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타운의 한복점 ‘이화웨딩앤한복(대표 로라 박)’이 지난 15일 아카데미 시상식 축하 공연에서 한복 제작을 지원해 화제다. 지난 15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한국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주제가 ‘골든(Golden)’ 축하 공연은 단청 문양과 전통 산수화를 배경으로 판소리 가락과 사물놀이가 어우러진 이례적인 무대로 꾸며졌다. 이때 무대를 수놓은 한국 전통 의상을 ‘이화웨딩앤한복’ 로라 박 대표와 오스카 디자인팀이 협업을 통해 제작한 것이다. 박 대표는 “시상식 약 20일 전 오스카 측 디자인팀으로부터 갓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으면서 작업이 시작됐다”며 “당시 매장에는 갓이 하나만 남아 있어 한국에서 추가 주문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후 디자인팀이 매장을 직접 방문하면서 협업이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 방문 때는 오스카 관련 이야기가 없었지만 이후 제작 과정에서 시상식 공연에 쓰일 의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의상 콘셉트는 제작 과정에서 수차례 변경됐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전통 의상에서 영화 분위기에 맞춘 모던 의상으로 진행되다가 시상식 일주일 전 전통 한복으로 방향이 변경됐다”며 “3주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줌 미팅 5차례, 매장 방문 20여 차례가 이어지는 등 매우 긴박하게 작업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오스카 디자인팀은 박 대표에게 참고 자료로 전통 ‘칼춤’ 영상을 제시했었다. 박 대표는 “칼춤은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 무용으로 원단에 따라 춤선이 달라지는 만큼 소재 선택이 중요하다”며 “원삼을 기본으로 레이어드를 살리고 본견 등 최고급 실크 원단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소리 소리꾼 의상은 치마와 저고리, 깃소매에 수공 자수를 더했다”며 “길게 늘어진 노리개로 전통미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작업은 시상식 직전까지 이어졌다. 박 대표는 “행사 3일 전까지 원단을 추가로 가져갈 정도로 일정이 촉박했다”며 “디자인팀과 계속 소통하며 의상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와 드라마에서 한복 제작에 참여한 경험은 있었지만 오스카 시상식 무대는 처음이었다”며 “전 세계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한국 콘텐츠와 전통 의상이 함께 소개된다는 점에서 더욱 책임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또 “한국 전통 의상에는 따뜻함과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며 “디자인팀과 작업하는 동안 그 감성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화웨딩앤한복은 1993년 LA한인타운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박 대표는 30년 이상 미주 지역에서 한복 보급에 앞장서왔다. 지난 2024년에는 메이저리그(MLB) 서울 시리즈 공식 개막전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수들이 김하성 선수와 구단 측이 선물한 맞춤 한복을 입어 화제가 됐는데, 이때 한복도 로라 박 대표가 직접 제작했었다. 관련기사 MLB구단이 로컬 한복집에 전화 건 이유 이은영 기자한인타운 오스카 한복 제작 오스카 디자인팀 전통 한복
2026.03.18. 19:59
