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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 달라진 한국어, 교실로도 이끌어야

미국 내 한국어 교육의 위상은 과거와 비교해 분명히 높아졌다. 그 열기가 지속되기 위해선 교사 간의 긴밀한 협력, 정책적 지원, 그리고 제도적인 기반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가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과제다.   현재 사이프리스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한 지는 7년째다. 한국에서 태어나 가주에서 성장한 1.5세대 한인으로서, 청소년기를 보냈던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 요즘 한국어 교육의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K팝, 한국 드라마, 한식 등 한국 문화를 향한 학생들의 뜨거운 관심이 있다.   학생들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Z세대인 만큼, 한국어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도 높다. 이들은 유튜브,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자발적으로 한국어를 접하고, 자연스럽게 실력도 향상되고 있다. 특히 한인 2세 학생들 중에는 뛰어난 한국어 실력을 갖춘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가 집에서 한국어 사용을 꺼린다며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한국어를 하지 않는 건 무관심이 아니라, 오히려 완벽주의 성향이거나 실력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 수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 교육 현장에서는 ‘인종학(Ethnic Studies)’을 언어 수업과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역사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인 만큼, 한국어 수업에 인종학적 요소를 도입하는 것이 매우 의미 있다.   하지만 인종학과 언어 교육을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자료나 교육적 지원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교사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업 자료와 연수 프로그램이 더 다양하게 제공되어야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학 교육재단(KASEF)과 같은 단체가 이를 위해 큰 역할을 해주었다. KASEF는 한국계 미국인, 한인사 관련 내용을 담은 수업 자료와 커리큘럼을 실제 교실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일을 했다. 단, 웹사이트에는 아주 풍부한 정보와 자료가 마련되어 있지만 교사가 자신의 한국어 반에 알맞게 적용하려면 큰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매년 한국계 미국인 민족 연구 컨퍼런스가 열리긴 하지만 올해는 타주에서 열리기 때문에 참석이 어려운 교사들이 많다. 캘리포니아주 교육구와의 협력을 통해 개설된 프로그램에도 한인 인종학 관련 수업 자료들이 있는데 이걸 모르고 있는 교사들이 많고, 알게 되더라도 학생 위주의 수업 자료로 만들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현재 미국 고등학교에서 제공되는 공인 한국어 시험은 주로 NEWL(National Examinations in World Languages)이다. NEWL은 AP 시험이 존재하지 않는 한국어, 러시아어, 아랍어, 포르투갈어 등 일부 언어에 대해 대안 평가 수단으로 주목받아 왔는데 아직도 이 시험의 인지도가 널리 확산되지 않아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근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AP 한국어 과목 신설 논의에 대해 교육 현장의 기대감이 크다. 한국어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AP 과목 선택이라는 실질적인 동기 부여를 받을 수 있다면, 학습 지속성과 학업 계획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전국적으로 한국어 교육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교사들 간의 정보 교류와 전문성 향상을 위한 새로운 시도도 시작됐다. 한국어 교육 전문 단체 IKEN(International Korean Educators Network)는 최근 미주 한국어 교사들을 위한 정기 뉴스레터 발행을 개시하며, 교육 현장의 소통 부재를 해소하고자 나섰다.   지난 5월 최초로 발간된 ‘IKEN Quarterly(아이켄 쿼터리)’라는 이름의 뉴스레터는 매년 4분기에 한 번씩 발행된다. 수업 사례 공유, 수업 자료 및 활동 소개, 교사 인터뷰, 교육 관련 최신 소식, 연수 및 행사 정보 등 다양한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현장 교사들이 직접 글을 기고할 수 있는 참여형 구조를 갖추고 있어, 실제 교육 현장의 경험과 고민이 생생하게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IKEN은 이 뉴스레터를 통해 신규 교사들에게는 멘토링 자원으로, 경험 많은 교사들에게는 전문성 확장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더불어 지역 간 거리, 학교 간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소통 단절 문제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미주 한인 학생들과 비한인 학습자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한국어 교육 현장의 수요에 부응하는 새로운 교재가 출간됐다. 글로벌 코리안이라는 이름의 이번 교재는 IKEN 소속의 미주 현장 교사들과 언어 교육 전문가들이 직접 집필 및 감수에 참여한 결과물로, 기존 교재들이 갖고 있던 한계, 문화적 맥락의 부재, 학습 수준과 실제 수업 간의 괴리를 보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번 교재는 단순한 언어 교육을 넘어서, 미국 학생들의 문화적 배경과 정체성을 고려한 ‘다문화·다언어 환경 맞춤형’ 교재다. 교사들이 수업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 자료와 평가 도구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위에 언급된 인종학 교육 부분도 이 교재를 통해 충족될 수 있을 만큼 한인사 관련한 수업 자료도 포함되어 있는 교재다.   이 교재는 미주 각지에서 활동 중인 교사들의 실제 수업 사례와 피드백을 반영하여, 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주제와 표현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또한 K팝, K-드라마, 한식, 가족 문화 등 현대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목한 콘텐츠와 함께, 학습자의 언어 수준에 따른 단계별 구성이 돋보인다.   또 이번 교재는 인쇄본 외에도 교사용 지도서, 디지털 자료, 활동 워크북 등 다양한 부속 자료가 함께 제공되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업데이트 및 추가 자료 공유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앞으로도 미주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교재 개발을 지속해야 한다. 이번 출간이 미주 한국어 교육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는 작은 시작이 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2세들에 대한 한국어 교육은 희망이 있다. 한국어 교실 한국어 교육 한국어 수업 한국어 콘텐츠

2025.09.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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