팝업 시네마에서 미국 최초로 상영됐다. 박 감독은 영화의 시작에 대해 “처음엔 작은 마을의 보험 사기를 다루려 했다가, 시나리오를 쓰면서 현실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이 더 큰 장애물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후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노인, 외국인, 배제된 사람들로 중심이 이동했고, 이들이 부딪히는 갈등이 영화의 핵심이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물 설정에 있어 “누구나 상황에 따라 선하거나 악해질 수 있다”는 관점을 바탕으로 인물을 만들었고, “어릴 때부터 대가족 속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관찰한 경험이 캐릭터 구축에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가장 공들인 장면으로는 마지막 두 인물의 대면 장면을 꼽으며, “이 장면을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우들의 연기를 가리지 않도록 기술적인 장치를 배제하고 배우의 감정만으로 장면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해외 관객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한국에서는 감정적으로 공감하는 반응이 많았고, 유럽은 인권과 정치적 메시지에, 일본에서는 일부 장면을 유머로 반응하기도 했다”며 “언어적, 문화적 차이에 따라 해석은 다를 수 있지만, 미국 관객들도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에 공감할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박 감독은 “다음 작품은 조금 거친 감성의 장르 영화에 도전하고 싶다”며 “주제는 ‘혁명’이며, 기존의 톤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Luke Shin한국사회 현대 현대 한국 구조적 문제들 시카고 아시안
2025.04.16. 13:48
신뢰는 공기이고, 물이다. 인간이 물리·화학적으로 공기와 물 없이는 살지 못하듯이 영혼은 신뢰 없이 어찌 살겠는가? 가족의 신뢰, 친지들의 신뢰, 단체와 기관들의 신뢰, 거래의 신뢰, 국가와 사회의 신뢰가 무너지면 얼마나 살벌할까? 심하면 카오스가 될 것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 사회에서는 그런 신뢰를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더구나 신뢰 체계 자체를 파괴하려는 시도마저 벌어지고 있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정치는 신뢰사회를 규범으로 지키려는 사법을 무너뜨리려 안달이고, 정치세력 간의 난투극은 국민의 신뢰를 난도질하고 있다. 의사들은 주머니를 챙기려 생트집을 잡으며 환자를 떠나 정부를 이기려 하고 있다. 이기심에 절어 친구와 동료를 배신하는 행위도 벌어지고 있다. 신뢰를 깨는 주범은 욕심이고, 욕심은 이기주의에서 비롯되니 결국 인성의 문제 아닌가? 선량한 인품은 불가항력이 아니면 손해를 보더라도 약속이나 기대를 버리거나 상식을 벗어난 공격으로 상대에게 누를 끼치지 않는다. 누구나 기분이 상하기만 해도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 신뢰는 생물이어서 권력과 재력, 위계에 의해 상처를 입기도 하고 순위에서 밀리기도 하지만, 가꾸지 않으면 퇴화하기도 한다. 우정이 그렇고, 조직생활이 그렇고, 사회의 모든 기능 속에 살아있는 믿음이 그렇다. 멀리 있으면 희미해지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금이 가기도 한다. 반대로 벽돌 쌓기처럼 차곡차곡 쌓아 올리면 높은 경지의 신뢰가 믿음직스럽고, 야무지게 다지면 무쇠보다 더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자신을 희생하면서 우의를 지킨 사례는 수없이 많고, 목숨 바쳐 충성한 지사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일상적인 대인관계에서 신뢰 증진은 상호존중과 양보, 희생에서 나온다. 진심으로 존중하는 얼굴에 감동과 신뢰가 붙고, 웬만한 실수도 톨레랑스, 양해와 포용으로 품으면 신뢰는 깊어진다. 어찌 보면 세상은 서로 인정하고 공존함으로써 순기능으로 돌아가는 메커니즘이다. 작게는 일대일 관계에서부터 크고 작은 모임이나 조직, 더 넓게는 공동체와 사회 전체, 국가가 신뢰의 얼개로 엮이어 있으며, 그 신뢰 속에서 구성원들은 안심하면서 생존하고 행복할 수 있다. 그런 체제에 유해한 인물이나 행위는 멀리해야 할 독소가 아닐 수 없다. 신뢰가 차곡차곡 쌓이고 다져지는 세상은 건전하고 발전한다는 원리가 요즈음 한국에서 더없이 절실하다. 송장길 / 언론인·수필가열린광장 한국사회 신뢰 신뢰 국가 신뢰 친지들 신뢰 체계
2024.07.11. 2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