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 오늘(4월 29일)은 LA 한인사회에 아픔이 새겨진 날이다. 그날의 아픔은 지금 잊혀지고 방치되고 있다. 한인 사회에서 관련 행사 하나 열리는 곳이 없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한인들이 무엇을 기억하고 어떤 과제를 이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점검이 다시 한 번 요구되는 시점이다. 본지는 4·29를 장기간 연구해온 UCLA 박계영 교수(인류학과·아시안아메리칸학)와 인터뷰를 통해 현재 한인사회가 마주한 과제를 짚어봤다. 박 교수는 4·29를 단순한 인종 갈등이나 문화 충돌로 보는 시각을 경계했다. 그는 “이 사건은 우발적 충돌이 아닌 당시 미국 사회의 법적·경제적·정치적 구조가 누적된 결과”라며 “국가 권력에 대한 불신, 반복된 경찰 폭력, 경제 재편에 따른 빈곤 심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4·29를 ‘한흑 갈등’으로 축소하는 해석의 한계를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저서 ‘LA 라이징(LA Rising)’에서 이를 인종·계급·문화가 얽힌 인종화된 계급 갈등으로 규정하며 당시 갈등은 흑인과 한인뿐 아니라 라틴계 등 인종 소수자 간 긴장과 경쟁 속에서 형성된 결과라고 밝혔다. 한인사회 내부 인식에 대해서도 비판적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당시 경험이 단순히 문화적 오해나 일방적 피해로만 해석되는 것을 우려했다. 갈등의 구조적 본질을 가릴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일부 업주들의 고객 감시 관행 역시 생존 전략을 넘어 인권 침해나 인종적 편견으로 비칠 수 있음에도 충분한 성찰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갈등을 감정이나 문화 차이로만 환원할 경우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위치의 문제를 놓치게 돼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4·29 폭동 이후 한인사회가 입은 피해는 보이지 않는 영역에도 존재했다. 박 교수는 재산 피해를 넘어선 가장 큰 타격으로 정치적 부재를 꼽았다. 그는 “코리아타운이 불타는 상황에서도 이를 대변할 정치적 대표가 사실상 없었다”며 “경제력은 있지만 정치력이 부족한 한인 공동체의 취약성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말했다. 당시 주류 언론이 한인들을 ‘루프탑 코리안’으로 묘사한 것 역시 이러한 취약성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34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긍정적 변화도 있었다. LA타임스가 과거 한인사회를 한흑 갈등의 중심으로 편파 보도한 데 대해 공식 사과하는 등 주류 언론의 보도 시각도 일정 부분 개선됐다. 다만 경찰 폭력 문제는 여전히 공론화되고 있으며, 이민 단속 강화 등으로 소수자 공동체를 둘러싼 긴장 구조는 다른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경험이 차세대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일부 2세들은 4·29 폭동을 한인 상인의 인종차별 때문에 발생한 사건으로 단순화해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며 “차세대에게 제대로 계승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참여자가 아닌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인사회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한인사회가 실질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피해자 및 후손 초청 기념 행사 ▶언론과 협력한 기록 정리 ▶영화·연극 등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토론 ▶창작물 제작 지원 ▶인종 감수성 교육 확대 등을 제시했다. 그는 “기억은 단순히 남기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해석하고 사회적으로 공유될 때 의미를 갖는다”며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실천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 박계영 교수는 1956년 청주 출생이다. 서울대에서 생물교육학을 전공하고 인류학을 부전공으로 선택했다. 이후 뉴욕시립대(CUNY)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UCLA 인류학과·아시안아메리칸학 정교수로 재직 중이다. 프린스턴대 강의와 러셀 세이지 재단 펠로를 역임했으며 ‘Korean American Dream’, ‘LA Rising’, ‘재미한인 1세와 2세의 삶과 인종 갈등’을 집필했다. 이은영 기자UCLA 박계영 교수가 본 LA 폭동 교육 계승 현재 한인사회 한인사회 내부 la 한인사회
2026.04.28. 20:36
LA한인상공회의소(이하 LA상의) 제49대 회장으로 당선된 정상봉 차기 회장과 회장단은 향후 LA상의를 한인 사회의 ‘구심점’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차기 회장단은 7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며 이취임식은 7월 29일 LA 태글리안컴플렉스에서 열린다. 12년만의 경선을 통해 당선된 정 차기 회장은 먼저 공약으로 내세운 이사 간 소통 강화와 세대 간 멘토링 세션 운영 등 실질적 교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약 150명에 달하는 이사진 사이에서 상의가 중심축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취임 직후부터 세 달 동안 집중적으로 이사들과 직접 만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운영에 반영할 계획이다. 