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지난 4일 한국인 300여명이 체포된 것을 계기로 회색지대로 가려져 있던 외국인 노동법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투자를 환영한다고 하면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인력 공급 대책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텍사스주의 기업법 전문 이설로펌의 이설 변호사는 “제조업 특성상 수십 개의 건설, 물류, 부품 등 한국 협력업체가 동반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 생태계가 한번 형성되면 관련 서비스 인력 수요가 크게 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재천 한미동남부상공회의소(SEUSKCC) 회장은 “오랫동안 요청해온 한국 동반자법(Partner with Korea Act)과 존엄법(Dignity Act)에 대한 더 많은 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 동반자법은 한국인 전문인력 전용 별도 취업비자 쿼터 ‘E-4’를 연간 최대 1만5000개 발급한다. 또 존엄법은 세금 및 벌금 납부를 조건으로 범죄 경력 조회를 통과한 서류 미비자에게 노동허가를 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법안 모두 공화당의 한인 영 김 연방 하원의원이 추진하고 있다. 김 회장은 “초당적인 두 법안은 불법고용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더 나은 시스템을 구축할 뿐만 아니라 양국의 협력을 돕는 ‘윈윈’ 솔루션이 될 수 있다”며 “이러한 법안에 대한 양국 상호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지아주 의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한인 밀집지역인 둘루스 시의 맷 리브스 하원의원(공화)은 지난 회기에 외국 투자기업의 고용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게스트 워커’(guest worker: 이주노동자)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노동법 개정안(HB 82)을 발의했다. 리브스 의원의 지역구가 속한 귀넷 카운티 내 외국 기업은 600여곳으로 이들이 고용하는 인원만 약 2만5000명이다. 법안은 주 노동부가 외국인 노동자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인력이 부족한 특정 산업에 한해 외국인에게 근로자격을 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이 범법 기록이 없다면 배우자, 미성년 자녀 등 직계가족에도 체류자격과 주정부 승인 신분증을 준다. 노동 허가는 최장 1년으로 1회 연장 가능하다. 다만 고용계약 종료 30일 후 귀국하지 않는다면 최대 5년의 징역형 또는 1만달러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들을 고용하는 기업은 주정부에 관리 수수료 명목의 일정 세금을 납부한다. 6명 하원의원이 공동발의했는데, 이중 4명이 공화당, 2명이 민주당이다. 지난 1월 상정됐으나 논의없이 회기만료로 폐기됐다. 리브스 의원은 9일 본지에 “이 법안은 2년 전 처음 의료·호텔·관광업계 로비로 도입됐다”며 “최근 인도 다국적 기업들이 법안에 관심을 보이면서 인력 부족을 겪는 산업으로 확대해 적용하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방의회는 10년 이상 비자 확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며 “주의회가 대신 고용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산업 발전을 위한 인력 풀을 빠르게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가 있는 사바나 지역 주하원의원인 제시 페트리아는 “45만명에 달하는 조지아주 내 불체자 수를 더 늘리게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현재 게스트 워커법과 유사하게 외국인 노동자에게 일시 체류자격과 취업을 보장하는 연방 프로그램은 H-2A로 농업 부문에만 한정돼 있다. 리브스 의원은 “노동부의 적절한 감독과 합법 고용 옵션을 제공하면 불법 이민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오히려 줄게 된다”고 했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체류자격 대규모 외국인 노동법 한국인 전문인력 별도 취업비자
2025.09.10. 8:02
조지아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 사태를 계기로 한국인에 대한 미국 비자 제도가 전면 개편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호주·싱가포르·칠레 등은 국가별 특별비자가 있지만 한국은 없다. 최다 대미 투자 국가(2023년 215억 달러)에 오를 만큼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늘었는데도 양국 정부가 비자 문제를 방치해 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미국에서 적법하게 일할 수 있는 전문직 비자(H-1B)나 주재원 비자(L-1)는 발급 요건이 까다롭고 심사에도 수개월이 걸린다. 이 때문에 전문인력이 수시로 필요한 공장 건설이나 초기 생산 단계에서 단기 상용 비자(B-1)나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를 통한 우회 출장 관행이 생겼다. 이에 미국에서 한국인 전문인력 취업 비자(E-4)가 신설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국인 전용 쿼터를 부여해 필요에 따라 신속하게 비자를 발급해 달라는 취지다. 연방의회에서도 2013년부터 회기마다 E-4 비자 신설을 담은 ‘한국 동반자 법안(Partner with Korea Act)’이 꾸준히 발의돼 왔다. 전문 교육·기술을 보유한 한국 국적자에 대해 연간 최대 1만5000개의 특별비자 쿼터를 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10년 넘는 기간 동안 미 정부와 의회의 무관심과 한국 정부의 소극적 태도 때문에 방치돼 왔다. 최근 미국이 외국인 비자를 오히려 더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성사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이민 정서가 고조돼 과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이 찬성할지 의문이다. 싱가포르·칠레 특별비자의 경우에도 비자 신청 전후 90일 이내에 동일·유사 직종의 미국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하고, 해당 직무에 미국인을 우선적으로 모집해야 하는 등 ‘미국인 우선 채용 노력’ 규정을 담고 있다. 또한 상호관세 부과로 비관세를 골자로하는 FTA 자체가 무효화된 마당에 이를 근거로한 비자요구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윤미 기자 [email protected]한국인 가능성 한국인 전용 한국인 전문인력 특별비자 쿼터
2025.09.08. 1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