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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역사 품은 공포, 할리우드 시험하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이미 30대에 할리우드 주류 시스템과 작가주의를 동시에 장악한 감독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장르 영화와 사회적 발언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데뷔작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Fruitvale Station)'에서 실화 기반 사회극으로 구조적 폭력을 직시했고 '크리드(Creed)'에서는 스포츠 영화의 형식을 빌려 세대와 정체성의 문제를 끌어냈으며 '블랙 팬서(Black Panther)'에서는 수퍼히어로 장르를 통해 흑인 디아스포라의 정치적 상상력을 확장했다.   '시너즈'는 그중 가장 대담한 영화다. 장르 영화의 외피를 쓴 역사극이다. 공포·뮤지컬·사회극·가족 드라마가 뒤섞인 구조가 집중력을 분산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느린 전개와 상징 위주의 연출, 설명을 거부하는 결말은 이 영화를 해석의 영역으로 밀어 넣는다.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포함해 골든글로브 최다 7개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션된 이 영화는 3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다수 부문에서 후보 지명을 받을 것으로 유력시된다.     '시너즈'는 2025년 영화계에 커다란 화두 하나를 던진다. 이 영화가 상을 받을 수 있는가보다 이런 류의 영화가 할리우드의 주류인 아카데미에서 어디까지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시너즈'는 전통적인 오스카 영화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동시에 안전한 예술영화의 영역에도 머물지 않는다. 쿠글러는 공포라는 장르를 선택하지만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다양하게 장르를 변주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흑인 역사를 호출한다.   공포와 초자연, 뱀파이어라는 장르적 외피 속에 미국 흑인 역사의 기억과 공동체의 상처, 지워진 역사에 대한 집요한 응시가 있다. 이 불편한 이중성, 혹은 의도된 모순 때문에 '시너즈'는 2026년 시상식 시즌에서 반복적으로 소환된다.   영화의 배경은 1932년 미시시피 델타. 법과 제도는 흑인을 보호하지 않았고, 폭력이 일상이던 시기다. 시카고에서 범죄 조직원으로 살아온 쌍둥이 형제 스모크와 스택(마이클 B. 조던 1인 2역)이 고향으로 돌아와 주크 조인트를 열려는 설정은 단순한 서사적 출발점이 아니다.   주크 조인트는 이 영화에서 하나의 정치적 공간이 된다. 그것은 술과 음악을 파는 장소이기 이전에, 억압된 공동체가 스스로를 확인하고 잠시나마 자유를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쿠글러는 이 공간을 '지켜야 할 것'으로 설정함으로써 영화의 윤리적 좌표를 분명히 한다.   그러나 이 공간을 위협하는 것은 백주대낮의 폭력이나 제도적 억압만이 아니다. 개업 첫날 밤, 블루스 연주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등장하는 초자연적 존재들, 특히 아이리시계 뱀파이어 렘믹은 이 영화의 공포가 단순한 장르적 장치가 아님을 암시한다.   이들은 피를 빨아먹는 괴물이 아니라 문화를 흡수하고 기억을 잠식하는 존재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육체가 아니라 음악이고, 생명이 아니라 공동체의 영혼이다. 여기서 뱀파이어는 식민주의, 문화적 착취, 백인 중심 권력 구조의 은유로 기능한다. '시너즈'의 공포가 불편한 이유는 그것이 상상 속 괴물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 온 구조를 빗대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글러의 영화들은 대체로 '개인은 곧 공동체다'라는 명제에서 시작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탈출이나 개인적 성공을 꿈꾸지 않는다. 그들이 지키려는 것은 공간이고, 사람이며, 기억이다. 개인의 구원은 중요하지 않다. 공동체가 살아남는 것이 그들 모두의 공통된 목표다.   영화가 단순한 영웅 서사에 머물지 않는 이유다. 악을 물리친다 해도 모든 것이 회복되지는 않는다. 승리는 언제나 불완전하다.   이 불완전함은 폭력의 묘사에서도 드러난다. 영화에는 총격과 살육이 등장하지만, 그것은 쾌감을 위한 장면이 아니다. 폭력 이후에는 언제나 상실과 죄책감이 남고, 죽음은 영웅적 희생이 아니라 공동체에 남겨진 공백으로 처리된다. 결말에서 느껴지는 쓴 여운은 쿠글러 영화의 일관된 윤리이자, 이 영화가 관객에게 쉽게 다가가지 않는 이유다. 이겼지만 완전히 구원받지는 못하는 상태, 그것이 '시너즈'가 도달하고자 하는 정서적 결론이다.   '시너즈'는 어떤 의미에서 음악 영화다.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그중 블루스는 이 영화의 서사 구조이자 정서적 동력이다. 음악은 고통을 기록하고, 세대를 연결하며, 억압된 기억을 현재로 불러낸다. 동시에 블루스는 초자연적 힘으로 작동한다. 음악이 울려 퍼질 때 과거와 현재,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흐려진다. 이 영화에서 음악이 없다면 이야기는 성립하지 않는다.   마이클 B. 조던의 1인 2역 연기는 이 영화의 중요한 축이다. 1인 2역의 과장된 대비와는 반대로 조던은 절제된 연기로 쌍둥이 형제인 스모크와 스택을 미묘하게 분리한다. 그 절제는 울부짖지 않고 설명하지 않으며, 감정을 보여주기보다는 몸 안에 가두는 연기다.   그는 1930년대 금기되었던 흑인 남성의 감정을, 연기처럼 보이지 않는 연기로, 얼굴의 표정보다는 분노·슬픔·공포를 시선으로 연기한다. 말투와 몸의 리듬, 시선의 차이를 통해 두 인물은 때로는 교차하고 때때로 하나가 된다. 오스카가 선호하는 전통적 감정 연기와는 다른 결이다.   '시너즈'의 대중성과 작품성 사이의 간극은 시상식 레이스에서도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골든글로브에서는 이미 7개 부문에 후보를 내며 최다 부문 후보작으로 환대를 받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편견의 벽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촬영, 미술, 음향, 음악 등 기술 부문에서는 선전이 예상된다. 이는 아카데미가 '시너즈'를 받아들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일 것이다. 할리우드는 어떤 기억과 어떤 상처를 상을 주는 방식으로 보상해 온 배려의 전통이 있다.   '시너즈'는 아카데미가 선호해 온, 이른바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장르 영화'가 아니다. 할리우드 시스템의 중심에서 제작되었음에도, 그 태도와 질문은 여전히 '이단'에 가깝다. '시너즈'는 단순한 후보작이 아니라 2026년 시상식 시즌을 이해하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남을 것이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할리우드 공포 장르 영화 오스카 영화 할리우드 주류

2026.01.14.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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