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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연 H마트 회장 “한국의 맛으로 한인 이민사의 지평 넓힐 것”

사탕수수밭 노동자로 출발했던 한인 이민사는 이제 한인 기업이 미국 유통·서비스 업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단계로 성장했다. 그 변화의 선두에는 미주 최대 아시안 수퍼마켓 체인 H마트를 일궈낸 권일연 회장이 있다.     지난해 11월 LA다운타운 빌트모어 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안 명예의 전당(AHF)’ 헌액식에서 권 회장은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의 표본’으로 소개됐다. AHF는 “1982년 뉴욕 퀸즈 우드사이드의 작은 한인 식료품점에서 출발해 전국 100여 개 매장을 가진 체인으로 키운 개척자”라고 권 회장을 평가했다.     당시 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 영광은 새벽마다 문을 여는 직원들, H마트를 지켜준 고객 모두의 몫”이라며 “5000년 한국 식문화를 미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겠다는 초심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밝혔다.     40여 년 전, 외로운 한인 이민자들에게 고향의 맛을 전하겠다며 문을 연 한아름마트 1호점은 이제 ‘아시아 식문화의 허브’로 진화했다.     미국 건국 250주년과 미주 한인 이민 123주년을 맞는 이 시점에 권일연 회장의 발자취는 한 기업인의 성공담을 넘어 이민 1세대 개척 정신의 집약체로 상징된다.     권 회장은 “개척 정신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낯선 땅에서 하루를 버티고, 하나의 가게를 지키고, 한 명의 직원을 더 채용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며 “앞으로도 H마트는 더 많은 도시에서 ‘한국의 맛’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겠다”고 말했다.   ▶1982년 퀸즈 ‘한아름 1호점’   H마트는 1982년 뉴욕 퀸즈 우드사이드에서 시작됐다. 당시 간판에 적힌 이름은 ‘한아름’. 한국 식재료를 구하기 힘들던 시절 권 회장은 한인 동포들에게 우리 음식 문화의 권리를 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1호점을 열었다. 그가 사업을 시작하던 80년대, 한인은 물론 아시안 이민자도 드문 시기였다. 뉴욕타임스는 2021년 ‘H마트의 유혹’이라는 기사에서 “H마트 같은 대형 아시안 마켓이 아시안 아메리칸들의 쇼핑과 식습관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권 회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한아름 1호점은 단순한 수퍼마켓이 아니었다. 말이 통하고, 김치와 쌀냄새가 나는 장소로 외로운 이민자에게 내 편이 있는 곳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1980~90년대를 거치며 한아름은 뉴욕·뉴저지·펜실베이니아·메릴랜드 등 동부 지역으로 점차 확대돼 10여 개 매장으로 늘어났다. 한인 고객 위주의 동네 마켓이었지만 이미 이때부터 권 회장은 전국 체인과 주류시장 진출을 구상하고 있었다.   ▶다문화 유통 플랫폼 선언   전환점은 2005년에 찾아왔다. 한아름은 이 해부터 상호를 ‘H마트’로 바꾸며 본격적으로 다국적 고객을 겨냥한 브랜드 전략에 나섰다. 더 이상 아시아계만을 위한 마켓이 아니라 모든 인종이 찾을 수 있는 글로벌 마켓이 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와 동시에 자체 상표 전략도 강화했다. '해오름' 브랜드로 만두·장류·국수·곡류·양념류 등 30여 종의 제품을 내놓고 반찬 브랜드 ‘진가’, 김치 브랜드 ‘토바기’, 유기농 식품 브랜드 ‘유기농장’ 등을 선보이며 공급망을 안정화했다. 자체 브랜드 확대는 원가 절감과 품질 관리, 브랜드 충성도 제고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수단이 됐다. 또한 몇 년 전부터 홍콩반점0410, 무봉리순대국, 죠스떡볶이, 공차, 뚜레쥬르 등이 입점한 대형 푸드홀 조성으로 식재료 구매를 넘어 한류·K푸드를 즐기는 문화 공간을 조성했다.     ▶물류·에너지 효율로 비용 절감   H마트의 확장은 ‘감과 의지’만으로 된 것이 아니다. 