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AI 권력, 미래를 지배한다
2022년 말 챗GPT의 등장은 세계를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불과 2년 만에 챗GPT는 세계 6위 웹사이트로 성장했고, 연매출은 100억 달러에 달했다. 현재 미국 직장인의 43%가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 즉 데이터 센터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데이터 센터는 수많은 특수 컴퓨터 칩이 연결된 거대한 네트워크 시설로, 특히 AI전용 센터는 기존 시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형화되고 막대한 전력과 냉각수를 쓰고 있다. 현재 AI 데이터 센터를 보유한 국가는 전 세계 32개국(약 16%)에 불과하다. 이 중 미국과 중국이 전체 설비의 절반 이상을 운영하고 있어 AI 주도권이 소수 국가에 집중된 양상이 뚜렷하다. 오픈AI는 텍사스에 600억 달러를 투자해 자체 천연가스 채굴 시스템까지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건설 중이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라 명명된 이 시설이 완공되면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컴퓨팅 허브가 될 전망이다. 아마존도 인디애나주의 농지에 축구장보다 큰 데이터 센터 7개를 지었고, 추가로 30개를 더 짓는 ‘라이너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놀라운 점은 이 엄청난 시설이 AI스타트업 앤트로픽(Antropic)만을 위한 전용 인프라라는 사실이다. 중국은 ‘동수서산’ 전략(경제가 발달한 동부에서 데이터를 생산하고 서부에서 처리 및 저장)에 따라 신장, 칭하이, 간쑤 등 서부 내륙 지역에 AI 데이터 센터를 집중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중국 전역에서 250개 이상의 센터가 완공되었거나 건설 중이다. 이처럼 가파른 확장 속도는 미국의 우위를 위협할 가능성도 크다.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해외 데이터 센터 확장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미국 기업은 63개, 중국 기업은 19개의 해외 센터를 짓고 있다. 이는 사용자와 가까운 위치에서 데이터를 처리해 속도를 높이고, 동시에 각국의 ‘데이터 국외 반출 제한’ 규제를 충족하려는 전략적 조치다. 이처럼 세계는 AI 인프라를 자력으로 구축한 국가와 외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국가로 나뉘고 있다. 그 격차의 핵심 요인은 그래픽 처리 장치(GPU)의 수급 문제다. 첨단AI 모델을 설계하고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3인치 크기의 고성능 마이크로 칩이 수천~수십만개가 필요하다. 그런데 일부 국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첨단 GPU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어 개발도상국의 AI 인프라 구축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각국 정부는 AI 주권 확보를 위해 토지와 에너지를 저렴하게 제공하고, 규제를 완화하며, 공공 자금도 아끼지 않고 있다. 그 목표는 자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된, 자국민과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자주적 인공지능(sovereign AI)’ 구축이다. AI는 이미 산업과 일상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어 통제 권력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그 속도는 예상보다 너무 빠르다. 이제 AI에 대한 투자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미래 패권을 좌우하는 분수령이 되었다. AI 권력을 확보한 국가와 기업이 세계 질서의 숨은 지배자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을 향한 중국의 거센 추격 속에서, AI 패권의 향방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레지나 정 / LA 독자열린광장 권력 미래 데이터 센터 해외 데이터 ai전용 센터
2025.07.29.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