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한국에서 원폭 피해자 1세와 2세들이 뉴욕으로 온다. 그리고 반핵운동가들과 함께 유엔 제3차 핵무기사용금지조약(TPNW) 당사국 회의에 참여한다. TPNW는 더 잘 알려진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한계를 넘어선 국제 협약이다. 핵무기 개발, 실험, 생산, 비축, 주둔, 이전, 사용 그리고 사용 위협과 이에 대한 지원을 전면 금지하는 조약이다. 2017년 129개국이 찬성했고 현재까지 94개국 서명, 73개국 비준까지 마쳤다. 이 조약을 이뤄낸 국제핵무기폐기운동(ICAN)은 2017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또 지난해에는 전 세계의 핵무기 폐기를 호소해온 ‘일본 원수폭 피해자 단체협의회’가 노벨평화상을 받으면서 TPNW가 관심을 끌었다. 뉴욕 방문에는 일본 단체 초청으로 지난해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함께 했던 이태재 한국원폭피해자후손회 회장, 일본에서 40여년간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을 위해 활동한 이치바 준코 ‘한국원폭피해자 지원모임’ 대표도 함께한다. 또 2026년 뉴욕에서 원폭 피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는 ‘원폭피해자국제민중법정’ 개최를 준비 중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대표들도 온다. 안타깝게도 TPNW에는 핵무기를 보유 국가들은 물론 미국 핵우산 아래 있는 한국, 일본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 피폭자 70만 명(이 가운데 10%가 넘는 10만여 명이 한국인)이 미국의 핵폭탄 투하로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는데 정작 그 국가들은 TPNW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그런 까닭에 원폭 피해자들이 중심이 돼 반핵운동을 펼쳐 나가고 있으며 특히나 일본과 달리 전범 국가도 아닌 한국의 원폭 피해자들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이고, 미국의 원폭 투하 8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8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핵전쟁 위협은 가실 기미가 없다. 이태재 회장은 “한국인 원폭 피해 생존자가 1622명, 원폭 피해 후손이 3100여 명”이라며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한국인 피해 현실을 최대한 알렸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1세 피폭자인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정원술 회장과 함께 한복을 입고 시상식에 참여했다. 비록 상은 일본 단체가 받았지만 한국인 피해자들이 함께 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해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와 함께 한국은 노벨상 두 개를 받은 셈이다. 이분들의 소망은 2045년 원폭 100년이 되기 전 핵무기 없는 지구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바람과 달리 한국에서는 핵무장 지지 여론이 퍼지고 있다. 그리고 핵무기 관련 군비통제를 파기해온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정치권의 어이없는 주장이 들리는 등 세상은 거꾸로 가는 듯하다. 한인사회와 미국의 평화운동가들이 원폭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국제민중법정에 대해 알아보는 행사가 3월 7일 오후 7시 플러싱(Glow Cultural Center 133-29 41st Ave 1층, 문의 201-546-4657)에서 열린다. 미주한인평화재단은 지난해 미주한인단체로는 처음으로 ICAN에 가입했다. 그리고 원폭 피해자들의 활동을 힘닿는 대로 도울 계획이다. 미국의 시민단체가 인류 역사상 핵폭탄을 사용한 유일한 국가인 미국의 죄를 씻는데 나서야 하는 까닭이다. 김갑송 / 민권센터·미주한인평화재단 국장커뮤니티 액션 핵무기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정원술 한국원폭피해자 지원모임 이태재 한국원폭피해자후손회 회장
2025.02.27. 17:47
지난주 대만 동해안에서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해 대만은 물론 인근 국가에서도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 지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대만에서 25년 만에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원자탄의 32배 위력이었다고 한다. 지진은 마침 출근 시간대에 발생해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10명이 넘고, 부상자도 1000명 넘게 발생했다. 건물도 100여 채가 무너졌다. 이번 강진은 150㎞ 가량 떨어진 타이베이에서도 강한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이 발생해 8만 7000여 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기기도 했다. 강진으로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상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한국에서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지 않아 지진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이 높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빈번해지고 있다. 