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아래서] 사소한 기도
중국 진(秦)나라 재상이었던 여불위가 편찬한 ‘여씨춘추(呂氏春秋)’ 신소편(?小篇)에는 제 환공(齊桓公)이 나라를 평화롭게 했던 세 마디 말이 나온다. 맹수를 사육하지 말고, 곡식 먹는 새를 기르지 말며, 비단으로 짠 사냥 그물을 없애라는 명령이었다. 별것 아닌, 오히려 이상해 보이는 이 명령들은 사실 군주가 사치와 향락에 빠지지 말고, 백성이 배불리 먹게 하며, 백성을 괴롭게 하지 말라는, 백성을 위한 마음이었다. 제 환공은 거대한 군사 정복이 아니라 작아 보이는 세 가지 명령으로 백성의 칭송을 받고 신하들을 기쁘게 했다. 여불위는 이런 고사들을 모아 작은 것이 주는 무게를 글에 담았다. “사람의 마음은 큰 산에는 걸려 넘어지지 않지만, 작은 개미 둑에는 걸려 넘어지는 법이다.” 작은 것 같으나 백성을 아끼는 마음, 신하를 존중하는 마음, 군주의 오만을 경계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작은 일의 무게를 가벼이 여기지 말라.” 반면 작으면서 그 안에 담긴 것도 작을 수 있다. 낯선 운전자가 우리 앞으로 끼어들 때를 생각해 보라. ‘그럴 수 있겠지’ 하는 연민 대신 우리는 분노를 택하고, 그 분노로 하루를 망치기도 한다. 리처드 칼슨이 말한 ‘생각의 눈덩이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도대체 저런 운전자를 도로에 그대로 방치하는 정부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내가 한번 본때를 보여 줘야지.” 이런 경우, 우리는 역설을 만난다. 칼슨의 책 제목처럼,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지 마라.” 지혜의 혼란에 빠진 것 같지만, 길은 분명하다. 사소한 것을 결정하는 기준은 보이는 크기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마음과 가치다. 그 마음을 소홀히 하면 우리는 개미 언덕에 걸려 넘어질 것이다. 반대로, 그 마음을 분별하지 않은 채 왕관을 씌워 주면, 그 마음은 우리를 지배하려 덤벼들 것이다. 작은 겨자씨에 하나님 나라를 담는다면, 이는 사소한 일이 아니다. 큰 다툼이어도 그 안에 욕심과 자존심만 남았다면, 이는 사소한 일이다. 우리가 대단하다고 여기는 오늘의 상처와 문제도, 그 안에 변치 않는 가치와 마음이 담겨 있지 않다면 실은 사소한 것이다. 흘려보낼 일이다. 그러나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일이라도 살 희망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형제에게 건넨 빵 한 조각에, 목마른 자매에게 베푼 소자(小子)의 물 한 잔에 응원과 사랑이 담긴다면 이 일은 영원한 일이 될 것이다. 그것도 거창하다면, 오늘 지금 당신의 마음에 떠오르는 한 사람을 위한 사랑의 한마디 기도는 어떠한가. [email protected]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등불 아래서 기도 마음 신하 마음 군주 한마디 기도
2026.05.25.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