권 회장은 초창기부터 체인이 되려면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본사 중심의 통합 운영 시스템을 구축했다.     각 지역과 점포의 발주, 재고, 프로모션, 물류 동선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재고를 줄이고 신선도를 끌어올렸다. 한 에너지 프로젝트에서는 연간 약 30만 달러에 달하는 전력 비용을 절감하기도 했다. 매장 냉장·냉동 시스템에 고효율 설비를 도입하고, 물류센터의 에너지 관리 솔루션을 적용한 결과다. 이런 비용 절감은 곧 가격 경쟁력과 고용 유지, 신규 투자 여력으로 연결됐다.     “대형 체인일수록 적은 마진으로 승부해야 한다. 한 푼 아껴서 고객 가격에, 직원 복지에, 다음 투자에 돌리는 것이 기업을 키우는 길”이라는 게 권 회장의 지론이다.   ▶서·남부까지 ‘아시안 푸드 벨트’     H마트의 지리적 확장은 곧 아시안 커뮤니티의 경제 지도를 다시 그리는 과정이었다.     2000년대 들어 동부에서 입지를 굳힌 H마트는 2006년 시카고·댈러스 진출을 선언하며 중서부·남부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07년에는 남가주 다이아몬드바에 첫 매장을 열며 서부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어바인, 샌디에이고, 노워크, 가든그로브, 부에나파크, LA한인타운 마당몰 등으로 남가주 거점을 넓혔다. 2022년에는 어바인 웨스트파크점, 지난해 2월에는 치노점, 4월에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1호점을 오픈했다.     지난해 8월에는 오렌지카운티 웨스트민스터에 가주 최대 규모인 약 7만2900 스퀘어피트 매장을 열었다. 이 매장은 H마트 85번째 매장이자 가주 19번째 지점으로 한인·베트남·중국·인도 커뮤니티를 아우르는 ‘프리미엄 아시안 마켓’으로 자리 잡고 있다. 웨스트민스터점의 개장은 권 회장의 장남 브라이언 권 총괄사장이 직접 지휘했다.     플로리다에서는 지난해 9월 올랜도에 첫 매장을 열었다. 올랜도점은 축구장 1.3배에 해당하는 약 10만 스퀘어피트 규모로 폐점한 타깃 자리에 들어선 초대형 매장이다. 개장 첫날 수백 명의 고객이 길게 줄을 서며 ‘플로리다 K푸드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텍사스에서도 휴스턴 차이나타운·블라락·케이티 아시안타운 등 3개 매장을 운영 중인 가운데 슈가랜드에 6만4145스퀘어피트 규모의 4호점이 2026년 완공 목표로 공사 중이다.     업계는 H마트가 네바다·유타·플로리다·텍사스 북부 등 신규 시장에 깃발을 꽂으면서‘아시안 푸드 벨트’를 구축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회 공헌 통한 ‘나눔 경영’   H마트의 성장 이면에는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이 있다. 2006년 설립된 새생명재단은 난치병 환자와 의료비 지원이 필요한 가정을 돕고 서재필기념재단 장학금, 경로 문화 후원, 한인 유권자센터 지원 등 커뮤니티 기반 사업을 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는 뉴욕 한인들을 위해 뉴욕한인회에 50만 달러를 쾌척하고, 매칭 기부를 통해 총 73만 달러가 넘는 성금을 모았다. 뉴욕한인회는 이 공로를 인정해 2021년과 2022년 연속으로 권 회장을 ‘올해의 한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같은 해 메릴랜드 엘리컷시티 코리아타운 조성사업에도 5만 달러를 기부하며 “코리아타운은 차세대가 정체성을 확인하는 공간이자, 지역 경제를 살리는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이민 1세대는 미국 사회로부터 기회를 받았고 이제는 우리가 되돌려줄 차례”라며 “H마트의 나눔 경영은 도움이 필요한 이웃, 꿈을 키우는 2세들을 향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       ☞권일연 회장은...   경북 예천 출신, 1980년 미국 이민     1982년 뉴욕 퀸즈에 한아름마트 1호점   2005년 H마트 변경, 다문화 시장 공략     전국 100여개 매장 최대 아시안 마켓   2025년 아시안 명예 전당 헌액 이은영 기자권일연 이민사 한인 이민사 한아름마트 1호점 권일연 회장

2025.12.3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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