지진의 원인과 안전 대책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연구가 필요한 대목이다. 지진이 천재지변으로 인한 자연재해라고 한다면, 핵폭탄은 지구를 파괴할 수 있는 인재라고 볼 수다. 특히 요즘 기승을 부리고 있는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 실험은 전쟁 위협의 마지막 광기로 보인다. 이로 인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국제사회에 큰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구 곳곳에서 강진 발생으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핵폭탄으로 인해 겪게 될 고통에는 비교가 되지 않을 듯하다. 지진은 지구의 지각이 움직이는 현상으로, 강도는 ‘리히터 규모’로 측정되며 건물, 교량, 도로 등의 구조물을 파괴하고 인명 피해를 초래한다. 또한 산사태, 해일 등의 재난도 일으킨다. 반면 핵폭탄은 최악의 무기다. 핵폭탄은 원자핵 분열 반응을 이용하여 발생하는 무기로, 폭발력은 킬로톤(KT) 또는 메가톤(MT)으로 측정된다. 핵폭탄은 엄청난 폭발력을 가지고 있어 도시 전체를 파괴하고 수많은 인명 피해를 불러온다. 그 뿐만 아니라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장기적인 피해도 동반해 핵폭탄은 가공할 전쟁의 마지막 무기로 여겨지고 있다. 방사능 오염은 환경 파괴, 기후 변화 등을 유발해 생물 다양성 감소, 특히 생태계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식량 공급 등에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인류는 일본에 투하돼 세계 2차 대전의 종지부를 찍은 15kt급 원자폭탄의 엄청난 위력을 이미 경험하기도 했다. 군사학에서는 핵폭탄의 3대 기본 요소로 열,폭풍, 방사능을 꼽는다. 우선 핵폭탄 폭발 시 엄청난 고열이 발생한다. 2차 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됐던 15kt급만 해도 반경 2.5Km 이내 지역이 최고 섭씨 4000도까지 올라간다. 또한 주변 5Km 이내는 미세 먼지까지 휩쓸고 갈 만큼 강력한 폭풍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후에도 방사능 낙진에 오염된 지역은 인명 피해는 물론 풀 한 포기 남지 않고 20년 이상 오염된 땅으로 변하게 된다. 이같은 핵폭탄 공포로 인해 2차 대전 이후에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요즘 북한이 핵무기 개발로 한국은 물론 자유 세계를 위협하고 있지만, 만약 현실화하더라도 한국과 미군의 군사 ‘작전계획 5015’에 의해 초장에 저지될 것이다. 북한은 핵무기 전력 면에서도 미국의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핵무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을 상대로 핵전쟁을 시도하는 것은 자살 행위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몽둥이 들었다고 돌팔매에 안 맞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피아를 막론하고 핵무기는 인류를 파멸로 이끌 마지막 병기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북한 핵무기 핵무기 개발 방사능 오염 인명 피해
2024.04.15. 17:40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그리고 3일 뒤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다. 제2차 세계대전에 종말을 고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후 역사의 주도권은 더 이상 인류가 아닌, 핵으로 넘어간다. 그들은 신무기가 전쟁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줄 알았다. 그러나 원자폭탄은 점차 인류를 위협했고, 세상은 지금까지 멸망의 기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사에서 전쟁이 중단된 적은 한번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젊은이들이 전쟁터에서 피를 흘리는 동안, 원로들은 협상 테이블에 앉아 각자의 방식대로 자신들의 안위와 이익을 우선적으로 챙긴다. 그들에게 원자폭탄은 껌과 같은 존재이다. 올해로 개봉 60주년을 맞은 스탠리 큐브릭의 매스터피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 Strangelove, 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연신 껌을 씹고 있다. 껌의 역할은 불안을 완화하는 일이다. 단물이 빠지면 뱉어 버리면 그만이다. 껌은 일회성이라는 본질에 반해 사라지지 않는 특성을 지닌다. 원자폭탄이 일본에 투하되고 있을 때, 핵무기를 껌 정도의 하찮은 것으로 여기고 있던 늙은이들이 모여 앉아 인류 평화를 논한 결과다. 큐브릭 감독은 단물을 다 빨아먹고 나면 뱉어 버리는 책임감 없는 정치인들에 대한 풍자의 도구로 껌을 사용했다. 영화의 부제 ‘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걱정할 필요 없어. 폭탄 하나만 있으면 돼)은 큐브릭 감독이 인류사에 던진, 영화사상 최대의 조롱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허무주의, 절망과 광기에 대한 심화된 고찰이며 전쟁과 정쟁을 유머로 승화한 최고의 영화로 평가해도 지나침이 없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개발로 위기감이 고조되던 냉전 시대에 발표됐다. 그러나 핵에 관한 인류의 우려는 60년이 지났어도 본질적으로 변한 게 하나도 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영화에 담겨 있는 메시지와 많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영화의 모든 설정은 큐브릭의 우스꽝스러운 상상에서 시작한다.