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아래서] 문어의 응원가
바다는 여전히 신비의 세계다. 우리는 바다 표면에 대해 화성만큼도 알지 못한다. 해양 생물의 약 90%는 아직 분류조차 어렵다고 추정한다. 지금 이 순간도 새로운 생물이 계속 발견되는 곳이 바로 바다이다. 그만큼 놀라운 생물들이 많은데, 새끼를 품는 일에 독보적 존재가 그 안에 있다. 북태평양에 사는 대왕문어는 한 달도 아닌 6개월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알을 지킨다. 알 주위를 떠나는 법이 없다. 그 기간 동안 8개의 다리를 끊임없이 움직여 신선한 물과 산소를 불어넣는다. 계속 알을 하나하나 빨판으로 만져서 오염이나 감염을 막아 준다. 애석하게도 어미는 극심한 영양실조로 허약해지고 죽게 된다. 이 부분에 알려진 가장 놀라운 기록은 심해문어가 가지고 있다. 북태평양 심해에 살고 있는 이 문어는 무려 4년이 넘게 알을 품는다. 단 한 번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당연히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끊임없이 다리를 움직이고 역시 쇠약해져 죽음을 맞는다. 심지어 40만 개에 가까운 알을 낳는 대왕문어는 알을 하나하나 만지고 닦는다. 돌본다는 단어가 어울린다면 바로 이 경우가 아닐까. 차가운 심해에서 4년이 넘는 기간을 먹지도 않고 새끼 곁을 지킨다는 사실은 정말 믿기 어렵다. 게다가 산소가 극히 희박한 그곳에서 끊임없이 다리를 움직여 산소를 불어넣는 어미의 모습은 감히 상상하기도 힘들다. 4년 동안 문어의 알은 그대로 알이다. 변하지 않는 그 알을 만져 주고 다리를 흔들며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는 문어를 생각해 보라. 그저 조금 관심을 가져주면서 왜 이리도 변하지 않느냐고 조급해하는 우리에게 울림을 주지 않는가. 섭씨 2도의 추위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끊임없이 쉬지 않고 다리를 휘저어 마침내 생명을 지키는 문어를 보라. 환경을 탓하며 힘을 잃어가는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응원가가 아닌가. 그런데 이 문어보다 더 오래 더 깊이 우리를 품으신 분이 있다. 나에게 생명을 주기 위해, 나를 품고 나의 인생을 기다려 주신 분이 있다. 나에게 볼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오물 속에 빠져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있을 때, 그때 나를 보고 팔을 뻗어 닦아주고 돌봐주며, 자신의 생명까지 모두 주신 이가 있다. 오늘, 주무시지도 졸지도 않으시고 당신 곁을 떠나지도 않으시며, 당신을 위해 탄식하며 쉬지 않고 기도하시는 그분이야말로 위로의 노래요, 힘내라는 외침이 아닌가. 지나치지 마시라, 이 사랑을. [email protected]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등불 아래서 응원가 문어 동안 문어 북태평양 심해 해양 생물
2025.11.17. 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