또한 정 차기 회장은 “2026년 북미 월드컵과 2028년 LA 올림픽에서 한인사회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도록 다양한 한인 단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인회 같은 전통 있는 협회뿐 아니라 테크 분야 전문가 모임인 소칼 K그룹 등 비교적 젊은 조직과도 협업해 LA상의가 한인 커뮤니티 전체의 중심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LA상의는 또한 한인사회 내부에 그치지 않고 타인종이 운영하는 상공회의소들과의 교류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박윤재 차기 수석부회장은 “LA상의가 중심이 돼 타 커뮤니티와의 협업을 추진하면, 이사들에게도 더 많은 사업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클래식 음악가이자 교수로도 활동 중인 그는 더 나아가 다민족으로 구성된 ‘상의 합창단’을 창설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LA에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는 시점에, 문화적 상징성을 가진 합창단이 있다면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단순한 네트워킹이 아닌, 하나의 공동 목표를 가진 협업은 더욱 깊은 교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 회장단에서 보수 작업을 시작한 다울정에 대해서는 ‘관리’보다는 ‘활용’에 중점을 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정 차기 회장은 “다울정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된 결과, 관리상의 문제도 발생한 것”이라며 구조적인 개선 필요성을 짚었다. 이어 건축사무소 앤드모어의 대표인 션 모 차기 부회장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모 차기 부회장은 “타 커뮤니티의 공간 운영 사례까지 조사해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며 “다울정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한인타운의 상징이자 실질적 커뮤니티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양한 활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원희 기자LA상의 제49대 회장단 한인사회 구심점 한인사회 내부 차기 회장단 차기 부회장
2025.06.03. 22:28
오는 2월 1일은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다. 먼 타국으로 이민 와서도 한국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정체성을 간직하기 위해 설 명절을 기억하고 지켜나가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 한인사회의 수년 간의 노력 끝에 2015년 뉴욕주의회에서 설 휴교법안이 통과됐고 같은해 뉴욕시가 설을 공립학교 휴교일로 지정했다. 이어 2016년부터는 롱아일랜드 그레잇넥 학군을 비롯해 곳곳에서 설을 휴교일로 지정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설 휴교일 지정 때부터 조용히 제기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공립교 휴교일 지정 운동이 한창일 당시, 이를 환영하지 않거나 의아해 하는 두 개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첫 번째는 한인사회 내부의 환영하지 않는 목소리였다. 이들은 대부분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들로 명분상 대놓고 반대는 못하더라도 내키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학교가 휴교하면 결국 아이들을 어딘가에 맡겨야 해 추가로 비용이 발생하거나, 부모 중 한 명이 휴가를 써야 한다는 이유다. 자녀를 데이케어 등에 맡길 필요가 없는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들도 “어차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며 설 휴교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두 번째는 한인들과 어느 정도 교류가 있는 타민족 주민들의 반응이었다. 직장에서 한인 동료와 함께 일하는 타민족들은 “그렇게 중요한데, 왜 지금까지 한 번도 설에 휴가를 쓰지 않았지?”라고 의아해했다. 또 한인 사업체를 이용하거나 거래를 하는 타민족 역시 설 명절인데 문을 닫는 업체가 전무하다시피한 점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종교 율법에 따른 영향이 크긴 하지만, 유대인 커뮤니티의 경우 그들의 안식일인 토요일은 물론이고 중요한 그들의 명절엔 많은 업체가 문을 닫고 있다. 드물지만 한인사회에서도 예를 찾아볼 수는 있다. 롱아일랜드의 뷰티 프로덕트 전문업체 ‘키스’는 설은 아니지만 추석 명절엔 휴무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한인 업체들이 모두 설에 휴무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회사나 업주들은 그럴 수 없는 입장이라는 점도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이젠 설에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설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방안을 한인사회 차원에서 함께 고심해 볼 때다. 물론 설 행사나 (조)부모 성묘 등을 다른 날인 주말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특정한 날을 명절로 정해 그 날을 꼭 지키는 것도 나름의 의미와 이유가 있다. 올해도 어딘가에선 자녀들만 집을 지키고 있을 설 아침 풍경이 왠지 안쓰럽고 더욱 쓸쓸하게 느껴진다. 박기수 / 편집국장데스크 칼럼 공립학교 휴교일 한인사회 차원 한인사회 내부
2022.01.27.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