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기반하지만 그 설정을 완전히 뒤틀어 버린다. 인류는 언제부터인가 폭격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냉전시대 미 공군 참모총장을 지낸 커티스 르메이는 “We're going to bomb them into the Stone Age”(폭격으로 석기시대로 되돌려 보내겠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미사일과 폭탄이 눈앞에 당면한 문제 해결의 최선책이라고 믿는 사람은 르메이 뿐만이 아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반공주의자 잭 D. 리퍼 장군은 전형적인 폭격 만능주의자다. 그는 성기능 장애의 원인이 소련의 공산주의자들이 불소로 미국 남성들의 힘을 빼고 있기 때문이라 믿는다. 리퍼 장군이 난사하는 기관총은 남성의 성기를 의미한다. 증류수와 빗물만 받아 마시는 그는 마침내 소련을 응징하기 위해 핵폭탄을 실은 폭격기를 발진한다. 리퍼 장군의 망상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치의 게르만 우월주의와 연결되어 있다. 마지막에 가서야 등장하는 나치 독일의 망명 과학자 스트레인지러브 박사는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성을 중심으로 국가를 세우고 남녀 비율은 1 대 10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트레인지러브 박사의 이러한 제안은 나치의 '히틀러 유겐트'를 연상케 한다. 나치는 제1제국을 신성로마, 제2제국을 독일제국으로 보고, 나치 지배의 제3제국 수립을 선포했다. 유소년과 청소년들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훈련시켜 엘리트들을 양성한다는 '인류 계획'이었다. 큐브릭은 영화를 통해 결과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미국이 본질적으로 나치, 소련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시사한다. 기득권 정치인들은 사람들이 전쟁에서 얼마나 희생되는지에 관심이 없다. 그저 껌처럼 씹고 뱉으면 그만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인들은 대화를 시도하지만 종국에는 실패로 돌아간다.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심으로는 절대 타협점을 찾을 수 없다. 머플리미 대통령이 전쟁 상황실에서도 서로 싸우는 참모들에게 “Gentlemen, you can’t fight in here. This is the War Room!”이라는 대사를 던지는 장면은 상징하는 바 크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전쟁에서 아이러니를 찾고 비참한 코미디로 마무리된다. 영화가 최고의 정치 풍자극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피터 셀러스라는 위대한 천재 배우의 연기 때문이다. 출세작 ‘핑크 팬더’와 1인 다역으로 유명한 그는 3명의 중심 캐릭터 라이오넬 맨드레이크 영국군 장교, 머킨 머플리 미국 대통령 그리고 스트레인지 박사를, 돌아가면서 시니컬한 익살과 씁쓸함으로 연기해낸다. 영화는 핵이 폭발하는 몽타주와 함께 노래 ‘We’ll meet again'으로 끝이 난다. 자신들의 기득권과 안위를 우선시하는 자들이 전쟁 상황실에 모여 앉아 있는 한 전쟁은 반복될 것이다. 3차대전 이후 인류는 더 이상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60년 전큐브릭이 경고한 인류의 섬뜩한 미래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정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핵무기 영화사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영화사상 최대 핵무기 개발
2024.02.02. 20:21
급속도로 발전하는 AI의 위험성에 대해 IT기업 경영자와 과학자 350여명이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비영리단체 ‘AI안전센터’(CAIS)가 인류의 절멸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AI 기술 통제 필요성을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CAIS는 성명에서 “AI로 인한 인류 절멸의 위험성을 낮추는 것을 글로벌 차원에서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AI의 위험성을 핵무기와 신종 전염병에 비견했다. 또 성명은 “AI 기술 위험성에 대해 훨씬 다양한 분야에서 해결책이 논의돼야 한다”며 공개적인 토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성명에는 챗GPT의 창시자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미라 무라티 CTO가 서명했으며, 케빈 스콧 마이크로소프트(MS) CTO와 구글의 AI 분야 책임자인 릴라 이브라힘, 메리언 로저스도 이름을 올리는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동참했다. 앞서 올트먼 오픈AI CEO의 경우 AI의 잠재적 위험을 통제하고 부작용을 막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같은 국제기구가 필요하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달 초에는 백악관이 오픈AI와 구글 등 핵심 기업을 초청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주관으로 대책 회의를 열었고, 이어 열린 상하원 청문회에서는 AI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규제와 개입, 국제 표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편 CAIS는 서명에 동참할 전문가들을 추가 모집하고 있다. 윤지혜 기자위험성 핵무기 ai 위험성 it기업 경영자 과학자 350여명
2023.05.30. 21:09