황금색 한복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수들을 더욱 빛냈다. 지난달 20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MLB) 서울 시리즈 공식 개막전에서 파드리스 선수들이 김하성 선수와 구단 측이 선물한 맞춤 한복을 입어 화제가 됐다. 구단 로고와 각 선수의 번호가 박힌 이 한복은 LA한인타운에서 30년 넘게 한복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화고전방의 로라 박 대표가 제작했다. 한국에서 귀국한 박 대표를 지난 2일 이화고전방에서 만났다. 박 대표는 “수개월 간 극비리에 진행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이제야 말할 수 있어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그가 특별 제작한 한복은 총 37벌(선수 30명·스태프 7명)이다. 지난달 29일 돌아온 박 대표는 이 한복들을 선물포장함에 넣어 파드리스 구단 측에 정식으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어떻게 시작됐나. “지난해 4월 중순이었다. 구단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당시 한복점에 걸려온 전화를 직접 받지 못했다. 다행이었다. 아마 그때 받았다면 장난 전화로 여기고 끊었을 거다. 전화를 안 받으니까 구단 측에서 우리 딸의 소셜미디어로 연락했다. 정말 놀랐던 건 구단 측에서 미리 한복에 대한 조사를 다 끝낸 뒤 우리에게 연락했다는 점이었다.” 의뢰했던 이유는 뭐였나. “30년 넘게 이 일을 했는데 정말 눈물이 날 정도였다. 이유를 들어보니 한국에다가 한복 제작을 의뢰할 수도 있었는데 지역 업체를 지원하겠다는 의미에서 우리를 선택했다고 하더라. 그동안 이곳의 한국 정부 기관들조차 그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미국 스포츠 구단에서 그렇게 로컬 업체를 신경 써준다는 게 너무 고마웠다.” 제작 과정은 어땠나. “여름부터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구단과 회의에는 지금 미시간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딸도 함께했다. 화상 회의만 수십번 한 것 같다. 한복 스타일부터 문양, 색상, 디자인 등을 세세하게 구단 측과 조율해가며 결정했다. 색상은 파드리스 구단의 팀컬러인 노란색을 강조하기 위해 황금빛으로 정했다.” 이번 한복의 특징은. “올해가 용의 해 아닌가. 그래서 용 문양을 선택했다. 가슴 부근의 용 문양은 금박을 직접 두들겨서 찍는 방식을 택했다. 또 한복마다 선수들의 번호도 달았다. 그래서 김하성 선수 한복에는 ‘7’이 새겨져 있다. 목 안쪽 부분엔 파드리스 구단의 로고인 ‘SD’도 박았다.” 한복 사이즈는 어떻게 쟀나. “서울시리즈 개막전에 맞춘 이벤트였기 때문에 모든 건 선수들 모르게 극비리에 진행돼야 했다. 심지어 한복 바느질 방에서 한복을 만드는 직원들조차 마지막까지 몰랐을 정도다. 구단에서는 우리에게 선수들의 키와 몸무게 정보만 줬다. 그래서 직접 구글 등을 통해 선수 한명씩 조사해가면서 제작해야 했다. 한복을 두루마기 스타일로 정한 배경에는 그런 이유도 있다. 두루마기는 외투라서 몸과 한복 사이에 약간의 여분이 있어도 괜찮기 때문이다.” 한복 입은 선수들을 볼 때 어땠나. “내가 이제 환갑이다. 그동안 한복점을 운영하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먹고살기 위해 이 일을 한 것도 있지만, 한복 제작은 사명감, 애국심 같은 게 없으면 정말 하기 힘든 일이다. 30년 넘게 여성으로서 그런 마음을 갖고 일했다.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한복을 입혔다는 그 사실만으로 위안이 되고 나 자신에게도 너무 자랑스럽다.” 서울시리즈 개막전을 봤나. “온 가족이 다 같이 한국으로 가서 직접 경기를 관람했다. 정말 뿌듯했다. 이번 한복 제작 프로젝트 내내 계속 받은 느낌은 파드리스 구단에서 한국에 대한 ‘리스펙트(respect)’가 대단하다는 점이었다. 화상 회의 때도 그랬지만 구단 관계자들이 한복 디자인, 역사도 일일이 다 조사하고 이 일을 매우 진지하게, 마음을 다해 추진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화고전방은 지난 1993년 LA한인타운에서 문을 열었다. 로라 박 대표는 유학을 왔다가 한복점을 차렸다. 평안북도에서 옷을 만들고 종로 광장통에서 옷감 가게를 했던 외할머니의 영향을 받았다. 박 대표는 30년 넘게 미주 지역에서 한복 보급에 앞장서왔다. 사비를 들여 한복 패션쇼도 진행한다. 이화고전방의 한복은 한인만 찾지 않는다.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된 한복 체험 프로그램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타인종에게까지 널리 알려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이화고전방 샌디에이고 한복 제작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장열 미주중앙일보 로스앤젤레스 LA MLB 서울시리즈 로라 박 한복
2024.04.02. 2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