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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한국어 학습자의 한국어 접촉

외국어를 배우는 지름길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그 나라 말로 이야기를 나누는 일입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한국어를 잘 배우려면 이왕이면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당연한 언어 접촉이 쉬운 게 아닙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수많은 외국인에게 한국인과 이야기를 나눠본 경험을 물어보면 대부분 매우 적다고 대답합니다. 심지어는 한국에 유학 와 있는 외국인 유학생 중에는 한국 친구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 수업을 듣는 외국인 학생에게 한국인 친구의 유무를 물었을 때, 없다고 대답한 비율이 훨씬 높았습니다. 놀랍게도 그 수업을 1학년 수업이나 어학당의 수업이 아니라 국문과 4학년 수업입니다. 놀랍지요. 국문과를 다니려면 비교적 다른 전공에 비해서 한국어 실력이 높아야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어려운 한국어 문법을 배우고, 문학작품, 고전문학 그리고 옛말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한국인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응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긴밀한 언어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생각대로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어 능력은 예상보다는 높지 않습니다. 대학에서 조별과제를 할 때 외국인 학생이 기피 대상이라는 한국인 학생의 인터뷰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지만 씁쓸합니다. 한국어 실력이 낮으니 발표 준비가 어려웠겠지요. 조별 과제 중에도 소통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각자 준비한 내용을 모으는 정도라고나 할까요? 저는 특히 수업에서의 언어 접촉은 공식적이고 필수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언어 접촉을 늘리는 일이 구상되어야 합니다.   제 수업에서는 몇 가지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일단 발표 준비 진행을 정리하게 하였습니다. 어떻게 언어 접촉이 일어났는지를 이야기하게 한 것입니다. 또한 발표는 주로 외국인 학생이 하게 하였습니다. 한국인 학생은 전체적으로 사회를 주로 보고, 외국인 학생 발표를 돕게 하였습니다. 발표 내용은 한국과 모국의 문화 비교에 관한 거였습니다. 제 수업의 과목명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입니다. 원래는 한국 학생이 듣는 전공과목입니다만, 지금은 외국인 학생이나 교환학생의 수강도 늘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물론 어색하거나 잘 안되는 조도 있었습니다만, 대부분은 놀라운 성과를 올렸습니다. 아무래도 한국 학생은 직접 발표를 하지 않아도 되어서, 편안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외국인 학생은 한국 학생이 꼼꼼히 문장이나 발음까지 챙겨주어서 좋았다고 합니다. 발표가 끝난 후 학생들에게 발표 소감을 이야기해 보라고 했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주로 생각보다 외국 학생이 발표를 잘해서 놀랐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조금만 서로 도우면 외국 학생의 한국어 실력은 무섭게 성장할 겁니다.   한편 외국 학생의 반응은 감동적이었습니다. 한국인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는 학생이 조별 발표를 통해서 친구가 생겼다는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발표 준비 과정에서 친해져서 앞으로 자주 보기로 했다는 겁니다. 어떤 학생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따뜻하게 도와주는 한국 학생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수업의 풍경이 기적의 풍경처럼 보이는 순간입니다. 자신이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알게 되었고, 발표에도 자신감이 붙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사실 한국 학생은 외국인 학생을 도우면서 의외의 성과를 얻습니다. 일단 한국어 교육, 한국 문화 교육의 현장에 서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가르치는 경험을 한 겁니다. 외국인이 어떤 발음을 어려워하는지, 어떤 문법을 자주 틀리는지 직접 알게 되어 한국어 교육에 관심이 깊어진 학생도 있었습니다. 또한 보통 각 조에는 한국인과 외국인의 비율을 같게 배정하고, 외국인은 다양한 나라의 학생을 포함하였기에 다양한 언어문화를 이해하는 효과까지 맛보게 되었습니다. 이는 앞으로 졸업 후에 어떤 일을 하더라도 큰 힘이 될 겁니다. 우리가 서로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 다른 것은 특별하고 좋은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는 말은 깊은 감동을 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한국어 학습자 한국 학생들 한국어 접촉 한국어 학습자

2025.11.0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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