군사전문가들은 대략 미국이 5000개, 러시아가 7000개, 중국이 500개 정도의 핵탄두를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정도만 해도 지구 위의 모든 생명체를 여러 번 죽이고도 남는 양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국가 외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더 있다. 핵무기는 보유국이라고 해서 쉽게 사용할 수는 없다.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강대국들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견제 목적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미 북한도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는 미국에는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북한이 감히 미국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한국을 향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있을까? 나는 이런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첫째, 북한이 한국에 핵 공격을 할 경우 북한도 초토화되는 것은 물론 북한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은 중국의 묵인 내지 승인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번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보유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미국의 핵무기도 한국에 배치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으로서 이는 환영할만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만일 한국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북한은 물론 거리상 가까운 중국도 자극할 수 있다. 한국의 핵무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중국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구 소련이 쿠바에 핵무기를 배치하려 하자 미국은 전쟁을 각오하고 핵무기를 실은 선박을 막지 않았던가. 서효원·LA독자 마당 핵무기 위험성 핵무기 사용 만일 한국 기술 개발
2023.05.16. 19:33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미국의 동맹국 도·감청 의혹이 불거졌지만 지난달 말에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은 대성공이었다. 반도체 수출 통제와 민주주의 지지는 물론이고, 역내 외교에 대한 양국 협력을 증진했다. 많은 미국인은 윤 대통령의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 노래로 이번 정상회담을 기억할 것이다. BTS 멤버가 당장 될 순 없다 해도 윤 대통령의 노래 실력은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K팝과 대중문화 강대국 위상을 미국인에게 각인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지정학적 핵심 의제는 핵무기였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대한민국과 한국 국민에 대한 약속은 지속적이며 철통 같고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은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확장 억지(핵우산)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대한 한국의 의지를 재차 밝혔고, 두 정상은 차관보급 ‘핵 협의 그룹’(NCG)을 창설해 핵 공격에 대비하고 핵 억지 접근법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일본 또는 호주 정상회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왜 그럴까. 가장 명시적인 이유는 북한이 를 계속 고도화하고 군축을 위한 외교적 관여를 거부한 데 있다. 북한은 지난해에만 100여 건이 넘는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했고 고체연료를 포함하는 미사일의 다각화, 잠수함 발사 미사일, 핵탄두 소형화 움직임까지 보였다. 한국에서는 서울을 방어하기 위해 LA를 희생할 미국 대통령이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일본과 호주에서도 미국의 확장 억지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지만 두 나라 모두 독자적 핵무기 개발에는 반대 여론이 대세다. 한국은 그 반대다. 여론조사를 보면 대다수 한국인은 핵무기 개발을 지지하고, 일본·호주와 비교할 때 핵 무장을 주장하는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이 존재한다. 한·미 정상이 이런 우려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윤 정부 입장에서 최선의 카드는 독자적 핵 무장 여론에 호응하기보다 미국의 핵무기 및 확장 억지 의사결정 과정에 최대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있다. 자체 핵무장론이 매력적이겠지만, 윤 정부는 이런 주장이 위험할뿐 아니라 고립을 자초하는 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반대한다. 독자적 핵 무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임시방편은 있다. 