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말로만 한인 사회를 위한다는 분들
LA 지역 일부 한인 단체들이 최근 보여주는 모습은 실망의 연속이다. 너도나도 한인 사회 발전과 차세대 영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거리가 멀다. 더구나 차세대 한인들이 지금의 모습을 보며 함께 하고 싶어 할지도 의문이다. 진정으로 한인 사회의 발전을 위한 말인지, 아니면 단체나 개인의 잇속만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올해 3·1절 기념식과 관련해서도 단체들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올해 기념식은 애초 LA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한인회 주도로 준비 회의가 시작됐다. 한인회 측은 행사를 준비하며 대한인국민회기념재단, 광복회 미서남부지회, 미주3·1여성동지회 등 관련 단체들과의 공동 주체를 희망했다. 이에 한인회 측은 ‘모두가 한뜻으로 여는 행사’라는 의미에서 주최나 주관 기관을 특정 단체로 명시하지 않기를 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대한인국민회기념재단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재단 측은 한국 국가보훈부로부터 행사 관련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주최 기관으로 이름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양측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고, 한인회는 개최를 포기하며 물러났다. 그 결과 3·1절 기념식은 대한인국민회기념재단 주도로 열리게 됐지만 여러 후유증이 따랐다. 먼저 대한인국민회기념재단 측에 묻고 싶다. 한국 보훈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행사의 파행 가능성에도 불구 홍보물에 주최 기관으로의 명시를 끝까지 고집해야만 했는가다. 재단 측은 국가보훈부 규정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한인회 측은 참여 단체들의 로고를 함께 표기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것으로 기념재단이 공동 주최 기관임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조금 집행과 관련한 결산 보고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도 기념재단 측이 지나치게 보조금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전언은 씁쓸하기까지 했다. LA 한인 사회가 보훈부의 지원 없이는 3·1절 기념 행사조차 치를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기념재단이 재정적 여유가 없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태도가 과연 한인 사회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정부의 재외 국민 사업에 보조자 역할에 만족하려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인 단체 간 분란을 막고, 한인 사회가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3·1절 기념식의 연합 개최를 추진한 한인회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한인회도 이번 일을 통해 모든 단체를 끌어안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한인 단체 가운데는 활동력이 급격하게 위축된 곳이 많다. 대부분이 아직도 1세대 중심으로 운영되는 단체들이다. 이들 단체도 문제점을 파악하고 차세대를 위한 비전을 거창하게 말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차세대가 호응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구태적 운영 방식이 가장 크다. 이는 행사 진행 방식에도 쉽게 나타난다. 끝없이 이어지는 장황한 축사, 릴레이처럼 반복되는 기념사진 촬영. 과연 이것이 한인 사회를 위한 행사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얼굴을 알리고 개인 업적으로 남기기 위한 자리인지 되묻게 된다. 한인회가 이들 단체까지 포용하고 함께 가려는 모습은 보기 좋다. 그러나 그로 인해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이제 한인회는 중심을 잡고 보다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단체들은 이제 ‘차세대 영입’을 말하기 전에 내부에서부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차세대도 관심을 보일 것이다. 1세 중심 운영에, 1세들만 목소리를 높이는 단체에 어떤 차세대가 함께 하고 싶어 하겠는가. 1세대 중심의 한인 단체들은 이제 차세대가 자연스럽게 단체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한인 단체의 감투를 더는 자랑거리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김경준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한인 사회 한인회 측은 한인회 주도 한인 사회
2026.03.02. 1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