바로 미국이 한국에 배치된 전술 핵무기 사용 장치의 열쇠를 한국과 나눠 갖는 ‘이중 열쇠(Dual Key)’ 체계에 합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양국은 서로의 동의 없이는 핵무기 사용을 할 수 없으며 양국 군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또 다른 선택지는 1991년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이 철수한 미군의 전술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할 때 두 가지 옵션 모두 장단점을 따져 고려해 볼 만하지만 두 가지 모두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다. 따라서 한·미 정상의 NCG 창설 합의는 적절한 선택이었다. NCG는 억지 전략에 있어서 미국의 의사 결정 과정에 한국의 의견을 반영할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한국 정부가 국내 여론을 달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할 수 있다. 냉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핵 탑재 전략잠수함이 한반도에 출격할 예정이라는 발표야말로 NCG이 향후 함께 발전시켜갈 수 있는 핵무기 작전 배치의 좋은 예다. 일각에서는 NCG가 나토의 ‘핵 기획 그룹’(NPG)에 못 미친다고 지적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고위 정책 당국자들은 비공개 자리에서 필자에게 오바마·트럼프·바이든 행정부에 걸쳐 실시된 세 번의 ‘핵 태세 검토’(NPR) 보고서 준비 과정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이 가장 크게 비중을 두고 목소리를 반영했던 동맹국을 순서대로 보면 일본·영국·프랑스·한국이라고 한다. 이번 NCG 창설로 한국은 다른 동맹국을 앞서는 가장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설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점증하는 도전 과제를 볼 때 매우 적절한 것이다. 마이클 그린 /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국 CSIS 키신저 석좌글로벌 포커스 윤석열 핵무기 핵무기 개발 윤석열 대통령 호주 정상회담
2023.05.07. 18:24
2012년 4월 많은 이들이 이 젊은 스위스 유학파 지도자가 북한의 새 시대를 열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 후 10년, 희망은 실망으로 변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북한의 변화와 현대화를 시도한 것만은 사실이다. 김정은은 무엇을 이뤘고, 북한은 어떻게 변했나. 집권 초기 그는 수차례 경직된 북한 경제를 개혁하려고 시도했다. 협동농장의 처분 작물량을 조금씩 늘리고, 시장과 장마당도 용인했다. 일부 주민의 생활 수준도 나아졌다. 하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개혁은 뒤집혔고 통제경제가 재천명 됐다. 2021년부터 북한 지도부는 계획경제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경제 자유화 측면에서 2012년과는 딴판이고, 식량 문제도 훨씬 나빠졌다. 김정은은 집권 후 첫 연설에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지금 유엔 기구들은 북한의 식량 사정을 경고하고 있다. 굴뚝에서 연기가 안 나면 이웃들이 생사 확인에 나선다는 보고도 나온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돌이켜보면 애초 실패할 운명이었다. 먼저, 경제 자유화와 엄격한 정치 통제 병행은 불가능에 가까운데, 이 둘이 충돌할 때마다 북한은 정치 통제를 택했다. 둘째, 경제 자유화 조치는 늘 엄청난 부패를 불러왔다. 사상(思想) 강국을 강조하는 연설들로 미뤄 북한 내 부패 문제는 심각한 것 같다. 북한은 또 먹여 살려야 할 거대한 군대가 있다. 설상가상, 코로나19로 문을 걸고 식량 수입을 중단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 김정은은 대외정책 기조의 변화도 시도했다. 2018년 6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실패하긴 했지만, 김정은이 회담에 나올 용기를 낸 건 사실이다. 북한 원로들의 만류에도 회담하러 왔다던 김정은의 말은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실패할 경우 국내 위상이 치명상을 입는다는 걸 김정은 자신이 잘 알았을 테다. 하지만 김정은은 도박에 나섰다. 그리곤 잃었다. 애초 협상 성공에 절대적인 양측의 접점이 없었다. 제재 완화, 핵 사찰, 영변 원자로 등을 둘러싼 디테일보다 중요한 건 북한이 미국의 공격에서 안전하다고 느끼고, 그런 공격이 없을 거라는 미국의 약속이 있기 전엔 핵 포기 프로세스에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초기에 김정은은 내부 조직도 개혁했다. 노동당 규칙을 재정립해 당 대회를 복원했고 당의 활동과 단체도 부활시켰다. 이 덕에 북한의 정치 절차를 어느 정도 예측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모습을 장기간 감추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런 안정성은 손상됐다. 북한 같은 나라에서 지도자의 부재는 혼란과 의구심을 낳는다. 북한 체제는 실제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북한 바깥 세계를 알거나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도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중국으로 넘어가기도 어려워졌고 외국인 접촉도 크게 줄었다. 2012년 평양에는 외교관, 국제기구와 비영리기구(NGO) 인사 등 서방 출신 수백 명이 주재했지만, 코로나로 국경을 봉쇄한 지금은 거의 없다. 김정은 체제에서 유일하게 발전한 부문은 무기 분야다. 집권 후 4차례나 핵실험을 했고 추가 핵실험 우려도 제기된다. 미사일 기술 진전도 엄청나다. 북한군 장비도 개선됐다. 국제사회가 기대한 ‘발전’은 아니다. 향후 10년 북한이 나아지길 기대하긴 10년 전 시점보다 더 어렵다. 북한은 해답 없는 문제에 직면해 있고 김정은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도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 이어지고 그가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일도 거듭된다) 가장 나쁜 건 실패를 경험한 김정은이 다시는 경제 개혁과 탈냉전을 위해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건 도전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지난 2년간 행보로 볼 때 북한은 주체사상으로, 사회·정치·외교적으로 경직된 보수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한때 젊은 개혁가로 비친 김정은의 이런 변화 과정이 씁쓸할 따름이다. 존 에버라드 /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시론 김정은 핵무기 경제 자유화 정치 통제 식량 문제
2022.05.02. 20:58
2012년 4월 많은 이들이 이 젊은 스위스 유학파 지도자가 북한의 새 시대를 열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 후 10년, 희망은 실망으로 변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북한의 변화와 현대화를 시도한 것만은 사실이다. 김정은은 무엇을 이뤘고, 북한은 어떻게 변했나. 집권 초기 그는 수차례 경직된 북한 경제를 개혁하려고 시도했다. 협동농장의 처분 작물량을 조금씩 늘리고, 시장과 장마당도 용인했다. 일부 주민의 생활 수준도 나아졌다. 하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개혁은 뒤집혔고 통제경제가 재천명 됐다. 2021년부터 북한 지도부는 계획경제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경제 자유화 측면에서 2012년과는 딴판이고, 식량 문제도 훨씬 나빠졌다. 김정은은 집권 후 첫 연설에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지금 유엔 기구들은 북한의 식량 사정을 경고하고 있다. 굴뚝에서 연기가 안 나면 이웃들이 생사 확인에 나선다는 보고도 나온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돌이켜보면 애초 실패할 운명이었다. 먼저, 경제 자유화와 엄격한 정치 통제 병행은 불가능에 가까운데, 이 둘이 충돌할 때마다 북한은 정치 통제를 택했다. 둘째, 경제 자유화 조치는 늘 엄청난 부패를 불러왔다. 사상(思想) 강국을 강조하는 연설들로 미뤄 북한 내 부패 문제는 심각한 것 같다. 북한은 또 먹여 살려야 할 거대한 군대가 있다. 설상가상, 코로나19로 문을 걸고 식량 수입을 중단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 김정은은 대외정책 기조의 변화도 시도했다. 2018년 6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실패하긴 했지만, 김정은이 회담에 나올 용기를 낸 건 사실이다. 북한 원로들의 만류에도 회담하러 왔다던 김정은의 말은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실패할 경우 국내 위상이 치명상을 입는다는 걸 김정은 자신이 잘 알았을 테다. 하지만 김정은은 도박에 나섰다. 그리곤 잃었다. 애초 협상 성공에 절대적인 양측의 접점이 없었다. 제재 완화, 핵 사찰, 영변 원자로 등을 둘러싼 디테일보다 중요한 건 북한이 미국의 공격에서 안전하다고 느끼고, 그런 공격이 없을 거라는 미국의 약속이 있기 전엔 핵 포기 프로세스에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초기에 김정은은 내부 조직도 개혁했다. 노동당 규칙을 재정립해 당 대회를 복원했고 당의 활동과 단체도 부활시켰다. 이 덕에 북한의 정치 절차를 어느 정도 예측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모습을 장기간 감추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런 안정성은 손상됐다. 북한 같은 나라에서 지도자의 부재는 혼란과 의구심을 낳는다. 북한 체제는 실제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북한 바깥 세계를 알거나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도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중국으로 넘어가기도 어려워졌고 외국인 접촉도 크게 줄었다. 2012년 평양에는 외교관, 국제기구와 비영리기구(NGO) 인사 등 서방 출신 수백 명이 주재했지만, 코로나로 국경을 봉쇄한 지금은 거의 없다. 김정은 체제에서 유일하게 발전한 부문은 무기 분야다. 집권 후 4차례나 핵실험을 했고 추가 핵실험 우려도 제기된다. 미사일 기술 진전도 엄청나다. 북한군 장비도 개선됐다. 국제사회가 기대한 ‘발전’은 아니다. 향후 10년 북한이 나아지길 기대하긴 10년 전 시점보다 더 어렵다. 북한은 해답 없는 문제에 직면해 있고 김정은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도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 이어지고 그가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일도 거듭된다) 가장 나쁜 건 실패를 경험한 김정은이 다시는 경제 개혁과 탈냉전을 위해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건 도전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지난 2년간 행보로 볼 때 북한은 주체사상으로, 사회·정치·외교적으로 경직된 보수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한때 젊은 개혁가로 비친 김정은의 이런 변화 과정이 씁쓸할 따름이다. 존 에버라드 /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시론 김정은 핵무기 경제 자유화 정치 통제 식량 문제
2022.04.29. 18:53